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였다.
머리에 하나 가득 나뭇짐을 이고 몸빼바지 (일복바지)를 입고 내 앞을 걸어가던 엄마. 그 뒤를 졸졸 따라가던 나. 엄마 껌딱지였던 나를 어김없이 땔감을 구하러 마래산에 가는 길에 나를 대동했다.
밝고 환한 봄날, 마래산 언저리마다 분홍색 꽃이 만발하고 나는 그 꽃을 따서 입에 물고 단 맛을 빨아들였다. 내 볼도 발그레하게 꽃이 되었다.
한참을 즐겁고 신나게 산을 누비던 내게, 앗, 이게 뭐람! 익숙한 얼굴. 새로 알게 된 같은 반 서홍○. 서홍○가 엄마와 아빠와 함께 김밥을 먹으며 웃고 떠들었다. 항상 양복을 입고 귀공자같은 녀석. 옆에는 또 다른 애. 새초름하게 앉아있는 강은○. 노래를 멋드러지게 불러서 케이비에스 어린이 합창단에 뽑혀 무척 바쁜 아이. 그 아이의 부모님도 함께였다. 돗자리에 앉아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하하호호 난리가아니였다.
나는 갑자기 얼굴을 돌렀다. 그 애들이 나를 못 알아보게 걸음을 빨리하여 엄마 앞으로 나아갔다. 손에는 진달래 한움쿰을 꼭 쥐고~~
나는 엄마가 부끄러웠다. 남들은 오붓하게 주말을 즐기는데 내 엄마는 항상 바빠야 하고 옷도 매번 일복이어야 하는 게 안타깝고 슬펐다.
" 미순이 아니냐?. 은○아, 맞지? "
홍○의 의심적다는 말이 계속 나를 쫓아왔다.
"같은 반 애냐, 김밥 좀 나눠줘라"
누구 엄마인지는 모르나 찬찬히 말했다.
"누굴 거지로 아나,"
나는 산길에 침을 뱉고 서둘러 엄마를 재촉하여 산을 내려왔다.
그때부터 나는 모든 게 부끄러웠다. 엄마가 연탄도 없이 아궁이에 불을 지펴 조리하고 물을 끓이는 것, 식구가 많아 세수도 줄을 서서 차례로 하는 것, 목욕은 일 년에 두 번 명절 때만 목욕탕 가는 것, 옷은 남의 옷 얻어다 입는 것.항상 바빠 눈코뜰 새가 없는 부모님!
집에 도착한 내 손에 땀에 젖어 후줄근 해진 진달래 꽃이 떨어졌다. 가지만 앙상했다. 그 이후 진달래만 보면 엄마를 부끄러워 했던 애달픈 추억이 떠올라 마음이 쓰라렸다. 시골집 마당에 애처로이 심겨진 진달래가 필 때마다 예전에 잊고 싶은 기억은 잊지 않고 다시 살아난다. 즐거운 것은 그렇게라도 엄마를 소환할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