8. 인간의 위대한 여정 - 배철현

[현곡 이호철]

인간의 위대한 여정 - 배철현

1. 한 페이지 요약 및 견해

우주의 작은 원자 하나로 시작된 빅뱅에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지구의 주류로 살고 있는 현재까지 인간은 과연 어떻게 탄생하여 진화했고, 아직까지 지구상에 현존하고 있는 것일까?

[인간의 위대한 여정]의 저자 배철현 교수는 고고학, 인류학, 진화생물학, 철학을 통하여 그 속의 ‘인간’의 탄생과 의미를 지구 역사의 흐름에 따라 흥미롭게 이야기 한다.

인간 진화의 핵심과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획기적인 사건은 ‘불’의 발견이다. 그동안 주로 식물 섭취가 에너지원의 대부분이었던 인간은 불의 발견으로 육식 동물들과의 경쟁에서 점차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늘어난 육류 섭취 그리고 불을 이용한 요리된 음식으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 시킬 수 있었던 인간의 뇌는 비약적인 성장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불을 길들이게 된 인간은 엄격하고 자동적인 생물학적 시간을 파괴하고, 유동적인 시간의 창조가 가능해지면서 점점 자신 또한 길들이기 시작했고,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위치가 만들어 지는 것이 가능하였다. 불을 이용한 ‘식사하는 교양’이 생기면서 인간의 생존력이 높아졌으며, 인구 증가의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결국 그들은 선사 시대의 주도적 집단이 된 것이다. 이때부터 인간 진화의 발걸음은 인과적인 양상을 띤다. 불의 발견으로 생태 피라미드의 상위 집단이 되었고, 식생활의 변화는 거주의 형태와 집단의 형태 변화를 만들어 냈으며, 정착 생활은 후에 농경의 시작과 예술과 종교, 철학적 삶을 선사해준다. 

본문에서 침팬지와 호모 에렉투스의 뇌에서 신피질(무언가를 이해하고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의지를 발휘하는 장소)이 차지하는 부분의 차이는 불과 4%라고 한다. 이 작은 차이가 인간과 유인원의 차이인 것이다. 인간은 자아를 인식하며 살아간다.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 나 스스로 생명을 유지하고 삶의 위대한 신비를 찾아나서는 지상에서의 여정을 진리라고 믿으며. 즉 인간의 진화는 몰입과 관찰의 여행길 위에서 마주한 선물과도 같은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저자는 덧붙여 이야기 한다. 타인을 향한 배려와 공동체의 안위와 미래를 지향하는 본능적인 삶의 방식이 인류 진화의 핵심은 아닐까?

- 책에서 피어오른 나의 질문

지구의 탄생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진화의 역사를 놓고 저자는 ‘인간 본성의 핵심인 - 이타적 유전자’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인류의 진화, 세상의 발전 역시 이렇게 인간에게 잠재되어 있는 이타적DNA로써 역사가 형성되었는데, 현존하는 이 시대의 흐름을 살펴보면 개인주의와 이기심이 만연한 사회의 민낯을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인류 초기의 정착 문화의 의미와 현재의 정착과 거주의 의미는 너무도 많이 변질 된지 오래고, 농업 혁명의 시대에서 이제는 어느덧 4차 산업의 태동과 AI를 통한 초인류적 발전은 삶의 형태를 너무도 많이 변화 시킬 것이다. 지금의 흐름 역시 진화의 한 과정일 수 있겠지만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과연 인류의 진화는 어떠한 길과 방식으로 접어들었는지. 진화의 한계에 다다른 것은 아닌지.

이타심, 인류의 기원이자 미래의 열쇠가 아닐까?

2. 나를 확장시킬 책 속의 내용들

p13

인간이 유인원이던 시절, 인간보다 빨리 달리는 동물을 포획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동물이 먼저 지쳐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계속 뒤를 쫓아가는 것이었다. 인간의 생존 전략은 오래 달리기였다. 그러다 보니 몸의 열을 발산하기 위해 털이 점점 빠지도록 진화한 것이다.

p15

1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자신과 전혀 다른 인종인 네안데르탈인을 유럽 한복판에서 만났을 때에도 그들을 배척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과 교류했다.

p28

'진리‘란 원래부터 존재하던 어떤 것이 아니라 ’숙고와 연구를 통해 그 당시까지 자신이 믿고 있던 어떤 것‘이다. 그 ’진리‘는 더 심오한 진리에 의해 쉽게 ’거짓‘으로 판명될 수 있다.

