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와 목련
김진혁
봄비 젖은 가지마다 송알송알 맺힌 음표
빗방울 합창단의 노래 소리 들으려고
울 너머 하얀 목련이 귀를 쫑긋 세운다.
난을 치면서
광고나 잡지나 칼라링 휴대폰까지
원색의 일상들을 잠시 접어 걸어 두고
하이얀 화선지 위에 난 한 촉 치는 오후.
헝크러진 마음일랑 맑은 물에 행구고
바위 서리 의지하여 살며시 꽃대 여는
청초한 정념 하나로 찌든 하루 다 씻는다.
흐르는 물소리는 담묵으로 풀어 놓고
화선지 빈 여백에 가득 채운 우주 만상
빛 보다 황홀한 고요가 낮게낮게 젖어온다.
공룡의 달
추석 무렵 보름달이 저리 크고 무거운가.
정읍부터 따라 온 달이 추월산을 넘더니만
빌딩 숲 그물에 걸려 꼼짝없이 잡혀있다.
지상의 불빛들이 일순에 숨이 끊기고
도심은 어둔 그림자로 길게 엎드린 채
태고의 적막을 풀며 울부짖는 아, 공룡의 달.
고인돌마을에서
골마다 무릎 꿇고 순하게 정좌해 온
고인돌 무건 몸뚱이 문자 뒤에 숨었다가
수 만년 긴 잠을 털고 일어서는 달빛 몇 올.
갈대로 지붕 엮은 움막 위로 열린 하늘
북두성신 점지하여 달을 낳는 산고 끝에
원시의 정적을 깨는 울음소리 들리고,
목숨의 끈 움켜쥐며 필살의 사냥터에
잘 벼린 돌촉 매고 허기 쫒는 억샌 근육
시퍼런 잉걸불 같은 눈동자도 보았다.
은하도 결이 삭을 이명 넘은 연대긴데
혼백이야 있으랴만 얼핏 내 몸 어딘가에
일월도 지우지 못한 유전자가 꿈틀댄다.
풍경소리 (3)
대웅전 처마 끝에 매달린 청동물고기
뼈와 살 곱게 갈아 허공중에 흩날리고
바람 끝 몸을 맡긴 채 구도의 길 떠나시네.
수만 수천 바람자락 지나 온 순간 마다
영겁 속 한 점 불씨 중생들의 짧은 삶이
사바의 너른 바다에 파도 되어 일렁인데,
밀물은 칼이 되어 구곡간장 도려내고
다독이는 썰물은 깊은 상처 어루지만
고해의 거친 풍랑은 생의 고비 끝이 없네 .
천인단애 벼랑길을 어찌 넘어 예 왔을꼬.
지난 세월 돌아보니 욕심은 부질없고
하 세월 속절없으니 만상 무심 공이로세.
바람이 불때마다 청량하게 울리는 소리
그 소리 여운을 따라 끝없이 가노라면
돌아 갈 열반의 길이 희미하게 보이더라.
시인소개
김진혁
- ‘84년 시조문학 등단
- ‘맥’ 시조문학 동인. 광주 전남 시조시인협회 이사,
- 시조집‘내 마음은 작은 두레’등 4권 상재
* 참고사항
- 주소; 500-855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 중흥(아) 101동403호 김진혁
- 연락처; 018-356-6160, 062-515-6160(집) e-mail; jhkim6160@hanmail.net
첫댓글 형님! 반갑습니다.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언제 광주출장가면 연락함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대로 시간이 맞을지는 몰라도..... 건강하시구요. 아! 보고잡다 별 할이야기야 뭐있을까만은 그저 옛날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