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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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나눔 때 쓰려고 가재새우를 2만원어치 사서 계산해놓고, 저녁에 떡국 끓일 때 넣어야지 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8천원밖에 없어서 8천원어치만 주시면 안되요? 하니 단호하게 “8천원어치는 안 판다”라고 하신다.
“2만원어치 샀는데 쬐끔만 주세요. 떡국 끓일 때 넣으려구요” 하니 손사래를 치며 “어데 안 판다 안 팔아 남는 것도 없다”고 딱 잘라 말씀을 하시는 모습에 그냥 웃으며 “네” 하고 돌아섰지만 속으로 ‘처음 사는 것도 아니고 몇 번을 왔었는데 그냥 조금만 팔지!’ 하는 아쉬움과 함께 ‘할머니 참 정 없이 말씀하시네 혼자 새우 파시는 것도 아니고 다시는 사주나봐라!’ 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그리고 몇 걸음 안가 생각해보니 그 집을 자주 갔던 이유가 새우가 싱싱해서 음식을 해놓으면 맛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다른 집도 있지만 그 집만 찾는 이유였는데...
할머니 입장에선 당연히 장사하는 입장에서 소신 있게 남는 이윤이 없으니 안판다고 하신 것이고, 내 입장에선 내 뜻대로 안됐으니 이런 마음이 난 것일 뿐이네. 각자의 입장에선 그럴 수 있는 일을 괜히 새우파시는 할머니를 성격이 좋네 안 좋네라면 또 내 잣대로 갖다 댔구나!
** 그래요.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양면이 다 그럴 수 있다는 것임을 알겠지요? 그러나 보통 다 내 입장에서만 보고 상대를 평가를 해 버리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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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님과 통화중에 아고~ 내가 지금 머리가 아프다 힘이 들어서...라는 말씀을 하신다.
왜요? 하니 딸이 엄마가 해주는 나물이 먹고 싶다고 해서 아침부터 나가 가재새우를 샀더니 등에 내장도 제거해야하고, 홍합사고 홍합에 붙은 털을 뗀다고 하는데 며칠 전에 손톱을 정리했더니 그것도 잘 안되고, 화가 난다면서 분명히 작년에 내가 마지막이다 라고 했는데 또 저라니 안 해줄 수 없고, 내가 앉아서 상을 받아도 뭐할 텐데... 이게 뭐하는 거고 안 그렇나!! 하시는데,
그 말뜻에 딸이 해달라니 해주고 싶은 엄마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 그 딸이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끊고 생각하니 그 딸은 먹고 싶다고 하면 해주는 엄마가 있어서 좋겠다. 울 엄마 물김치 너무 맛있게 잘 담으셨었는데 배워 두질 않았더니 나 살아생전에 그 물김치는 다신 맛보지도 못하는데...
이렇게 나물하나 만들고 먹는 것도 누군가는 힘이 들고 누군가는 행복한 것이네. 그러고 보니 대중공양도 힘들다 하면서도 또 기쁜 마음으로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드시는 분들은 편하게 드시는 것이구나!
** 이제 양면의 입장이 잘 보이네요.
이제 더 진전을 해서 내 입장에서 양면 상대 입장에서 양면을 보게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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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뉴스에 결혼2주년 기념일을 맞아 밖에 나온 신혼부부가 길을 걷다 차 한 대가 신부를 살짝 건드리듯 지나갔고 별로 다친 것 같지 않아 그냥 가자는 신부의 말을 들으며 신랑이 그 차를 쳐다봤는데 차주가 내리면서 너클을 낀 주먹으로 안경 낀 신랑의 얼굴을 가격해서 실명위기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뉴스를 듣는 순간 미친X, 저런 사람 같지도 않은XX, 라고 말이 튀어나오면서 분노조절장애자야 뭐냐며 화가 쑥 치밀어 올랐다가 또 다른 면에선 “시절인연”이 저렇게 찾아와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릴 수도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만약 저렇게 당했다면 재수 없게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사람을 만났구나!! 아님 시절인연을 만났구나!로 생각하고 넘어 갈수 있을까!!
내가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아니면 상대도 똑같이 당해야지 하는 마음이 먼저 나올 것 같은데...
말이 쉽지 받아들이기까지 어려운 일이구나! 언제 어느 때 한 행동들이 부메랑이 되어 나한테 돌아올 줄 모르니 순간순간 말과 행동을 잘 살피고 지내야겠다.
** 그러게요. 그냥 가자고 할 때 그냥 갔으면 좋은데 화가 나는 상황이라 그러지 못했나 봐요. 그러니 늘 나를 살피고 원래 맘을 챙기는 연습이 필요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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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을 하고 힘없이 앉아계신 엄마를 보며
엄마 아프지마~~아프면 우리랑 못 있고 또 병원가야 되니까~
아프지 말고 있다 가시게~~응!! 하니, 알아 들으셨는지 고개를 끄덕끄덕하신다.
말을 해놓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말엔 ‘엄마가 아프면 내가 힘들어져’라는 말이 들어있었구나! 엄마를 걱정하는 말 이면에 내 걱정이 더 컸었네!!
그리고, 언젠가 엄마가 때가 되면 가실수도 있다는 것을 내가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있음도 알아진다.
** 말속에 마음도 보네요.. 양면을 보게 도니 그 이면의 맘도 보이는 거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