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나리님, 지난 한 해 동안 배려와 사람사는 정을 느끼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더 곱고 아름답고 생생한 솔나리 송이송이로 피어나도록 기도 합니다.>
그냥 가기가 좀 뭣해서 잡문 한장 동봉합니다.-노거수
** 경춘선 기차를 타고**
서울 청량리와 강원도 춘천. 이 두 도시를 이어주는 교통선이
경춘선이란 걸 모르는 이는 거이 없을 것이다.
작년에 경춘 고속도가 뚫인다더니
지난 달 말경에 추억의 경춘선 무궁화호는 망각 속으로 사라지고
그 대신 경춘 전철이 이해 넘어가기 전에 개통된다는 보도가 났다.
나는 그 경춘선 완행 마지막 열차를 꼭 타봐야껬다고 작정했는데
사정이 있어서 아쉽게도 그만 기회을 놓치고 말았다.
경춘선은 아니 그 보다 춘천이라는 곳은 내게 좀 특별한 곳이다.
그것은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내 청춘의 한토막을 거기 춘천이란 작은 도시에서
2년반을 보냈기 때문이다. 즉 나는 60년대 초 군생활을 춘천에서 했다.
소양교 건너 지금 춘천댐 가는 길. 작은 산자락 밑에 있는 신동, 전차부대가 내가
재학중 영장받고나서 근무하고 제대한 곳이다.
그래서 경춘선 완행열차, 무수히 신세젔다.
나중에 들으니 대학생들이 소위 MT라는 걸 하려 작은 역 대성리나 강촌를 많이 이용했고
젊은날 가난하나 혈기 왕성한 청춘들이 건전 데이트 코스였기에
통키타 메고 복잡한 기차칸 속에서 광란하던 기억 있는 사람 많을 것이다.
없어진다는 마지막 무궁화호을 타지못하는 아쉬움을
마지막은 싫다는 변명으로 돌리고 그럼 그 81Km를 11년간 걸려 수억원의 자금을 드린
그 새로난 전철을 타 보기로 마음을 바꿔먹고 있었으나 시간이 잘 나지 않았다.
춘천에 대해서 이렿게 마음으로 매달리는 이유는 내가 군생활을 거기서 했다는 것뿐만이 아니다.
잘 알려진 시인 정호승은 "선암사"라는 시에서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를 가라"고 했었지
그래서 아들 보내고 정말 목놓아 울 장소를 찾아
강남고속터미널에서 광주. 그리고 광주에서 택시 전세내어 선암사까지 갔었다.
그러나 정작 그 울어볼 장소 해우소는 남해안시대 관광벨트 개발건으로 수리중 출임금지
그 앞에 등굽은 소나무 언저리에는 벅적이는 데이트족 기념사신 찍는 북세통에
탄성한번 못하고, 뒤돌아오는 강선교 아래 옛길 돌아나는 길섶 작은 돌탑들 사이
철늦은 노랑상사화 몇 송이 보고 그만 속울음 터트리고 눈물 지을 때
뜻모를 그 옆을 가는 사람들, 힐금힐금 늙은이 이상한 짓하는 몰골 보고
의아해 하는 통에 얼른 내려 왔던 적이 있었다.
이번 춘천행도 전에 어떤 글을 읽은 기억이 나서 실행하기로 했다.
유지안이란 문인이 그랬다. _"춘천에 가면 가을도 봄이다"
그런데 나는 그 글귀을 "춘천에 가면 겨울도 봄이다"로 착각했다.
근간 기온도 30년만에 최저. 내 마음도 70년 만에 최저 냉동 냉각.
그래서 윗글귀 생각나서 춘천엘 가면 뭐 좀 녹여지는 것이 있을까? 맘 놓고 울 곳이 있을까?
지난 화요일 오전 10시경 7호선 상봉역으로 갔다.
춘천까지 60 여분, 한 시간대. 당시 내가 군생활 할 때는 아마도 서너시간은 족히 걸렸는데--
승객들, 추측컨대 80%는 나같은 남자노인. 15%정도는 여자노인.
즉 95%가 나같은 지공세대 공짜 손님으로 보인다.
완행전철을 타보고자 했는데 정작 타고 보니 급행.
춘천역까지는 정확히 한시간 7분. 전에 춘천역 앞 미군 비행장은 지금 도시로 한창 개발중,
봉의산 아래 중앙로타리 앞 옛날 중앙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곳은 내가 군복입고 일요일 부대 정문을 나와 드나들던 곳
중앙시장 안의 풍미당이란 중국음식점의 짜장면은 내가 이제까지 맛본 것 중의 일품,
그리고 중앙극장에서 본 이미자 쑈, 문화극장에서 본 천연색 "대장 부리바"라는 영화.