p29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은 신비입니다. 신비는 모든 진실한 예술과 과학의 원천입니다. 신비라는 감정이 낯설게 느껴지거나, 경외감에 도취되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과 같습니다. 그의 눈은 감겨 있습니다.

p48

생명체가 지구에서 살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지구가 물질과 에너지의 중용中庸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고체화되어 너무 차갑거나 기체화되어 너무 뜨겁지 않도록 그 균형을 잡고 있다. 지구는 태양과의 절묘한 거리 유지와 달과의 신비한 공생관계로 인해 역동적으로 변화하면서도 스스로 제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p49

스스로 생존이 가능한 생물들이 살아남고, 그 자족적인 생물들이 다른 생물들과 창조적인 결합을 이룸으로써 지구는 진화했다. 이 창조적인 다른 생물과의 결합을 ‘알로포이에시스 allopoiesis'라고 한다. 이를 번역하면 ’타자 결합 생성‘이라는 의미다.

p59

전자 현미경을 동원해야만 생명의 기원을 추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원자는 별이 폭발할 때 형성됐다. 까마득한 옛날,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한 후 별들이 폭발하면서 우리 몸을 구성하는 기본 원자들이 만들어졌다. 내 몸이 우주에서 왔다니! 그렇다면 나는 별이다. 나의 왼손과 오른손을 구성하는 원자들은 어쩌면 각기 다른 행성에서 왔는지도 모른다.

p61

생명이란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의연하게 존재하는 능력이다. 산다는 것은 누구에게 종속되거나 어떤 도그마나 이데올로기에 매몰되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며, 설령 어려움과 외로움이 엄습하더라도 스스로 견뎌내는 인내다.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지 못하면 우주로 사라져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 나 스스로 생명을 유지하고 삶의 위대한 신비를 찾아나서는 이 지상에서의 여정이 곧 진리다. 내가 현재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하나하나가 내가 살아 있음의 증거이며, 이 의식적이며 구도적인 삶이 바로 생명의 신비가 아닐까.

p65

대상을 깊이 관찰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 자신을 망각하고 그 대상과 내가 일치하는 수준에 도달하며, 그 대상처럼 사고하게 된다. 이 경지가 바로 공부다. 공부란 자신의 좁은 시선에서 벗어나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연습이다.

학문은 다른 사람들의 탁월한 식견을 수용함으로써 나를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p66

근본주의란 세상의 긍정적인 변화나 다름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만든 무식無識이라는 환상 안에 스스로를 감금시키려는 삶의 태도다. 무식은 배움이나 지식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에 대해 성급히 판단해 남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여러 가지 근본주의 형태 중 가장 골치 아픈 집단이 바로 종교적 근본주의 집단이다. 이들은 자신이 수용한 나름의 진리를 아무도 이해할 수 없고 논쟁할 수 없는 저 너머의 세계에 두고, 막무가내로 그 무식을 주장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진리는 사실 신이나 피안의 세계라는 어설픈 용어를 빌려 자신의 편견과 확장한 자기기만인 경우가 허다하다.

p78

인간은 그저 흙으로 돌아가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지상에서 순간을 살면서도 하늘을 쳐다보고, 자신이 맡아야 할 배역을 찾고, 그 가면을 쓰고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연기하는 존재다. 이런 개념은 근대 유럽 언어에 영향을 주어 ‘맨man'이라는 용어를 등장시켰다. ’man'이란 ‘생각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p88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수긍하는 시공간을 넘어선 진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진리라는 이데올로기를 자신의 처지에서 새롭게 희구할 뿐이다. 시대에 따라서 진리는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것을 연구한 집단이나 개인에 따라 다양하고 독특한 모습으로 등장할 뿐이다.

p95

이족 보행을 하면서 폐가 에너지를 절약하고 숨을 자유자제로 조절할 수 있게 되자 인간의 입이 말을 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p128

이족 보행을 시작한 인류의 조상이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음으로 한 것이 바로 ‘도구 제작’이다. 도구 제작은 현생 인류로 다가가는 중요한 징검다리였다.

p137

어떻게 원시인은 길에 굴러다니는 돌을 보고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그가 석기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석기를 만들지 않으면 자신의 생명과 생존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절박성이 모든 창조와 혁신의 어머니다.

