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의 삶-안동교구 남성동성당 이순구 미카엘
“지금처럼만 해라”
배효심 베로니카 안동 Re. 명예기자
안동교구 남성동성당(주임사제 양호준 델피노)에서 이순구 미카엘 형제님(78세)을 만났다. 예수님처럼 목수가 직업이었던 형제님은 성당의 조경과 가지치기, 눈 치우기 등 일손이 필요한 곳이면 늘 묵묵히 할 일을 찾아서 하며, 10년간 그의 재능을 고스란히 성당을 위해 봉사했다.
1974년 12월 22일 서울 명수대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지만 처음 30여 년은 겨우 주일이나 지키며 생업에만 열중하다 보니 신앙생활은 기쁘지 않고 아무런 즐거움을 찾지 못했다. 월남전 참전용사로 몸이 불편하여 1981년 상주로 이주하였고, 기도와 봉사를 모른 채 지내다 보니 예수님이 형제님을 떠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수님을 만나고 싶은 열망에 매일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고, 부인과 함께 40일간 성체조배를 하였으며 그 이후에도 혼자서 2년간 매일 성체조배를 하였지만 예수님을 만날 수 없었다.
2007년 3월 23일 남성동성당 하늘의 문 Pr.(단장 신광섭 요셉)에 입단하였다. 단원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기도의 맛을 알게 되었고, 봉사의 기쁨도 맛보게 되었다. 매일 성당에서 성체조배를 하다 보니 할 일이 눈에 띄었다. 레지오 입단과 동시에 관리부에 몸담게 되면서 본당 미화 작업과 쓰레기 분리수거, 본당 성모상과 한마음유치원 성모상을 예쁘게 관리했다.
공소와 성지 관리에도 앞장섰다. 상촌공소의 정원을 손질하거나, 고장나고 부서진 시설물을 보수을 할 때면 보람을 느꼈고, 형제님의 재능으로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린다고 생각하며 기꺼이 봉사했다. 1966년에 지어진 용포공소에서는 습기가 차고 떨어져 나간 마룻장을 걷어내고 합판으로 바닥을 새로 깔았고, 종탑에 페인트칠을 하였다.
목수 일 했던 재능으로 성당과 공소 관리에 힘써
사도들의 모후 Pr. 황진흠 마르띠노 단장이 관리하는 상주 옥 터의 경당 안 중고 의자도 두 형제님의 수고로 깨끗하게 되살아났다. 단짝인 두 분은 코로나 시절 분리수거를 2년간 도맡아 하였고, 땀 흘리며 희생 봉사를 실천해 온 본당의 일꾼이며 산 증인들이다.
“꾸르실료를 가서 성체 조배할 때 예수님은 제 손을 잡아주셨어요. 그 감동에 저절로 눈물을 흘렸어요. 예수님을 만나고 난 후 제 신앙생활은 180도 달라졌고, 관리부와 울뜨레아, 연령회에 가입하여 활동했어요. 하느님을 사랑하니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봉사하고 싶었어요.”
레지오 입단 후에 회계와 부단장, 단장에 이어서 다시 회계가 되었다. 단장이 되었을 때 하늘의 문 Pr.의 1000차 주회가 있었고, 본당 50년사가 발간되어 기쁨이 더 컸다. 연령회에서는 장례가 발생하면 상가 방문, 입관, 연도, 장례미사, 출관과 장지 수행까지 참여한다. 개신교와 달리 선종한 이에게 연도를 바치는 것이 보람이 있고, 연령회 봉사는 성모님께서 주신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레지오를 통하여 묵주기도를 많이 하도록 이끌어 주시는 성모님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으며 하느님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 살아있는 동안에는 레지오 활동을 하고 싶어요.”
15년째 신구약성경 여섯 번째 필사
성경필사를 시작하여 신구약성경 필사가 끝나갈 무렵 성체조배 중에 “하느님, 제가 어떻게 하면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을까요?” 하고 여쭈었더니 어디선가 “지금처럼만 해라”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처럼만 해라”라고 하신 말씀을 지키다 보니 어느덧 여섯 번째 필사하고 있다. 15년째이다. 형제님은 성경 말씀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하느님 말씀을 그대로 지키려고 노력하며, 이웃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려고 애써왔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크게 기뻐하심을 믿으며 그 시간을 허락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2021년 코로나 시절 3년간 부인 정영순 세실리아 자매님과 함께 유튜브 ‘미카엘과 세실리아’를 운영했다. 큰 따님이 목소리 좋은 부모님께 적극적으로 권해서 시작하게 된 일이고, 매일 자매님은 독서를, 형제님은 복음을 낭독하여 유튜브에 올렸다.
형제님은 하루 중 한두 시간은 성경 필사를 하고, 한 주 중 네댓새는 성당을 순찰하며 눈에 띄는 일들을 찾아서 한다. 최근에 하게 된 아파트 경비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집에서 가까운 성당에 먼저 들러본다. 월, 수, 금요일 쓰레기가 나가는 날에도 성당을 찾는다. 형제님과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성조들의 모후 Pr. 권영호 요셉 부단장은 성당 마당에서 정원수 전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 레지오 단원들의 자발적인 손길 덕분에 1963년에 지어진 남성동성당은 지금도 정겹고 아담하게 정돈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어느덧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어요. 부족한 저의 신앙생활을 지켜본 처가 식구들이 천주교로 개종하여 장모님은 마리아로 세례받고 사시다가 작년에 선종하셨고, 큰 처남댁은 예비자 교리반에 나가고 있으며, 개신교에서 30년간 신앙생활을 했던 작은처남은 작년 성탄절에 베드로로 세례받고 열심히 성당에 나가고 있습니다. 저도 레지오에 입단하면서 하느님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형제자매들과 사랑을 나누며 기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레지오를 통하여 모든 가족이 한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게 해 주신 하느님 아버지와 성모님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사진설명(위로부터)>
- 하늘의 문 Pr. 단원들(좌) 상주 옥터 경당 앞에서 황진흠 마르띠노 단장과 함께(우)
- 신구약성당 필사본(좌) 부인과 함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