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예뻤다, 그때는
70년대 만 해도 집집마다 에어컨을 놓고 살지는 못했었다.
아니면 지금까지 내가 꾸준히 살고 있는, 서울에서도 제일 끝 동내라서 부자들이 별로 없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랬지만 내 이웃들이 가난했기에 돈 많은 사람들의
살림살이는 먼 나라 백과사전에서나 찾아보던 서울의 촌 사람 이였을 것 이다.
그래도 좀 산다 하며 있는 척을 심심찮게 하던 내가 용문사
산행 길에서 엮어진 남자 애들과 자연적인지 필연적인 만남을 통해 서울 부자들이 살고 있다는 동교동과 서교동을 처음으로 알게 되였었다.
우리나라 땅이 무지막지하게 넓은 것도 아닌데 수 십 년을
서울사람인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동대문구가 서울의 중심인줄 알았었다.
친한 친구가 살고 있었던 굴래방 다리 라는 동내와 , 1.21 사태 후 서울지역 고등학교 학생들이 궐기대회인지 뭔지로 광화문 을 행진했을 때 , “와~ 우리나라 멋지고 넓구나 하며 행진의 목적을 잊고 광화문
넓은 길을 감탄했던 일도 있었다. 광화문 사거리에서의 화려함과 함께,
국기와 교기를 앞세우고 행진할 때 무지하게 추웠었다는 기억도 남아있다.
또 그 때는 통행금지가 있었는데 1년에 몃 번 해제되는 날이 있었다.
그 날이 되면 우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명동이나 무교동,을 걸어서 가고 걸어서 되돌아 오는 호사와 자유를
누렸다.
또는 중간 고사가 끝나는 날에는 청량리 역으로 달려가
거북이 보다 조금 빠른 기차에 올라 덕소나 팔당으로 일상 탈출을 즐기기도 했다.
아~참, 청량리 역 앞에는 대왕코너라는 백화점 비슷한 것이 있었는데 아마 그 날이 “크리스마스날로
기억되는데 엄청나게 큰 화재가 났었다.
지금 청량리를 찾는 사람들 중에 “대왕코너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 지만 “대 화재가 나고
난 후 “대 자가 들어간 이름이 큰 불이 날수 있다고 하여 “대왕코너는
“맘모스로 이름이 바뀌였는데 지금은 롯대 백화점이 되였다.
나는 대왕코너나, 롯대백화점하고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인데 어째서 건물 이름의 변천사를 잘 아느냐고 묻는다면 청량리는 나의 시간들이 공존 해 있기 때문 이라고 대답해야 할 것
같다.
나이가 환갑 진갑을 넘기고 나니까 휴대폰 들고 휴대폰을
찾는다거나. 냉장고 문을 열고 왜 열었는지도 모르고, 외출했다가
가스불을 끄지 않은 것 같아 되돌아 오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나는데 신기하게도 수 십 년 전 기억은 어제처럼 생생하다.
그 추억 속에 한 페이지인 “에어컨 사건은 많이 특별하지는 않을 것도 같지만 , 볼품없이 평수가
늘어난 몸뚱이를 거울에 비춰 보다가 그날 그 다방에서의 작은 사건이 생각났다.
복” 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날 인데 나는 더운 것이 “호한마마보다 무서웠던 터라 찬물에 머리를 대충 감고 집 근처
다방으로 달려갔다.
“칠성다방인지 ,고향다방인지 지금은 다방 이름은 기억나지
않은데 , 그 다방에는 귀하고 귀한 에어컨이 있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풀어 헤치고 들어가 에어컨
앞에 깊숙히 앉았다
젖은 머리카락을 휘감고 도는 에어컨 바람은 천국이 따로
없었다..
커피 한잔으로 몃 시간은 버텨야 하겠다는 야심찬 결심을
굳히고 있을 때 그 사건이 일어났다.
기생 오빠같이 생긴 아저씨가 내 곁에 붙어 앉더니 다짜고짜
내 어깨를 끌어 안았다.
“ 언제 왔어? 이름이 뭐야? 몃 살이야?
그 남자는 내 몸을 더듬으며 대답 없는 질문을 늘어 놨다.
나는 예기치 못한 황당한 상황에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한
체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
나는 육십 년을 넘겨 산 지금도 어리바리 하지만 그때는
지금 보다도 더 바보
스러웠는지, 다방
아가씨가 달려와서 수습을 해 줄 때 까지 그대로 있었다.
“ 어머나,, 윤 사장님! 이
분은 손님이세요.
“뭐라고!
손님이라고? 오늘 새로 마담이 온다고 했잖아?
남자는 나를, 새로
온다는 얼굴마담으로 알았던 것이 였다. 그 시절에는 다방에 한복을 곱게 입은 예쁜 마담이 있었는데 나를
새로 온다던 마담으로 알았던
것이다.
윤사장 이라는 남자는 허리를 반쯤 굽히며 미얀하다며 자리를
떳는데 나는 그 때 까지도 그냥 멍하니 앉아있다가 그냥 다방을 뛰쳐나왔다.
그런데 나이 들어 가면서 이것도 주책인지 그 날을 웃으며
추억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응큼스러운 미소를 감추고 있다.
지금은 쌀 한 가마와
맞먹는 몸에 찰랑거렸던 물에 젓은 머리는 꽁지 빠진
닭 이 되였고 얼굴 주름살 사이로는 심술보가 덕지덕지
자리 잡고 있으니 어느 누가 예쁜 마담언니로 착각한단 말 인가?
내 스스로 거울에 비춰봐도 끔찍한 모습인데 세월을 원망해야
할까, 관리 못한 나의 게으름을 반성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그 날에는 알지 못하는 남자 품에 안겼었지만 그래도 그 때가 봄 날 이였나
하는 생각을 하며 아무도 몰래 웃었다.
“그땐 나도 예뻤는데,,,ㅎㅎㅎ
첫댓글 그 때는 다방 마담처럼 예뻤으니 그런 남자가
끌어 안지 않았겠어요?
아! Yesterday once more!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빛날 때 그대 영광 빛을 찾으소서!
하지만 지금의 춘몽씨가 훨씬 낫다는건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에~고 ,,, 우리집에도 거울 있거든요,,ㅋㅋㅋ 그 때는 길거리 헌팅도 심심찬게 받았는데 ,,,ㅎㅎ
추억이란 참으로 좋은것 같아요,,, 눈물나게 되색임질을 할수 있어서 오늘도 살 만한 삶 입니다., ㅎㅎ
크리스마스 이브.
명동, 종로거리가 청춘 남녀들로 가득했지요.
통금이 해제된 날. 마치 해방이 된듯 했지요.
이강선생님과 우리들이 어쩌면 통행금지가 해제된날 명동 어느다방에서 마주 쳤을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저는 청자다방이나 중앙다방에 자주 갔는대요?, ㅋㅋ 중앙다방 DJ가 "커피한잔" 노래를 잘 틀어 줬거든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