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옥>
* 허수 없는 한정식이 고전적, 공간형 상차림으로 나온다. 한정식은 반찬 가짓수 마련에 재료 각각의 신선도 유지에 더한 제맛을 내기가 힘들어서 치열한 식당의 경쟁 속에서 특히 불리한 메뉴다. 그럼에도 꿋꿋이 맛과 품격과 전통의 풍미를 유지하여 품격 있는 밥상을 마련해 주고, 화성행궁 옛 정취를 더해주는데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1. 식당 얼개
상호 : 화성옥
주소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신풍로 47
전화 : 031) 256-7002
주메뉴 : 추어정식, 한정식, 추어탕, 튀김
2. 먹은 날 2019.10.14.저녁
먹은 음식 : 한정식(1인 13,000원)
3. 맛보기
1인 13,000원 한정식의 이름을 건 식탁이라기에는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살짝 부실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되는데 상차림을 보면 이것이 턱없는 기우였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가짓수과 음식맛이 모두 평균 이상, 충실한 상차림과 맛이다. 소위 가성비 좋은 밥상에 고전적 분위기는 덤이다. 거기다 지척의 화성행궁이 앞마당이니 화려하기 짝이 없는 식사다. 의미와 재미를 꽉 채운 행복의 시간이다.
추어탕이 간판메뉴이지만 한정식에서는 너무 강한 향취가 한정식 밥상을 압도할 것이 우려되어 그냥 한정식을 주문했다.
그윽한 전통 실내장식에서 풍겨 오는 묵은 솜씨의 맛이 식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된장찌개와 코다리구이만 맛봐도 식탁 점수를 당장 상등급으로 매길 수 있다. 적당히 촉촉하면서도 결대로 찢기는 살아 있는 육질의 부드러운 식감은 다른 나라 어디에서도 생선요리에서 찾아보기 힘든 맛이다.
된장국은 상품 된장으로는 낼 수 없는 장독대 된장 맛이다. 느끼하지 않고 약간 간간하면서도 깊고 강한 맛이다. 국물을 텁텁하지 않게 하여 맑은 장국맛으로도 즐길 수 있다.
된장찌게는 우리만의 맛이고 대표 얼굴이니 독특한 우리 한국맛이라 치자. 해물도 우리는 우리식의 요리법을 많이 가지고 있다. 간장게장도 그것이다.
요새 게장은 싱싱한 꽃게를 짜지 않게 끓인 콩간장을 부어 만든다. 짭짜름한 전통 게장과는 다른 전혀 다른 요리법이다. 이름은 같아도 전자제품 발달의 부산물로 사실상 전혀 다른 음식이 된 것이다. 발효음식이 아니니 말이다. 냉장 이동으로 인해 우리 한식은 이렇게 끝없이 확장된다. 한식상 많은 반찬 중 하나이지만 맛은 혼자만인 것처럼 실하게 제맛이 난다.
취나물은 사실상 약간 재넘어 삶은 맛이다. 그래도 풍미는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재료의 신선함, 재료의 우월함 탓이다. 취나물 고유이 향이 그대로 살아 있어 입안 가득 차오르는 풍부함, 우리 산하의 향기, 산나물을 이렇게 먹는 법을 개발한 조상의 혜안에 거듭 감탄할 따름이다.
다른 많은 나라에 가서 주의를 하며 음식을 먹어봐도 우리식 산나물은 맛보지 못했다. 음식으로 엄청 자존심이 높은 프랑스, 전국 곳곳을 다니며 먹어봐도 이런 산나물이 사용되는 식탁은 만나지 못했다.
중국음식, 일본 음식에서도 산나물이 사용되는 사례가 거의 없다. 중국음식에서 일부 발견되는 산나물도 이렇게 무쳐먹는 것은 보지 못했다. 조리법이 완전 다르고 종류도 많지 않으며 취나물은 더구나 보지 못했다. 산이 65%정도인 우리 나라의 자연조건이 식재료의 다양화에 얼마나 유리한지, 또 이렇게 발견되는 산나물을 식탁에 얼마나 다양한 조리법으로 올려왔는지, 그 행운과 지혜에 감사와 감탄을 보낸다.
4. 먹은 후
<화성행궁> 및 골목구경
조선의 22대 정조 임금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화성에 옮기고 자주 찾아 축조한 궁이 화성행궁이다. 대부분의 건물이 그동안 유실되어 새로 지어졌으나 그 동안의 복구로 정조와 그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흔적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힘으로 가속화된 복구와 전통보존의 힘은 주민의 일부를 떠나게 했지만 역으로 떠난 공간이 남긴 여유를 고전 문화공간으로 만들어나갔다. 그 공간의 중심지역에 화성옥이 있다.
화성옥은 공간적 중심인 것만은 아니다. 행궁 보존 행사에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참여자 모두에게 떡국을 제공하는 지역사회 훈훈한 미담에서도 주연 터줏대감이다. 추어탕집으로 시작한 20년이 넘은 손맛의 경륜을 역사의 향기를 더해 계속 이어나가주길 바란다.
우리는 우선 식후에, 식전에 앞마당 화성행궁에서 음식의 향기에 이어지는 역사의 향기도 함께 만끽하도록 하자.
화성행궁의 정궁 봉수당의 모습이다. 봉수당 안에 정조임금과 일월오봉도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