p154

‘투르카나 소년’이 속한 호모 에렉투스는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건너간 첫 번째 호모다. 인간이 지닌 오랜 속성인 여행 본능이 이때부터 유전자 속에 새겨져 중요한 밈meme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p155

인류의 이동을 가속화한 결정적인 이유는 빙하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지중해의 물들이 대부분 얼어붙고 아프리카와 유럽이 지브롤터와 튀니지, 시칠리아 그리고 이탈리아 반도와 연결되어 도보로 이주가 가능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획기적인 사건은 불의 정복과 인위적인 사용이다. 자연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인 불은 인간에게 있어서 매우 특별한 도구다. 에너지의 원천이자 변화무쌍한 불을 인간이 인위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독립적인 존재가 되었다는 선포다.

p162

모든 동물들은 지속적인 현상, 특히 태양의 규칙적이며 예상 가능한 움직임에 맞춰 자신들의 행동을 조절한다. 그들은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움츠러든다. 동물들에게는 생물학적 시계가 있어서 태양과 함께 자신들의 활동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을 길들이게 된 인간은 이 엄격하고 자동적인 생물학적 시간을 파괴하고, 훨씬 유동적인 시간을 창조하기에 이른다. 자연적인 시간에 개입해 자신만을 위해 특별한 시간을 만들게 된 것이다.

p181

더 이상 나무에 올라가 먹이를 찾지 않게 된 호모 에렉투스의 몸은 변화했다. 어깨는 몸 쪽으로 내려와 머리 부분 근육과 점점 분리되었고, 목은 길어지고 팔은 짧아졌으며, 발가락은 짧고 곧게 펴졌고, 다리는 점점 길어졌다. 이로써 인간은 유인원들 중 유일하게 나무를 잘 타지 못하는 동물이 됐다.

p190

짐승에게는 요리사가 없다. 지구상에 요리를 하는 유일한 생물은 인간뿐이다. 음식을 요리하면서 인간은 비로소 온전히 완성됐다. 뇌는 커지고 내장은 작아졌으며, 식사라는 의식을 통해 인지적 동물로 진화한 것이다. 최초의 인류는 어떻게 사냥한 동물을 불에 구워 먹을 생각을 했을까?

p197

요리라는 행위는 음식을 씹고 소화시키는 과정을 몸 안이 아닌 밖으로 끄집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는 몸 밖에서 거의 모든 음식을 잘게 썰고 뜨거운 물에 데치고 불에 구워 완성한다. 신체 내에 있는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불을 이용해 이 임무를 완성하는 것이다. 또한 요리는 음식 안에 존재하는 유해 성분을 제거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비축한다.

p199

인간은 자신이 먹은 것을 통해 생존하지 않고 소화한 것을 통해 생존하는 셈이다.

p202

우선 가장 원초적인 부분은 척추에 붙어 있는 뇌간腦幹이다. 이 부분은 자신의 생존을 보장하는 움직임, 예를 들어 숨쉬기와 공격에 반응하는 즉각적인 움직임을 조절한다.

이 외는 생각하거나 배우지 않는다. 만일 누군가 공격을 하면 그것에 반응해 싸우고, 먹잇감의 냄새를 맡으면 그것에 반응해 먹이를 찾아 나선다.

p203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같은 작은 원숭이와 호모 에렉투스의 뇌를 비교하면 거의 구분이 어렵다. 이들의 뇌는 모두 뇌간, 변연계 그리고 신피질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침팬지와 호모 에렉투스를 구분하게 했을까? 그것은 뇌 용량의 크기다. 인간의 뇌에서 신피질이 차지하는 부분은 76%이며, 침팬지는 72%다.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이4%가 다른 유인원과 인간의 차이를 만든다.

인간은 외신경세포가 더 복잡하고 정교하게 연결되어 관찰, 성찰 그리고 배움을 강화한다. 침팬지도 자신이 보는 것을 관찰하지만 인간은 그 관찰한 것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고 상상하고 추상적으로 사고한다. 오랑우탄의 경우 화가 나면 참지 못하고 파괴적으로 표혀하지만 인간은 그런 행동의 결과를 예측해 화를 절제한다.

인간은 이렇게 예측한 정보를 지식으로 축적하고 자신의 자녀에게도 전달한다. 인간은 후손에게 생물학적 유전자뿐만 아니라 축적된 문화적 유전자도 전달한다. 이런 방식으로 후손은 지식을 전수받고 그것을 다시 확장한다.

