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거북곱창은 잊자. 대학로 골목집의 소곱창구이

[Ryo[료]]

날씨가 풀려 어느새 봄이 와버렸다고 맘을 놓고 있을때, 계절은 여지없이 배신을 때리고 온몸을 서늘하게 식혀주기 시작한다. 아무리 궁시렁대도, 기상청에 전화를 한다고 해도 이미 추워버린 날씨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 옷깃을 여미고 퇴근을 서두르는 길에 친구를 불러내 술 한잔 하자고 꼬실때. 가장 잘 먹히는 메뉴는 곱창이라 생각한다.

"왕십리냐?" 라는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할 수 없는 것은 주거지와의 거리도 문제지만 생각보다 교통편이 좋지 않아서인지라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했다. 사실 곱창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음식중에 돼지곱창(왕십리표)과 곱창볶음(신림동)은 멀리하고 싶은 곱창들이다. 곱창은 역시 소곱창, 그리고 여력이 된다면 양대창이 제일 바람직하다.

어쨌든 사람을 불러내기 좋은 장소, 강건너 북쪽에 산다면 만만하게 찾아갈 곳은 대학로가 아닐까 싶다. 대학로 술집을 뒤지고 다닌 것이 고교시절을 포함해 십여년이니 어지간한 곳은 명멸을 눈앞에서 지켜보고는 했다. 90년대 중반의 열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캠브리지'에서는 돈없이 술을 마실 수 있었고, 민속주점 '탈'에서는 잠도 자고 나올 수 있었다. 이를테면 리바이스가 아이스크림집이 되는걸 지켜본 세대라고나 할까.

그 시절 함께 술에 찌들었던 친구들과 추억을 다시 아로새기려면 그만한 내공이 있는 집을 선택할 수 밖에... 번화가 한켠의 구석, 술자리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골목집을 찾아 꾸물꾸물 기어들어갔다.

이곳에서 선택해야 할 것은 '소곱창'이다. 입이 걸지고 시원시원한 주인아주머니께는 죄송스럽지만.. 전골과 볶음은 가격대비 성능은 좋으나 소곱창의 내공에 비하면 어쩔수 없는 것이 사실. 가격표에는 8000원으로 적혀있지만 가격이 올라 10000원이 된 것으로 기억한다. 이집에 수없이 드나들었으면서도 계란말이, 도토리묵, 생두부는 생각도 못했다. 내 기억에는 '소곱창'집이기 때문이다.

일단 자리에 착석함과 동시에 당연하다는 듯이 기본안주와 소주 한병을 내놓는 자연스러움은 이런 '이모'집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니들 소주 마실거 다 안다"

기본안주로 나오는 오이와 당근. 별로 특별할 것도 없어보이지만 장 맛이 달콤짭짤 한 것이 매우 좋고, 껍질을 벗겨낸 오이의 상쾌함도 만만치 않다. 다른 술집에서도 오이를 썰어서 내주는 경우는 많지만 저렇게 껍질을 칼로 벗겨낸 집은 많이 보지 못했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드는 법이다.

원년멤버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대학로 내공이 있다싶은 사람들과 함께 한 술자리였기에 안심하고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큰 일을 저질러 놓았다.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곱창전골, 소곱창이 모자르고 주머니도 가벼울때 시키는 메뉴를 덜컥 시켜놓고 일찌감치 이슬에 젖어가고 있었다.

광분하여 다그쳐도 이미 이슬에 젖은 이상, 숟가락을 들이댄 이상, 더이상 남의 자식이 아니라 내자식이니 먹어줄 수 밖에없다. 하지만 1인분에 6000원짜리 곱창전골,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아무리 대안이 있다한들, 골목집에서는 소곱창을 먹고 나와야 제대로 먹고 나오는 것이다. 흡사 교대 거북곱창과 비슷한 구성의 외양이지만, 가격면에서 압도적이고 입맛으로 봐도 이쪽이 3.5배 정도 더 낫다. 지나치게 유명해진 집은 가격에 비해 맛이 별로인 경우가 많은 법이다.

이미 한번 익혀서 나오는 곱창은 조금만 익혀서 먹으면 된다. 맛은 두말하면 잔소리. 야채에서 우러나온 향과 국물이 곱창에 스며들어 감칠맛을 더한다. 골목집은 내가 알기로만 20년은 족히 되는 내공을 가진 집이다. 아직도 늦저녁에서 새벽녘이면 값싼 안주를 노리고 들어온 대학생들 무리와 소곱창을 먹으며 이슬에 젖는 어느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깊은 밤을 보내는 골목집을 알게 된 것은 내 생애 가진 작은 행운들 중에 하나였다.

언젠가 이집을 알게 해준, 지금은 캐나다에서 소주가 그리워 허덕이고 있을 모 선배가 해준말이 생각난다. 한참 드라마 상도가 유행하던 시절이었는데...

"주도란, 술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별 생각없이 한 말이겠지만, 좋은 말이다.

▶ 찾아가는 길

쉽고도 어렵다. 저렴함의 상징 혜화역 4번출구에서 나와 성대쪽방면, 국민은행을 지나쳐 분식집 두개를 지나면 아주 작은 골목이 왼편에 있다. 골목 앞에 작은 간판을 세워두기는 했지만 그리 눈에 띠지는 않으니 주의깊게 봐야한다. 옛날짜장과 Solb 사이에 난 작은 골목이다.

▶ 전화번호

02)763-0544 (전화는 잘 안받으신다. 바쁠때는..)

▶ 알아두면 좋은 얘기들

화장실이 매우 열악하다. 일명 쪼그려쏴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화장실 자체도 그렇지만, 어지간한 여성들이라면 싫어할만한 화장실이다보니 미리 볼일을 보고 들어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소곱창을 주문할때 필히 "소곱창 구이'라고 말해야 한다. 곱창 볶음과 헷갈리기 때문에 엉뚱한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매우 괜찮은 내공을 가진 집임에도 손님이 많은 편이 아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새벽을 달리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곳이라 그럴듯.

허름한 외관이지만 카드결재는 된다.

세명이 가면 3인분을 시키라고 은근히 강요하는 아주머니. 약간의 공포분위기에서도 의지를 굽히지 말고 주문하는 자세를 가져야 원하는만큼 먹을 수 있다. 예를들면 2인분만 먹고 밥을 볶는다든지...

[julia]

헉,,,제가 좋아하는 곱창 전골이네요...먹으러 가야 겠습니다.^^

[절색미남!]

오 도협이성 이런데도 알오 ? 여기할매 땍땍거려사서 ㅋㅋ

[절색미남!]

그리고 여긴 성대라그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