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변수를 헤쳐나갔습니다
오늘은 보물탐험대 활동이 이루어지는 날입니다.
복지관에 도착해서 하연 선생님과 연창 선생님을 돕습니다.
전날 썼던 이름표를 정리해 오늘 참여자의 이름을 넣습니다.
보물탐험대에 필요한 준비물을 챙깁니다. 아이들도 모이고 봉사자 선생님들도 모입니다.
전날 늦게까지 활동했던 아이들은 지쳐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고 합니다. 어떤 역할 맡는지 확인하고, 꼼꼼히 챙깁니다.
프로그램 초반에 MC를 맡은 규환이는 하연 선생님과 대본을 확인합니다.
규환이는 다양한 매력을 가졌습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고, 아이들과 금방 친해져 놀고, 핸드폰을 하다가도 회의에 집중해야 할 때를 압니다.
집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여전히 회의 내용을 잘 듣고, 자신의 의견을 생각합니다.
그런 규환이가 MC가 되어 또 다른 강점을 선보일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비록 저는 복지관을 내내 지키느라 규환이가 MC 맡아 프로그램을 즐겁게 이끄는 모습을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역시 잘해냈다고 합니다.
규환이가 강당에 모인 친구들을 이끄는 동안, 그 다음 MC를 맡은 혜리는 복지관에서 준비에 한창입니다.
아이들이 보물지도를 찾으러 오기 전까지 수영, 승빈이와 함께 보물지도를 숨깁니다.
복지관 구조에 빠삭한 덕분에 어디에 숨겨야 찾기 힘들지를 잘 압니다.
진짜 지도를 어려운 곳에 숨긴 후에는, 가짜 지도도 철저히 숨깁니다.
기획단에 참여했던 경험과 따뜻한 배려심은 여기에서 빛이 납니다.
어려운 곳에만 숨기면 저학년 아이들이 지도를 전혀 찾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눈에 띄는 쉬운 곳에도 몇몇 가짜 지도를 숨깁니다. 사려 깊은 혜리의 강점이 드러납니다.
수영이와 승빈이를 데리고 3층과 4층을 옮겨다니며 열심히 숨깁니다. 언니, 누나 노릇합니다.
보물지도를 모두 숨기고 혜리는 프로그램 소개를 위해 강당으로 이동합니다.
그 사이에 수영이와 승빈이는 보물지도를 찾으러 올 아이들을 대비해 401호에 판별소를 마련합니다.
책상과 의자를 마련해놓고 나름대로 구색 맞춥니다.
무엇이든 번듯하게 프로그램 완성하고 싶은 욕심이 느껴집니다.
“와, 재밌겠다!”
복지관 3층에 들어서며 한 아이가 외친 말입니다.
프로그램 기획 내내 아이들이 재미있었으면 했기에, 그 말이 유독 귀에 들어옵니다.
재미있게 즐기길 바라며 아이들에게 미션을 소개합니다.
소개를 듣고 한 팀씩 들어와 보물지도를 찾습니다.
아이들 눈썰미도 혜리의 숨기는 솜씨 못지 않게 뛰어납니다.
3층에 숨긴 보물지도를 많이도 찾았습니다.
문득, 첫 팀이 저렇게 많이 찾아버리면 다음 팀은 어쩌나 걱정스럽습니다.
보물탐험대 사업을 담당하는 연창 선생님에게 걱정을 전달합니다.
한 팀이 돌아가고 다시 숨기면 된다고 하셨지만, 팀이 몰려오기 시작하니 그마저 어렵습니다.
결국 한 팀당 세 개의 보물지도를 찾는 것으로 규칙이 변경되었습니다.
계획한 것, 상상한 것과 실전이 다르다는 것을 이틀 동안 뼈저리게 느낍니다.
그 사이에서 적절히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 또한 실무자의 역량일 것입니다.
보물지도를 찾으러 온 마지막 팀이 돌아가고, 수영이와 승빈이는 302호로 돌아와 의자를 늘어놓고 그 위에 눕습니다.
특히 어제부터 많은 역할 맡으며 고생했을 승빈이는 눕자마자 잠이 듭니다.
좁은 의자에 몸을 기대 누워 있는 아이들이 기특하면서도 안쓰럽습니다.