이 지식은 지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재생산되어 문화와 문명을 이룬다. 인간의 뇌는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다. 그리고 문화는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로서 상상하지 못할 경지로 인간을 인도한다.

p205

이렇게 항상 식사를 같이 하는 구성원들을 우리는 ‘식구食口’라고 부른다. 이 행위는 인간 사회의 핵심 단위인 부부와 가족의 탄생을 예고했다. 다른 동물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그 장소에서 혼자 먹어치우거나 새끼에게 가져온다.

그러나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마누 앉아 눈을 맞추고 음식을 나누며, 특히 아무리 배가 고파도 자기 혼자 먹어치우지 않도록 자기절제를 연습했다. 이것이 곧 예절이다.

식사라는 의례는 인간을 문명화시켰다. 불과 불이 만들어낸 음식이 인간에게 예절이라는 추상적인 행동 양식을 가르쳐준 것이다. 음식을 장만하고 불에 구운 고기를 함께 잘라먹는 행위는 인간에게 있어서 서로에 대한 신뢰이며 하나의 공동체라는 계약의 상징이다.

p209

여성이 출산 후 다시 임신을 하거나 생존에 필요한 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신생아의 조부모가 아이의 양육을 돕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주 양육은 인간만의 문화다. 조부모에게는 이제 손자 양육이라는 명분과 의무가 생겼고, 이들의 평균 수명도 점차 늘어나 손주가 결혼할 때까지 건강을 유지한다.

p210

문화는 한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삼을 만하다거 인정하고 서서히 형성한 최선의 가치다.

그래서 이 문화는 눈으로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문화의 표현은 볼 수 있다. 그 사람이나 집단의 수준은 그들이 하는 생각, 말 그리고 행동에 스며 있는 배려의 정도에 의해 결정된다.

정제되지 않은 말과 글의 특징은 타인에 대한 배려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배려도 없다는 것이다. 자신을 향한 배려란 자신의 처지에 대한 깊은 생각과 표현이다. 즉흥적이며 이기적인 입담과 글이 공동체의 미디어를 장악한다면, 그 사람들이 만든 국가는 후진국이 될 뿐이다.

p217

30만 년 전, 주먹도끼로 근접 사냥만 하던 인간은 이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들은 멀리 있는 동물을 단번에 죽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했다. 더 빠르고 더 날카로운 무기를 발명한 순간 그 창조성 이면에 폭력성도 피어나기 시작했다.

p226

인류는 함께 모여 살면서 갈등이 생겨나고, 자신들이 개발한 무기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족과 사회의 약자를 돌보는 배려의 문화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인간의 위대한 여정은 이런 혁신으로 스스로를 ‘이타적 동물’로 변모시켰다.

p230

인간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고 익숙하지 않은 ‘타자’를 자신보다 지적으로나 영적으로 낮은 인종으로 취급한다. 특히 성양은 오리엔탈리즘적 이데올로기로 동양을 파악했다. 이런 자기중심적 사고는 서양이 동양을 이해와 타협의 대상이 아닌 정복과 보호의 대상으로 여겼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p261

우리는 흔히 의례가 성당이나 사찰과 같은 종교 시설에서 신자들이 정기적으로 신에게 드리는 정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삶의 행동을 가만히 분석해보면 그 안에는 수많은 의례가 존재한다.

올림픽과 같은 운동 경기를 시작하기 전 국기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에서부터 입학식, 졸업식, 결혼식, 장례식과 같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 심지어는 개인이 자기수행을 위해 심신을 단련하는 수련 행위 등 의례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사실 인간 삶의 행위는 그 자체가 의례라고 할 수 있다.

p271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이름을 갖기 위해서 혁신적인 혁명이 필요했다. 그 혁명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한 정신적인 혁명이었다. 유인원에서 인간으로의 전이 과정에 일어난 획기적인 사건은 바로 ‘예술’이다.

p277

현생 인류의 최초 예술작품은 바로 조각이다. 조각은 자신이 의도한 것을 나무, 돌, 금속과 같은 물질을 이용해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디자인을 실현시키기 위해 필요 없는 부분을 덜어내는 행위다.

