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14일차] #35 마을선생님(B) 두 번째 만남 「시간만 괜찮았다면 」
1#
오늘은 마을선생님 케이크 만들기 팀의 두번째 만남이 있는 날입니다.
시끌벅적, 아이들이 모두 제시간에 모여주었습니다.
주아는 오자마자 인형에 큰 관심을 보이며 신나게 뛰어다니고
주주랑 지안이는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우정 편지를 나눕니다.
수연이는 자리에 앉아 조용히,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가 만나는 아이들이 총 14~18명인데 모든 아이들의 에너지가 다른 게 신기합니다.
학년마다 다르고 누구와 함께 있냐에 따라 다릅니다.
여기 모인 아이들조차 다릅니다.
지안이가 가장 높은 텐션을 가지고 있고 주주도 옆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주아는 어느 순간 신나게 놀다가 집중할 순간이 생기면 차분해집니다.
그리고 수연이는 늘 차분하게, 같은 자리에서 할 일을 합니다.
이 아이들이 융합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내가 가진 텐션을 억누르거나 억지로 텐션을 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의견을 모으는 것은 우리 프로그램에서 꼭 필요한 일입니다.
아이들이 행복하되,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주는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기에 열심히 움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2
파리바게트에서 케이크 만드는 법을 알려주셨던 마을 선생님이 계십니다.
하지만 선생님에게도 개인 일정이 있어 기관에 방문해 알려주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저번에 다녀왔던 레터링 주문 제작 케이크 사장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에서 케이크 만들기 하고 있는 문수연인데요. 혹시 케이크 만드는 법 알려주실 수 있나요?"
"어... 어른들이랑 아직 이야기를 못나눠서요. 같이 오셨던 선생님들과 먼저 말씀 나누고 전화주실래요?"
아이들이 열심히 설명했지만 마을 선생님이 이해하지 못하신, 더 세부적으로, 보충할 부분을 말씀해드리기 위해 직접 가게로 향했습니다. 아이들은 필요한 재료 및 다른 구상안을 생각할 시간을 가지느라 민지선생님과 저 둘만 가게로 갔습니다.
"아, 하필 다음 주가 설이라서... 3주 전에만 말씀하셔도 가능할 텐데."
"정말요? 아쉬워라..."
"네. 다음에 꼭 불러주세요. 3주 전에 미리 말씀해주시면 적당한 선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사장님은 일을 하시는 도중이어서 장갑을 끼고 나오셨음에도 다정히 응답해주셨습니다.
달력을 손으로 짚어가며 혼자 운영하는 업장이라 당장 내일 돕지는 못한다고, 아쉬운 마음도 전하셨습니다.
그 도움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아이들이 전화해서 궁금한 거 물어보는 건 괜찮아요."
그래도 마을 선생님이 되어주셨습니다. 기관에 방문해 돕는 것만 마을 선생님이 아닙니다.
알려주시려는 의지가 있고 조금의 도움이라도 주셨다면 마을 선생님입니다.
파리바게트 제빵사님이나 레터링케이크 가게 사장님 모두 도와주시려는 의지가 가득했고
아이들의 질문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주셨습니다. 마을 선생님이 되어주신 겁니다.
케이크 세 자만 알던 아이들에게 만드는 방법이나 재료를 알려주셨습니다.
마을 선생님이 되어주신 겁니다.
조금은 아쉬운, 그래도 훈훈한 마음으로 복지관으로 돌아갔습니다.
#3
"인터넷으로 시켜요! 엄마가 그게 빠르대요." 지안
우리끼리 케이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주변에 케이크 시트를 파는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파리바게트나 동네 빵집도 시트가 아닌 케이크만 판매합니다.
카스테라를 사자니 많이 필요해 아이들에게 부담이 많이 갈 거 같고
마땅치가 않았습니다. 걱정이 커졌습니다.
"얘들아, 근데 케이크 만들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 거야?"
"5천원? 용돈 5천원은 아직 남아있고 엄마한테 부탁하면 5천원은 더 주실지도 몰라요." 주주
"정말? 그 5천원을 그냥 주실까?"
"음, 청소 도와드리면 주실 걸요?" 주주
그래. 너네가 단순히 엄마 돈으로 하려는 게 아니라 나의 용돈을 사용한다는 생각이면 됐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직접했습니다.
만드는 것을 '케이크'로 설정한 것도 아이들이었고 선생님을 모시는 것도 아이들의 몫이였습니다.
이미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행동했고 그에 어른들이 응해줬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였다고 봅니다.
인터넷에서 아이들이 고른 케이크 키트를 겨우 주문했습니다.
"나는 내일 딸기 가져와야지?" 주주
"나는 과자 올릴 건데." 지안
"맛있겠다. 근데 우리끼리 할 수 있을까?" 수연
"해보지 뭐." 주주
케이크팀의 디데이, 부디 성공할 수 있기를. 하고 바랐습니다.
첫댓글 저도 활동하면서 아이들 각각의 특성과 강점, 에너지가 모두 다른 점이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했었기에 선생님 말씀이 많이 공감됩니다ㅎㅎ 많은 아이들을 만나는 슬기 선생님의 활동이 대단하다고 늘 생각합니다. 지치지 않고 최선을 다 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져요!
"기관에 방문해 돕는 것만 마을 선생님이 아닙니다. 알려주시려는 의지가 있고 조금의 도움이라도 주셨다면 마을 선생님입니다." 마을선생님이 어떤 활동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문장같습니다! 저도 깨닫게 되네요.
직접 찾아가 알아보기까지 했는데, 시간이 안맞은게 너무 아쉬워요ㅠㅠ 그럼에도 어떻게든 도움을 주시려는 둘레사람의 마음이 느껴져 제가 다 따뜻해집니다.
많은 노력과 경험이 담긴 슬기 선생님의 기록 오늘도 배우고갑니다! 고생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