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묘목원/권승섭) 분석

[시냇물]

1. 메시지
1) 생성이론을 중심으로 시 해석
생성이론이란 '지금' 시간에 나와 너와 상황이 만나 비로소 존재가 생성된다는 이론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서 존재하지 않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므로 존재가 생성되지 않는다.이.지금에 무수한 존재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묘목은 이제 막 시작하는 존재의 출발점이다.무엇과 만나냐에 따라 존재가 달라진다.존재가 달라지는(생성되는) 시작점에 대한 상징으로 버스, 신호, 만난다는 상징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만난다는 하이데거가 생성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용어이다.

묘목원/ 권승섭

버스를 기다린다 신호가 바뀌고 사람이 오가고
그동안 그를 만난다
(버스 정류장, 신호 바뀜, 사람이 오가고 그동안(지금)에 그를 만나면서 새로운 상황, 존재가 생성된다)
(시인인.나는 장면이 바뀌는 상황에서 그를 만난다)

어디를 가냐고
그가 묻는다

나무를 사러 간다고 대답한다
(새로운 시 또는 새로운 사업대상을 알아보려고 한다)

우리 집 마당의 이팝나무에 대해 그가 묻는다​
(기존 시 또는 사업에.대해서 묻는다)
잘 자란다고
나는 대답한다
(과거에 생성된 이팝나무 사건이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지금의 존재로 흘러 오고 있다)
(기존 시는 아직 완성하지는.않았지만 잘 쓰고 있고, 기존 사업도 잘 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또 나무를 심냐고 그가 묻는다
(또 새로운 시를 쓰거나, 사업을 할려고 하는가)

물음이 있는 동안 나는 어딘가 없었다
없음이라고 말해도
(새로운 것에 골몰하느라 기존 것은 여기 없다)
좋을 것 같다​

무슨 나무를 살 것이냐고 그가 묻는다​

내가 대답이 없자
나무는 어떻게 들고 올 것이냐고 묻는다​

나는 여전히 말이 없다
먼 사람이 된다

초점이 향하는 곳에 나무가 있었다​
(오로지.새로운 아이템에 관심이 가 있다)

잎사귀로는 헤아릴 수 없어서
기둥으로 그루를 세야 할 것들이
무수했다
(미세화된 시간인 극특수시간은 너무 세분화되고 많아 ,'지금'정도로 구획한 시간 즉 기둥으로 세지만 이것 역시 무수한 시건이 생성된다)

다음에 나무를 함께 사러 가자고
그가 말했다

아마도 그 일은 없을 것이다
(미래는 존재 생성이 되지 않는다)

언젠가 그를 나무라 부른 적이 있었는데
다시금 지나가는 비슷한 얼굴의 나무는
(객체가 비슷해보여도 새로운 존재사건이다)

기타 해석
*그=언어, 나무=시로 해석(메타시)
*나=시인, 사업가, 운동선수, 연구자 등 나무=직업자의 사업대상 으로 해석 할 수 있다.

2) 물음을 축으로 시 해석

물음이 중심축이다.물음이 없는 동안 나는 없었다. 건성으로 듣는다는 말이다. 나무를 매개로 하지만 소통되지 않는 인간관계를 다룬다. 언제부터 다른 사람의 말을 건성으로 듣게 된 것인지.
질문자가 인간관계를 만들자는 제안에 대해 화자는 응해주지 않고 있다. 관계지향자와 관계 축소자의 대립이다.
나무는 많아서 정체성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타인과 구별되지 않는 사람이 많다.정체성이 흐릿해진다. 자기 자신을 타자화시키는 현대인이 있다.

부버의 틀에 따라 인간관계를 나-너(사랑), 나-그것(사용)으로 나누어 본다면 이 시에서는 '나-너'의 근원적 관계가 되지 못하고 '나-그것'으로 표류하는 표면적 관계에 머물러 있음을 묘사한 시. 대인관계의 대인을 나무로 은유하면서 함께하지 않고 깊이 들어가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나무만 관심을 가진다.묘목원에는 나무(사람)가 많으므로 언제든 사서 심을 수 있다는 생각이 문제

2. 이미지
버스정거장의 이미지
나무의 이미지

3. 리듬
음절의 반복-묻는다와 대답한다의 반복, 없다의 반복
ㄱ자음운-기다린다,바뀌고, 오가고, 그동안,그 등 다수
ㅁ자음운-묻는다, 마당,심냐고, 물음,무슨, 말, 먼 사람 등

(관련 철학)
1. 마르틴 부버의 책 '나와 너'
나—너'의 관계는 온 존재를 기울이는 관계이며, '너'를 나의 의도에 따라 판단하지 않는다. 판단은 '나—그것'의 관계일 때 가능하다. '나—너'의 관계는 사랑의 관계이며, '나—그것'의 관계는 쓸모의 관계이다. '나—너'의 관계는 상대방을 현존하도록 만들지만, '나—그것'의 관계는 눈앞에 있는데도 상대방을 부재하게 만든다. 피상적이고 기계적인 관계 속에서 상대방을 무의미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이때는 '너'라는 의미가 단지 '너는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존재'일 뿐이다. 나에게 무의미한 '너'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https://naver.me/578bg6Ly
2. 사르트르 철학의 틀로 해석(타인의시선과 훔쳐봐짐의 수치와 객체화)

