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하/제18회 이육사詩문학상 수상
조약돌 ・ 2021. 8. 18. 7:21
(안동=국제뉴스) 김용구 기자 = 제18회 이육사詩문학상 수상자로 시집 ‘악의 평범성’의 이산하 시인이 선정됐다.
이 상은 TBC와 (사)이육사추모사업회가 주최하며, 민족시인 이육사의 생애와 숭고한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해 올해 18회를 맞았다.
이육사詩문학상 본심 심사는 시인 김해자, 박철, 박형준, 이동순, 남송우 평론가가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이산하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해 우리 시대의 역사와 현실을 비판적 시각에서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이미지화하는 시각이 이육사 선생의 시 정신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경북 영일에서 태어난 이산하 시인은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 1982년 ‘시운동’에 ‘존재의 놀이’로 등단했으며, 시집 ‘악의 평범성’을 비롯해 ‘한라산’, ‘천둥 같은 그리움으로’와 소설집 ‘양철북’ 등을 출간했다.
시상금은 2000만원이며, 시상식은 31일 오후 2시 안동 이육사문학관 다목적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 항소이유서 -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
압록강 굽이굽이 피어린 자욱
......
28살 무렵 '한라산 필화사건'으로 구속되었을 때
적의 심장부에 두 번째 폭탄을 던지는 심정으로
항소이유서에 '김일성 장군의 노래' 가사를 썼다.
담당 변호사가 급히 교도소로 달려와 말을 더듬거리며
"다, 당신, 주, 죽으려고 환장했느냐.
지금 검찰과 법원까지 발칵 뒤집혀 황교안 공안검사가
이자는 손목을 잘라 평생 콩밥을 먹이겠다고 난리"라며
잔뜩 흥분해 소리쳤다.
그리고 여죄를 캐며 추가조사에 들어간다고 했다.
난 아무 말 없이 창문 밖의 하얀 자작나무만 쳐다보며
저 백척간두의 꼭대기로 망명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김수영 시인의 미발표 유고시 발굴 기사가 나왔다.
표현의 자유를 개탄한 '김일성 만세'라는 작품이었는데
4.19혁명 뒤에 썼다가 발표되지 않고 50년 후 공개되었다.
유통기한이 지난 약처럼 공개되어도 안전할 때 공개되었다.
허용된 무기는 이미 무기가 아니다.
모두 김수영 신화만 덧칠할 뿐 썩은 사과라고 말하지 않았다.
아마 그때 129번째쯤 자작나무 잎을 세다가 멈춘 것 같은데
갑자기 상처 입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가지에 앉더니
나에게 항소하듯 잠시 눈부시게 피어올랐다가
이내 담장 너머로 이송되었다.
담장 안에는 아직도 하얀 유골 같은 자작나무들이 자라고 있고
난 여전히 망명도 못한 채 혼자 불을 피우고 혼자 불을 끄며
저 지극한 난공불락의 자작나무 꼭대기만 쳐다보고 있다
김일성 만세 / 김수영
'김일성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趙芝薰)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밖에
'김일성만세'
한국의 언론 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張勉)이란
관리가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밖에.
김수영, 1960년 10월 (미 발표시)
김일성 장군의 노래
장백산[6]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
압록강 굽이굽이 피어린 자욱
오늘도 자유조선 꽃다발우에
력력히 비쳐 주는 거룩한 자욱
아~ 그 이름도 그리운 우리의 장군
아~ 그 이름도 빛나는 김일성[7]장군
만주벌 눈바람아 이야기하라
밀림의 긴긴 밤아 이야기하라
만고의 빨찌산이 누구인가를
절세의 애국자가 누구인가를
아~ 그 이름도 그리운 우리의 장군
아~ 그 이름도 빛나는 김일성장군
로동자 대중에겐 해방의 은인
민주의 새 조선엔 위대한 태양
이십개 정강[8] 우에 모두다 뭉쳐
북조선 방방곡곡 새봄이 온다
아~ 그 이름도 그리운 우리의 장군
아~ 그 이름도 빛나는 김일성장군
[출처] 이산하/제18회 이육사詩문학상 수상|작성자 조약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