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에 감사하고 건전한 관계 맺도록 도움
마음이 쉴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
잘 통합되면 공감·연민을 가동시켜
유연하게 집착에서 벗어나게 해줘
도파민도 줄어 편안함 갖도록 도움
2001년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의 신경과학자 데브라 거스나드(Debra Gusnard)와 마커스 라이클(Marcus Raichle)은 두뇌영역 가운데 완전히 별개의 아주 흥미로운 신경망인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를 발견했다. 마커스 라이클은 자기공명영상 기기 속에 누운 피험자들이 문제풀이에 몰두할 때 특정 두뇌부위의 활동이 오히려 감소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전의 신경과학자들은 인간이 인지적 활동을 하고 있을 때는 두뇌활동이 평소보다 증가하기만 한다고 생각한 것에 반하는 발견이다. 이 회로들은 뇌의 가운데, 앞과 뒤를 지나는 상호 연결된 중간선 영역에 위치하며, 사람들이 특정한 일에 몰두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활성화된다.
즉, 마음이 쉬고 있을 때는 활성화되고, 마음이 어떤 과제에 집중할 때는 활성화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마음이 이리저리 방황할 때 작동하는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잘 통합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평소에 여러 과제를 처리하기에 급급해 서로 연결되지 못하는 두뇌 부위들을 연결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바쁘고 정신없이 일할 때보다 어떤 일도 하지 않고 멍하게 있을 때 두뇌 속에서는 특정 정보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모드 사이를 흘러 다니기 시작한다.
두뇌는 무의식중에 여러 개념을 연결하고 있으며, 이렇게 연결된 생각들이 의식의 수면 위로 떠 올라오게 된다. 이때 통찰과 진정한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다. 우리가 멍하게 있는 동안 무심코 생각이 닿는 곳에서 뜻밖의 통찰을 얻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때의 두뇌는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하고 이전에 입력된 정보를 정리하기도 한다. 만약 불필요한 정보를 정리하지 않으면, 우리는 정보 저장공간이 줄어 기억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런데 정신분열증을 앓는 사람들은 대부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과잉반응과 초연결 상태에 있으며, 이로 인해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것과 같이 이 부위의 활동이 현저하게 저하되거나, 과도하게 분리되어 다른 영역들과 잘 연결되지 않으면 불안, 타인에 대한 과도한 반응, 걱정과 우울과 연결된 집착 등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잘 통합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공감과 연민을 가동시키고, 유연한 형태의 자기 인식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뇌의 힘을 껴안아 단독적 자아 집착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어쨌든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과잉 활동과 과소 활동이라는 양극단 사이에는 행복과 신체 건강과 창의성을 증진하는 최적의 균형 상태가 존재한다. 이 최적의 균형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그런데 연구에 의하면 집중된 주의력, 열린 알아차림, 친절한 의도의 세 기둥으로 이루어진 명상 수행이 뇌 차원의 통합을 돕고, 기본값으로서의 디폴트 모드 성향을 바꾸는데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명상 수행은 뇌간에서부터 위로 변연계와 대뇌피질까지 수직적으로 위치한 보상체계의 강도를 약하게 하며, 이러한 보상체계의 변화는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갈망을 약화시킨다.
명상 수행을 통해 보상 회로의 도파민 분비 강도가 줄어들면, 매달림이 자연히 줄어듦에 따라 더 열린 마음과 웰빙의 편안함이 뒤따른다. 결핍과 매달림이 아닌, 온전함과 완전함의 느낌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점차 결핍된 것을 갈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에 감사하기 시작하며 세상과 건전한 관계를 맺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신진욱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