피곤하고 힘든 몸을 이끌고 이튿날까지 최선을 다해 진행하는 모습은 멋있기도 합니다.
매번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배웠지만, 당일까지도 배울 점 투성입니다.
그 사이 MC 역할을 끝낸 혜리가 돌아와 물총을 숨깁니다.
물총을 다 숨기자 재빨리 미션을 끝낸 팀들이 하나둘 씩 복지관으로 다시 모입니다.
복지관에서 물총을 찾은 팀이 물총게임을 하는 사이, 밖에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보물탐험대는 대부분이 야외 활동이기 때문에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돌아다니거나, 실내 활동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비가 점점 많이 오자, 우선 참가자 모두 강당에 모이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우천 시 하려고 했던 실내 놀이는 복지관에서 이뤄질 예정이었고, 준비가 필요했기에 지금 당장 할 수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강당에서 간단한 게임을 하는 동안 복지관을 재정비해
다시 물총놀이까지 하고, 보물탐험대를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비가 오기 전 더 많은 미션을 수행한 순서를 그대로 순위로 결정하고, 물총놀이를 하러 떠납니다.
강당에서는 반주 듣고 노래 맞히기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그 사이 비가 그쳤고, 복지관 별관 옥상에서 물총놀이도 했습니다.
물총놀이 후반에는 결국 다시 비가 왔지만, 모두들 조금씩 비를 맞아가며 물총놀이를 끝냈습니다.
시상식은 비가 오기 전 보물탐험대 미션을 가장 많이 수행했던 팀을 기준으로 하여
1등부터 3등까지 발표하고 상품을 주는 것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모두들 상품을 받자마자 자리로 돌아가 상품을 확인해봅니다.
마음에 드는 간식은 바로 먹기도 합니다.
이리저리 변수가 많고 이 때문에 순간적으로 결정해야 할 일도 많은 하루였습니다.
이 때문에 결정을 하는 시간동안 참가자 아이들이 지루하진 않았을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팀을 인솔하는 봉사자 선생님과 놀기도 하고,
서로 손을 맞잡고 쎄쎄쎄를 하기도 하며 아이들은 그 시간을 잘 보냅니다.
부디 그렇게라도 즐거운 놀이, 재미있는 놀이를 즐기고 돌아갔기를 바라봅니다.
하루종일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슈퍼바이저 선생님, 이전에 복지관에서 실습한 적 있는 봉사자 선생님, 참가자 아이들까지.
기획단과 저희가 꾸리고 만든 이 활동은 정작 저희만으로는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변동이 생기면 그에 따라 묵묵히 보조하는 봉사자 선생님들,
불평 없이 대기하며 각자 노는 참가자들, 어느 한 쪽이라도 없었다면 이렇게 잘 끝내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2주 간 준비한 사업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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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단이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기획단은 제일 고생했는데 왜 상품이 없어요?”
프로그램 첫 날 시상식을 마치고 연후가 물어옵니다. 대답할 말이 없습니다.
프로그램을 즐겁게 기획하여 얻는 기쁨과,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좋은 결과를 통해 상품을 얻는 기쁨은 다릅니다.
둘 중 하나를 얻었다고 해서, 나머지 하나를 앗아가는 것이 마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장에 두 기쁨을 모두 선사해줄 수 없으니 해줄 대답도 없는 것입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획단이 주인공되었으면 했지만, 맛있는 것 얻고 싶고 먹고 싶은 마음은
제대로 이해해주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수료식에서 두 번째 기쁨을 선사해주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기획단으로서 활동했던 지난 날을 정식으로 축하받고,
함께 지나온 시간동안 쌓인 관계를 바탕으로 따뜻한 마음을 선물받고,
놀고 싶었던 만큼 놀 수 있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실습생 선생님들과 보물탐험대가 끝난 후 회의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좋은 시간 선물해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습니다.
각자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선물하고,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고, 멋있는 수료증 주기로 했습니다.
간단한 수료식이 끝나면 체육관에서 놀고 싶은 대로 놀기로 했습니다.
수료식이 그동안 기획단 활동을 하며 아쉬웠던 부분을 후련히 떨쳐버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