타자는 나의 자유를 위협하고 나로 하여금 세계가 나의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며, 나로부터 세계를 훔친다. 따라서 '나'는 타자가 나를 객체화하기 전에 먼저 그를 객체로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며, 마찬가지로 타인 또한 나로 인해서 객채로 전락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나를 객체화하고자 시도한다. 이렇게 모든 인간은 자신의 주체성을 내걸고 서로를 강등시키고 스스로가 승격되기 위한 시소와 같은 투쟁을 하게 된다.(사르트르)

https://naver.me/FIpUCSwb
상황은 결국 타자와 연관된 상황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오로지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인 것입니다. 그런데 타인과의 마주침 속에서 우리는 당황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 속에서 타인의 시선을 받는 '나'는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라 대상, 즉 물체와 비슷한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르트르에게 타인은 지옥과
같은 것입니다. 타인의 관찰을 받을 때 우리는 자
유롭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
을 때 나는 마치 물건처럼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누구나 다른 사람의 시선을 불편하게 느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혼자서는 자유롭게 행동하더라도
다른 이들의 시선 앞에서는 꼼짝 없이 위축되는 것
이지요. 그러나 사르트르는 이렇게 자신이 타인의
시선에 노출되더라도 자신의 행위를 계속해 나가
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선택에 따라
행동하며 그것을 인정받기 위해 살아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르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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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묘목원/ 권승섭

버스를 기다린다 신호가 바뀌고 사람이 오가고
그동안 그를 만난다

어디를 가냐고
그가 묻는다

나무를 사러 간다고 대답한다

우리 집 마당의 이팝나무에 대해 그가 묻는다​

잘 자란다고
나는 대답한다

그런데 또 나무를 심냐고 그가 묻는다

물음이 있는 동안 나는 어딘가 없었다
없음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무슨 나무를 살 것이냐고 그가 묻는다​

내가 대답이 없자
나무는 어떻게 들고 올 것이냐고 묻는다​

나는 여전히 말이 없다
먼 사람이 된다

초점이 향하는 곳에 나무가 있었다​

잎사귀로는 헤아릴 수 없어서
기둥으로 그루를 세야 할 것들이
무수했다

다음에 나무를 함께 사러 가자고
그가 말했다

아마도 그 일은 없을 것이다

언젠가 그를 나무라 부른 적이 있었는데
다시금 지나가는 비슷한 얼굴의 나무는
​

[당선소감]

詩의 힘으로 제법 살아가더니… 이젠 詩를 놓을 수 없게 됐다​

승섭이는 초록색의 시를 쓰는 것 같다고. 너의 시를 읽으면 너와 함께 있는 기분이 든다고. 너의 시를 읽고 오래도록 울었다고. 잔잔하고 고요한 산들바람을 맞는 것 같다고. 이야기해준 말들이 가장 먼저 맴돕니다. 시의 힘은 때때로 말의 힘보다 훨씬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보드라운 흙 속에서 발아를 기다리는 씨앗의 힘과 같습니다. 너무 섬세하면 예민해지는 구석도 생기기 마련이지만, 한 번 힘을 내면 높이 자라고 깊이 뿌리 내립니다. 그래서 시의 힘으로 살아가는 일이 제법 좋습니다. 겁도 많고, 자주 불안해하고, 연약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지만 시를 통해 일종의 용기를 얻습니다. 그렇기에 시는 제게 놓을 수 없는 것이 됐습니다.

어린나무의 그늘 아래로 초대하고 싶은 사람이 많습니다. 시를 읽고 쓰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셨던 박경아 선생님, 시를 공부하는 첫 번째 길에 계셨던 배은별 선생님, 늘 따뜻한 마음으로 시를 이끌어 주셨던 이지호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의 개성을 발견해 주시고 믿음을 주셨던 김경후 교수님, 앞으로도 계속 시를 써나가 보라고 말씀해 주신 남진우 교수님, 많이 칭찬해 주시고 얼마 전까지도 꼭 시인이 되라고 말씀해 주셨던 이영주 교수님, 섬세하게 시들을 봐주시고 저보다도 당선을 기뻐해 주셨던 천수호 교수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굴림, 느루, 절정 친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C파트, A파트, B파트를 함께했던 시 전공 친구들에게도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를 사랑이라고 불러주는, 아가라고 불러주는 두 분께도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권승섭
△2002년 경기 수원시 출생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2학년 재학
​

[심사평]​

‘체험의 일단’을 시적 상황으로 변환시키는 기량 뛰어나​

올해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생활감상문과 같은 시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시는 생활에서 나온다. 소재를 취하고 정서를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도 시의 중요한 줄기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감각을 통한 변용과 깊은 사유의 맛이 결여된 감상은 넋두리와 소품에 그칠 뿐이다. 구성이 승했던 때에 작위가 문제였다면 지나치게 감상적인 진술은 절제와 엄밀함을 통해 독자에게 호소하는 시적 문장의 힘을 아쉬워하게 만든다. 다시 한번 감수성과 지성의 통합이라는, 현대시와 관련한 고전적인 경구를 떠올리며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을 읽었음을 덧붙여 본다.