그 영화 주인공"크리스티나 카프만"의 눈빛에 이끌려 왼종일 그 극장속에서
보고 또 본 영화. 그래서 하루 외출을 그 속에서 보낸 적이 많았지.
중앙시장 가는 골목에는 욘사마가 나오는 겨울연가 걸게그림 사진이 줄서있고
사방을 눈돌려도 풍미당 자장면집. 문화극장 중앙극장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시장끼가 동하여 닭갈비 골목을 찾아갔다. 그야말로 문전성시
서울서 전철타고 온 실버. 그리고 일본 관광객-
나는 다시 발길을 중앙시장쪽으로 돌렸다. 내 젊은 날 추억조각 줍기를 다시 했다.
그야말로 발목이 쉬도록 돌고 돌았으나 헛탕.
시장안 허름한 음식점으로 들어섰다.
벽에 여러가지 차림표가 보였지만 가슴 답답함을 위해
이 겨욿에 찬 막국수 한그릇을 주문 했다.
정신없이 떨며 삼켰다. 전에 내가 여기서 군생활 할 때는 막국수. 닭갈비 이름도 없었다.
덜덜 떨며 그릇을 비우고 있는데. 방학이라 할머니 가게일를 돕는 그집 손녀가 주는
더운 물 한 컵을 마시고 안정했다.
그리고 주인 할머니에게 물었다. 몇 해나 여기서 장사 했느냐. 왜 묻는냐.
25연년 했다. 그럼 혹시 이 시장 안에 풍미당이란 중국집 아시느냐? 알고 말고
그런데 한 3년 전에 그 집 할머니 돌아가시고 가게 문닽았다.
그럼 문화극장, 중앙극장은? 다 없어지고 그 자리에 빌딩 들어서고--
하긴 많은 세월 흘렀으니- 그러나 허탈했다.
내가 군복 빨아입던 강 그 독바위 가까운 강물도 가보고 싶었으나
그냥 봉의산에서 내려오는 찬바람 강바람 맞으며 춘천역으로 터덜터덜 걸어왔다.
내 착오지, 내 착오야 하는 말을 되풀이 하며 -
50 여년 전의 추억부스러기를 지금에서 야 찾으려 나선 것 부터
그리고 유안진 여사의 말 <춘천에 가면 겨울도 봄>이라고
마음 녹이려 한 것부터가 오류이며 착각이다.
서울로 향한 전철 안은 역시 떠나올 때 처럼 만원
차창으로 건너다 보이는 하늘은 내 마음 마냥 잔뜩 찌프리고 있으며
마석인가 갈매역을 지날 때는 길잃은 고아같은 눈발이
차창를 스치기도 하고 산으로 들길로 헤메고 있었다.
상봉역에 도착하여 나오는 계단을 찾는데
스림윈도 유리 벽에 이런 시가 적혀 있었다.
< 세상- 신춘희
사람과 사람사이에
꽃이 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꽃이 진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선생님....글을 읽으며 3~40여년전으로 금방 다녀왔습니다..
고교시절 수련회 등으로 청평이나 춘천, 대성리 등지를 여러번 다녀왔고(휴대용전축과 통기타메고..ㅎㅎ 절대 놀순이는 아니었습니다),
성인이 되면서 마음맞는 단짝친구와 몇번나들이..
이십오륙년전에 지금의 짝지와 경춘선 열차를 타고 손을 호호불며 한겨울 경치에 반하고 (사실은 짝지 얼굴보느라 제대로 못봄.ㅎㅎ)
춘천역 맞은편 오른쪽길로 들어서면 모퉁이를 끼고 허름한 2층집이 있었는데 카페 이름이 "달리는 기차바퀴가 말해주려나"였어요.
열차를 기다리며 시간이 많아서 그곳을 들렀는데 짝지의 음악사랑에 주인이 턴테이블을 맡기고..
저녁까지 얻어먹고 왔었는데..몇년전 그 집이 궁금해서 찾아가니 그 동네 전체가 바뀌어서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더라구요~
누구나 그럴것 같아요..지나간 추억이 아름답고, 그립고...하지만 세월이 추억을 내버려두질 않지요..
먼길 애 많이 쓰셨어요..덕분에 선생님 글 속에 저를 집어넣고 저도 잘 다녀왔습니다..늘 건강하시고 늘 활동하시는 모습 보여주세요~
사랑합니다 선생님~~
솔나리님.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주어서 고맙습니다. 더욱 정진하시기 바라고 복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