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우리 같이 살까요
방송일 2018년 5월 21일(월) ~ 5월 25일 (금), 447번
앞집에 누가 사는지, 윗층에 누가 사는지
물리적 거리와는 반비례하게 멀어진 친밀함을 깨닫게 될 때
무심코 그 옛날 시골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옆 동네에 잔치라도 벌어지면
열일 제쳐두고 쫒아가 같이 즐기던 그 시절 추억
어릴적 내가 살았던 그 고향의 모습들
이 이야기의 끝에 묻고 싶다
지금 당신은 어디에 살고 싶나요?
제1부. 지리산에 살아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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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들로 둘러싸인 지리산 뱀사골 계곡
그 중턱에 구름도 누워가는 곳, 와운골이 자리하고 있다.
지리산의 자연이 선사하는 먹거리로 온 산이 뒤덮인 봄철의 어느 날
박한성, 양명순 부부가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20여 가구가 채 살지 않는 이곳 와운골
비록 작은 마을이지만 아무나 마을의 주민이 될 수는 없다
‘시골에서 살려면 뭐든지 잘 해야 한다’라는 말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손 안 가는 곳이 없다
아침에 눈 떠서 잠들 때까지
텔레비전 한 번 켤 시간도 없다는 박한성 씨 부부
피곤할 만도 하건만 다음날 아침이면 으레 그랬듯
분주한 하루를 시작한다
박한성, 양명순 부부가 와운골로 들어온 지 한 달째 되는 날
그토록 고대하던 채취 허가증을 목에 걸고
산속 깊은 곳으로 향하는 마을 사람들을 따라나선다
곰취, 두릅부터 고사리, 초피나무 잎, 자연산 표고버섯까지
첫 산행에 나선 이들 부부 앞에
지리산이 감추고 있던 봄의 선물들이 펼쳐진다
제2부. 봄날의 스님과 셰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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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재료일지라도 항아리 속에서
1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윽한 향과 깊은 맛이 우러나오기 마련이다
장성 천진암에 기거하던 정관스님과
셰프들의 발길이 홍천까지 이른 이유
작년 이맘때쯤 수확한 산마늘로 담근 장아찌가
벌써 꺼낼 날이 돌아온 것이다
오대산 깊은 곳에서 6년이란 시간을 보낸 산마늘에
스님의 손맛과 세월이 더해져
향긋함을 잔뜩 머금은 산마늘 장아찌
한 줌 가득 집어 올리는 스님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스님의 발걸음이 두 번째로 찾은 곳은
망경대산이 품고 있는 작은 절 망경산사
세 비구니 스님들이 20여 년의 세월을 보내며
키워온 산나물만 200여 종
흔히 볼 수 있는 취나물부터
고산지대에서만 자란다는 병풍취, 눈개승마까지
파릇파릇 돋아난 새싹들은
세계 각국에서 온 셰프들에게 만연한 한국의 봄을 선사한다
6명의 셰프들이 두 팔 걷어붙이고 만들어낸
갖가지 제철 봄나물 요리를 함께 나누어 먹으며
음식이 주는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제3부. 금산 목소리 뽑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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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차로 불과 40여 분, 만인산 줄기가 감싸안은 이곳에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을 간직한 목소리가 있다
5년 전,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생각하며
심기 시작한 산복숭아 나무가 어느새 1만 6,000여 주
갈등과 불화에서 화합과 소통으로
조금씩 바뀌어가는 마을의 모습과 함께
주민들의 얼굴에도 복숭아 꽃처럼
화사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이름하야 ‘목소도원(木巢桃源)’
가는 곳마다 복숭아 향기 퍼져 나오는 봄철 어느날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
이른 아침부터 빨간 조끼 갖춰 입고 마을 꾸미기에 여념이 없는 주민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준비한 축제가 코앞까지 다가온 것이다
한쪽에서는 직접 재배한 콩으로 두부를 만들고
다른 한 쪽에서는 이른바 ‘목소리 중창단’의 연습이 한창!
과연 이들의 축제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제4부. 내 마음의 덕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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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갔던 제비도 돌아오고
겨우내 잠자던 뱀들이 깨어나는 삼짇날
해마다 음력 3월 3일이 되면 조상들은 화전을 부쳐 먹으며
부쩍 다가온 봄을 마중하곤 했다
홍천강의 지류, 내촌천이 유유히 흐르는
강원도 홍천의 서곡마을
이곳에서 삼짇날의 의미는 조금 남다르다
덕탄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온 지역민들부터
귀농인, 귀농 예정인 사람들까지 한데 모여
화전을 부치고 함께 음식을 나누며
바쁜 농사일에 잠시 휴식을 가져본다
옥수수 씨앗 파종이며 곤드레 나물 수확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지만
하루쯤 이런저런 핑계 대어보면서
먹고 즐기는 것도 좋지 않을까
제5부. 흙처럼 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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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건
얼마의 노력과 실패가 수반되어야 하는 걸까
30년 넘게 홍천에서 농사를 지어온 연충흠 씨는
이제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아직은 조금 쌀쌀한 어느 날
연충흠 씨는 팔렬고 학생들과 전통 모내기에 함께한다
텃밭 가꾸기 수업의 일환으로
매년 이맘때 직접 모를 심어보고 수확까지 해보면서
농사의 가치에 대해 배워본다
연충흠 씨의 하루는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모내기를 끝내고 돌아오니
어느새 서울에서 손님이 찾아왔다
멀리 베트남에서부터 귀농의 꿈을 꾸던 김익순 씨 부부
선배 귀농인들의 산마늘, 병풍취 농장도 둘러보고
미리 구입해 심어둔 돌배나무들도 둘러보며
미래를 위한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낸다
‘귀농하면 3번은 울어야 해요.’라고 말하는 연충흠 씨
‘재미있게 살려고 귀농했는데 울면 안 되잖아요.’라고 다시 한 번 되묻는다
과연 그가 말하는 즐기는 농업이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