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0일 일요일 심한 안개 후 흐림
필자와 아내 그리고 교회의 지인 몇 분
도봉산(자운봉 717m)은 두자리 수를 등반한 산이다. 서울의 아름다움 중 하나는 사람이 거주하는 곳과 가까운데 산이 많다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일품인 산이다.
도봉(道峰)이라고 이름한 것은 조선왕조를 여는 길(道)의 기초를 닦았다는(道) 뜻과, 어느 뜻 있는 지사(志士)들이 그 뜻을 키우고자 학문을 연마하고 민생을 구제하고자 도(道)을 닦았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는데, 조선왕조가 흥한 이유는 이 산의 정기 때문이라는 전설이 있다.
도봉산역에서 시작한 산행.
광윤사를 경유해 포대능선으로..
겸손하게 고개숙여 바위구멍을 지나고
험하기로 유명한 포대능선 길. 이길을지나 긴 데크를 지난다.
도봉산 군(群)은, 정상인 자운봉(紫雲峰 717m)을 비롯 만장봉.도봉.우이암,선인봉 등 닭 볏 모양의 기이한 봉우리가 하늘 높이 솟아 있어서 팔팔한 정기가 어려 있다.
또 다른 설은 여러 봉우리들이 마치 길을 가듯이 일정한 방향으로 늘어서 있기 때문에 도봉이라 했다 한다.
가는 날이 장날이고 시집 가는 날 등창 난다고. 어제 강풍을 등반한 비가 많이 내렸고 그 여파로 오늘 아침까지 심한 안개가 끼어 있어서 도봉산의 아름다움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신선봉에서조차 자운봉도 잘 보이지 않는다
Y계곡을 거쳐
코로나가 계속되는 가운데 관계(關係)와 공간(空間) 관한 새로운 정립이 시도되는 이 때 그나마 사람이 적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도봉산 정상에서 사패산으로 가는 포대능선 상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달팽이 바위를 지난다.
봄의 중심으로 가는 때, 두터운 구름과 안개로 인해 몇 m 앞도 분간이 안되지만, 안개 가 허공에 좌우로 흩날리는 통에 시원함과 고요함이 업습한다.
산행은 특별함이 아니라 그냥 일상사가 되어 버리고.. 아무 감흥이 없을려고 하지만 안개마져 없으면 그나마도 심심할 것 같다. 필자가 그냥 해태바위라고 불렀다. 잠시 쉬어간다.
인간은 왜 산에 오르는가에 대한 질문은 수없이 많이 반복되었다. 현실 도피증 때문인가? 남 앞에 보이려는 만용 때문인가? 아니면 강함을 증명하는 남성의 본성에서 온 발로일까? 또는 자신의 잠재력의 발견인가? 아니면 한계능력을 시험하기 위함인가?
동양에서 산은 신들의 거쳐이기 때문에 등산(登山)이 아니라 입산(入山)이라 했다. 산신에게 허락 받은 자만이 허락되는 세계라는 의미에서다.
서양에서는 악령과 괴물의 거처가 산이기 때문에 접근하는 사람을 가리려 정신병자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정상적인 사람은 악령에게 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양사람에게 산을 오르는 것은, 용기를 가지고 악령을 극복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입산이 아니라 등반이다.
인간은 평지에서 살고 평평한 것에 머무는 것에 평안함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산은, 겹겹히 쌓인 흙덩어리, 바위덩어리, 얼음덩어리에 불과한 것이라 특별한 의미를 부과하지 않으면 산을 찾아가지도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는 속성이 있다.
도봉산은 바위덩어리일 뿐이고 그자리에 이었을 뿐인데 나는 좋아 그곳에 간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편에는 이런 말이 있다.
"뱁새가 깊은 숲속에 둥지를 틀어도 작은 마뭇가지 한개를 차지할 뿐이고 두더지가 황하의 물을 마셔도 그 작은 창자를 채울 뿐이다"
안개가 조금 사라졌다.
산에 오르면서도, 땀흘리는 재미와 오르락 내리락하는 맛에, 시간가는 줄 모르지만, 뱁새처럼 겨우 지구상의 한자락만 섭렵했을 뿐이다.
불자들은 산에서 수행한다. 산이 특별해서일까? 아니면 불자들이 유별나서 산만 고집하는 것일까?
정신 단련의 수단으로 재산 명예· 성욕 등 인간적인 욕망에서 해방되며 살아있는 것 자체에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상태 즉 절대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수행일진대, 그들에게도 수행의 최적의 장소가 산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이 산이었다.
여기서도도 봄의 끝자락을 느낀다. 철쭉이 전성기를 다해 힘에 겨워 꽃을 지워내고 있다.
안개가 따뜻한 공기에 조금씩 밀려 올라간다. 아직은 사방이 잘 보이지 않지만 나름의 아름다움에는 까무러칠듯한 구석이 있다. 안개의 소멸을 예감하기에는 절정이 환희롭다.
사패산(賜牌山 552m)에 왔다. 산꼭대기에서 교회의 지인들과 조우(遭遇)하기로 했다.
사패산은 조선시대 선조의 여섯째 딸인 정휘옹주가 유정량에게 시집갈 때 선조가 하사한 산이라 하여 사패산으로 불리었다는 것과 산아래 마패를 제작하는 곳이 있어 그 지명이 유래되었다는 두가지 이야기가 있다.
직장에 가까워 자주 오는 산이다. 의정부쪽으로 하산한다.
5시간 35분 34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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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