‘히에로글리프’는 미술관에서의 감상을 시공을 넘나드는 사유로 확장시킨 것이 인상적이었지만 후반부 이후에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이 아쉬웠다. ‘템플 스테이’는 일상에서 길어온 잔잔한 사유가 매력적이지만 마지막 대목에 있는 다소 이질적인 논평자적 마무리가 사족이 되고 말았다.​

‘묘목원’에 대한 숙고가 있었다. 투고된 작품들이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가를 고려함과 동시에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는 한 작품을 내밀어 놓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견이 오고 갔다. 그 결과, 심사위원들은 과장과 작위가 없이 단정한 문장을 통해 체험의 일단을 문제적인 시적 상황으로 변환시키는 기량을 믿어보기로 했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사건에서 중층적인 의미가 배어나게 하는 시적 구성도 돋보였다. 군더더기 없이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정호승 시인·조강석 문학평론가(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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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aver.me/5YaW5qq0

묘목원/권승섭<2023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감상 홍정식)

버스를 기다린다 신호가 바뀌고 사람이 오가고
그동안 그를 만난다

어디를 가냐고
그가 묻는다

나무를 사러 간다고 대답한다

우리 집 마당의 이팝나무에 대해 그가 묻는다

잘 자란다고
나는 대답한다

자, 이 부분은 우리가 쉽게 경험하는 일상이 아닐까요? 버스를 기다리고, 신호가 바뀌고, 버스를 타는 사람,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 분주한 일상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목적이 있네요. 어딘가로 가려고 하고, 가기 위해서 신호를 기다리고, 또 버스를 타는군요. 그런 가운데 '그'를 만납니다. 그는 누구일까요? 그는 나무일까요? 그는 나일까요? 그는 어떤 목적들 중 하나일까요? 이건 독자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시인이 설령 그를 절대자라고 하더라도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요. 저는 '그'를 '나 자신'으로 보겠습니다. 어떤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자신이죠. 모두들 자신의 '희망'을 위해 걸어가시고 있지 않나요? 어디를 가냐('너, 잘 살고 있지?') 하고 물어보는 거죠. '응, 나 잘 살아, 전엔 시를 읽었는데, 이젠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감상도 쓰고 있어.'라고 대답하는 겁니다.

그런데 또 나무를 심냐고 그가 묻는다

물음이 있는 동안 나는 어딘가 없었다
없음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지금 사는 것도 잘 사는데, 또 어떤 만족을 얻으려고 나무를 심냐고 자신에게 물어보는 듯합니다. 글쎄요, 그런 물음이 있으면 나라는 존재는 잠시 멍해지는 거죠.

무슨 나무를 살 것이냐고 그가 묻는다

내가 대답이 없자
나무는 어떻게 들고 올 것이냐고 묻는다

나는 여전히 말이 없다
먼 사람이 된다

초점이 향하는 곳에 나무가 있었다

잎사귀로는 헤아릴 수 없어서

기둥으로 그루를 세야 할 것들이
무수했다

이번엔 무슨 나무를 살 거냐고 물어옵니다. 또 어떻게 들고 올 것인지도 물어요. 그러면 나는 생각에 잠기는 거죠. 그러고 보니 제가 살아가야 할 인생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너무 많은 욕심들이 있습니다. 아버지, 아들, 학생, 시 쓰는 사람, 시 읽는 사람,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 오래 살고 싶은 마음, 건강하고 싶고, 내일 아침에 출근하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지금 이러고 있어서 되겠나 싶은 마음. 잎사귀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습니다.


다음에 나무를 함께 사러 가자고
그가 말한다

아마도 그 일은 없을 것이다

언젠가 그를 나무라 부른 적 있었는데
다시금 지나가는 비슷한 얼굴의 나무는

방금 먹었던 마음이 사라졌어요. 다른 마음이 생겼거든요. 언젠가 그 나무가 나의 목적지였는데 이젠 다른 목적지가 생겼어요. 비슷한 얼굴의 나무지만 제 마음은 이미 그 나무를 향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하루에도 열두 번 더 바뀔 때가 있지요. 묘목원에는 수많은 나무들이 있습니다. 내 마음에도 수많은 욕심과 욕망과 페르소나가 있습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그런 헤아릴 수 없는 마음들이 모여 내가 된 거죠. 지금 가는 길이 맞을까요? 묘목원에서 고를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요? 어떻게 가져올까요? 가지고 오는 도중에도 마음이 바뀌어서 다시 다른 나무를 생각할지도 몰라요. 이미 이팝나무가 있는데도 말이죠. 또 다른 나무를 심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은~

[시냇물]

https://youtu.be/NdLlhJkVUG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