p278

조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원하는 예술작품에 대한 영감과 구상을 마쳐야 한다. 조각 창작품은 마음의 노동으로 시작한다. 르네상스 조각가 미켈란젤로는 피렌체 시청 앞에 세울 다윗 조각상을 만들기 위해 커다란 대리석 앞에 서서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 그 조각상은 내가 작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이 대리석 덩어리 안에 완성되어 있지. 그것은 이미 그 안에 있어. 나는 필요 없는 것들을 덜어낼 뿐이야.

p299

인간은 자신의 상식 수준에서 혹은 상식을 최대한 확장할 수 있는 경계 안에서 대상을 인식한다.

p304

관찰한다는 행위는 인내를 가지고 그 대상을 자세히 본다는 의미다. 이렇게 자세히 관찰하고 기억하는 연습은 인류에게 예술이라는 선물을 가져다주었다.

p307

우리가 보는 현상은 복잡하나 그 복잡성을 설명하는 가장 단순한 법칙이 있다. 그 단순한 법칙을 추출해내는 과정이 바로 추상적 사고다.

p358

인류의 역사는 성찰과 묵상을 통해 자기 안의 이타심을 발견하고 그 소중한 마음을 지키고자 노력해온 여정이다. 그리고 그 노력이 결국 오늘날 우리를 만들었다.

p375

1만 4000년 전, 마침내 빙하기가 끝나고 산천초목이 풍요로워지고 동물들이 생기를 되찾았다. 인류는 유럽을 떠나 거주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중동으로 이주했다. 이곳은 오늘날 이스라엘에서 이라크에 이르는 지역이다.

p377

그들은 주변의 식물들을 관찰하고 실험함으로써 재배 가능한 최적의 곡물들을 추려냈다. 이른바 ‘신석기 혁명’은 정착 문화를 통해 식용 식물을 선별해 심고 추수하는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

자연스럽게 인류의 수는 증가했다. 그들은 더 많은 양의 식물을 추수하기 위해 관개수로 공사와 벌목을 감행했다 그리고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노동을 분화하고 다른 마을 사람들과 물물교환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니 의견 차이로 인해 서로 부딪치는 일들도 생겨났다. 인류는 사람들 간의 갈들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 조직을 만들고, 지도자와 사제를 내정해 중재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또한 이때 사후세계라는 관념이 명확히 자리 잡으면서 종교와 종교 지도자는 그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이데올로기가 됐다.

이후 사유재산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서로 소통하기 위해 문자를 발명하면서 드디어 최초의 ‘문명’을 구축하기에 이른다. 기원전 3300년 메소포타미아 남부에는 인류 최초의 수메르 문명이 등장했다. 수메르 문명은 석기 시대가 끝나고 청동기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p380

정착 문화는 농업 혁명을 위한 준비 단계다. 정착 문화의 특징은 인구가 증가하고 가옥과 마을이 형성되며, 새로운 석기와 값비싼 장식물, 무덤과 장례의식, 샤먼, 그리고 물물교환이다.

p381

농업이라는 ‘사건’이 인간의 삶을 바꾼 것이 아니라 인류의 ‘상상력과 의지’가 오히려 농업을 발견한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p388

꽃은 인간 내면의 무의식을 자극해 긍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례에서의 꽃 장식은 그곳에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의 유대를 강화한다. 사냥과 채집으로 연명하던 인간은 이제 이런 장례를 통해 농업혁명으로 나아가는 안정적인 공동체를 창조했다.

p391

인간은 상상력, 경외심 그리고 호기심과 같은 중요한 지적 능력을 획득한 뒤 자신의 주위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이해하려는 욕망을 갖게 됐다. 다윈은 이 멸절하는 만물 안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추측하기 시작한 것이 종교의 기원이라고 이야기한다.

p392

종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정교한 사회성 인식과 신장이다. 인간은 삼라만상을 그저 바라보는 그치지 않고, 그것을 만든 주체를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무생물에게도 자신의 감정, 욕망, 의식을 불어넣고자 하며, 이런 경향은 여러 문화 안에서 종교적인 형태로 등장한다.

p410

동굴 안은 세상의 소리와 빛이 차단된 원초적인 장소였다. 너무 고요해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유일하게 자신의 숨소리와 심장이 뛰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p412

인간의 위대한 여정은 자기 자신 안에 있는 위대함을 발견하고 자기만의 노래를 부른 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당신은 당신의 이야기를 찾았는가? 그 이야기를 아름다운 선율에 실어 노래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