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이 절벽을 어떻게 내려가나 (1)
첫 등반을 시작하여 정상까지 올라왔다. 몇 피치를 어떻게 올라왔는지 모르겠고 정신도 없다. 팔도 어깨도 아프고 온몸이 뻐근하다. 바짝 조여 신은 암벽화로 발가락도 아프다. 그러나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가슴이 탁 트인다. 지금까지 꿈에서도 보지 못했던 아름답고 새로운 경치에 가슴이 벅차다. 내가 이 자리에 서게 될 줄이야. 이 정상까지 올라왔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그래 등반은 이런 맛에 하는 것이다.
안전한 하강, 등반의 완료
오늘 등반의 절정, 첫 등반의 벅찬 기쁨을 만끽한다. 충분히 기뻐하고 축하받아도 좋다. 그러나 등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올라온 그 거리만큼 다시 내려가야 한다. 안전하게 내려가서 땅을 딛고서야 등반이 완료되는 것이다. 등산화를 갈아신고 잠시 쉬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슬슬 걱정이 된다. 눈앞만 보고 당장의 일만 생각하고 올라왔으니 몰랐는데 지금 서 있는 이곳은 바로 송곳같은 바위 절벽 꼭대기이다. 저 아래까지 어떻게 내려간단 말인가. 만약 떨어지면 어떻게 되나. 생각도 하기 싫다. 두렵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다.
그러나 여기 까마득한 정상까지 올라오지 않았는가. 올라왔으면 내려가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누구나 올라왔으면 내려가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그렇다.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다. 우리 친구들은 하강기의 사용 방법과 원리를 배웠다. 기본 원리는 똑같다. 방법도 단순하다. 배운대로 하나씩 하면 된다.
우리 친구들의 첫 하강은 선배들의 철저한 지도와 감독으로 시작한다. 하강시스템과 장비, 그리고 선배들은 충분히 나의 안전을 지킨다. 그러나 일단 하강이 시작되면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 하강 포인트를 떠나 발이 땅에 닿을 때까지 모든 것을 하강자 스스로 해야 한다. 등반보다 더욱 위험하다. 하강기를 설치하고 조작하여 안전하게 내려가는 방법을 철저히 익혀야 한다. 등반 사고의 대부분이 하강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몇 번이라도 확인하여야 한다.
초보자인 우리 친구들이 처음부터 하강 로프를 설치하거나 회수할 일은 없다. 그저 나만 잘 내려가면 된다. 그렇지만 하강의 준비부터 로프의 회수까지 전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나의 안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또 등반을 계속하며 언젠가는 우리 친구들도 해야 할 일이다. 이제 하강 로프를 설치하고 팀원들이 모두 하강한 다음 마지막 사람이 하강을 완료하여 로프를 회수할 때까지 전체 과정을 알아보자.
하강 로프의 설치
하강은 로프를 확보 지점에 고정시킨 다음 하강기에 통과시켜 그 마찰력을 이용하여 내려가는 것을 말한다. 하강할 때 하강하는 사람의 체중과 장비 등의 무게는 암벽에 고정된 하나의 지점에 집중된다. 그만큼 위험하다. 하강 로프의 설치는 지도자 또는 경험이 많은 팀원이 한다. 그러나 우리 친구들도 설치 방법을 알아 두어야 어떤 경우에도 안전한 하강을 할 수 있다.
하강 지점은 대부분 하강고리가 있는 체인으로 연결된 2개 이상의 볼트가 바위에 고정 설치되어 있다. 하강 고리는 로프가 잘 통과하고 손상이 되지 않도록 둥글고 매끄럽게 처리되어 있다. 하강 지점의 앵커에 로프를 고정시켜 팀원들을 하강시키고 마지막 하강자가 로프를 회수할 수 있도록 다시 설치하여 하강한다.
여기에서는 처음부터 로프의 회수가 가능하도록 하강고리에 로프를 설치하고 더욱 보강하여 팀원들을 하강시킨 다음 마지막 하강자가 정리하여 하강하는 방법을 소개할 것이다.
하강해야 할 거리에 따라 설치할 로프의 수가 달라진다. 등반 로프는 대부분 60m 정도의 로프를 사용한다. 하강 거리가 짧으면 하나의 로프를 반으로 접어 설치한다. 먼저 앵커 체인의 하강고리에 로프의 한쪽 끝을 넣어 아래로 당긴다. 로프의 중간 표시가 나올 때까지 당기고 중간 표시가 하강고리에 오도록 한다.(1) 로프에 중간 표시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면 로프를 정확히 반으로 접어 고리에 넣고 한쪽을 빼서 반드시 로프의 중간이 하강고리에 걸치도록 하여야 한다.
하강 거리가 길 때에는 60m 로프 2개를 연결한다. 먼저 한쪽 로프의 끝을 하강고리에 통과시켜 다른 로프의 끝과 함께 옭매듭하여 연결한다. 이때 두 로프의 끝은 옭매듭 위치에서 30cm 이상 남아 있어야 한다.(2)
매듭한 부분이 커지면 하강 후 로프를 회수할 때 바위나 나무의 틈에 끼기 쉽다. 그러면 당겨도 잘 빠지지 않는다. 가능한 매듭이 작아지도록 한 번만 옭매듭하는 것이 좋다. 간혹 옭매듭의 백업으로 한쪽 로프로 다른 쪽 로프를 감아 다시 옭매듭하기도 한다. 연결하는 2개의 로프가 굵기가 다른 경우에는 가는 로프로 굵은 로프를 감아 옭매듭하여 처음의 옭매듭 쪽으로 바싹 당겨 놓는다.
로프를 고정하기 위하여 하강고리를 통과하여 양쪽으로 늘어진 두 줄의 로프를 잡아 중간고리 8자매듭한다. 이때 생긴 고리에 잠금 캐러비너를 걸고 아래쪽에 늘어진 두 줄의 로프와 함께 걸어 잠가 놓는다.(3) 이렇게 되면 잠금 캐러비너 아래에 늘어진 두 줄의 로프는 고정되고 각각 독립적으로 하강에 사용할 수 있다. 즉 두 줄의 로프를 함께 사용하여 하강을 할 수도 있고, 한 줄씩 이용하여 두 사람이 동시에 하강할 수도 있다.
두 사람이 동시에 하강할 경우 두 줄의 로프를 각각 퀵드로우에 클로브히치 또는 쉽생크 매듭으로 고정하여 다른 확보물에 걸어 둔다. 그러면 하강 볼트에 걸리는 무게를 분산할 수도 있고 두 줄의 간격도 벌려 놓을 수 있다. 어떠한 경우도 앞에서 알아본 장비와 로프 등의 강도를 생각하면 충분히 안전하다.
(계속)
첫댓글 가급적 전문서적과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짧은 저의 지식과 경험만으로 글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매우 어렵고 조심스럽습니다. 여러 선배님들께서 꼭 저의 잘못된 이해와 오류에 대하여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