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교회에 대한 생각을 처음 했을 때, 가장 큰 우려는 내가 민주적 삶을 살아 본적이 거의 없다는데 있었다. 그래서 민주를 이해하는데만 한참 걸렸다. 물론 지금도 다 이해했다는 말은 아니다. 그 다음 어려움은 함께 하는 교우들 역시 민주적 삶을 살아본 적이 없었다. 모두 독재 시대에 교육을 받았고, 군사문화에 익숙한데다. 그들의 가정과 직장, 다녔던 교회도 비민주적이었다. 그 상태에서 민주적 교회 운영을 하려 했으니 얼마나 많은 실수가 있었겠는가??!! 교회에 등록했다가 "이게 민주적 교회냐?!"는 말을 남기고 교회를 떠난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들이 떠날 때마다 "과연 우리가 민주적 교회를 할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에 속 앓이를 당해야만 했다. 물론 그들 중에는 자신의 민원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비민주적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았다.
민주적 교회의 가장 큰 장애는 대화 할 줄 모르는 나와 또 대화할 줄 모르는 성도들 이다. 거기다가 표대결로 결정하는 것만을 민주적이라고 생각해온 것이 전부인 이놈의 경험이다. 그런데 표대결이 끝난 후 찾아오는 어색함과 더 멀어진 관계는 가볍게만 볼수 없는 고통이었다. 주장을 펼치면 펼친만큼 허전했고, 들어주면 들어준만큼 분노가 내 안에 있었다. 항상 결정사항은 복잡한 파열음을 만들었고, 그 의미를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것은 가히 문화충격이었다. 내가 비 민주적인 인간이었다! 그것도 교우들과 깊은 인간관계를 할 줄 모르는, 피상성에 깊숙히 빠져 있는.. 그런 인간이었다는 사실은 나를 자책하게 했다.
그러나 그때만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느낀 적도 없었다. 늘 길을 찾아야 하고, 늘 대화해야 하고, 늘 타인의 의견에 대해서 곱씹어 봐야 하는 일이 힘들었지만, 그 속에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보여서 포기할 수 없는 신기함이 있었다.
우리교회 초창기 멤버들은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담임목사의 성추행 사건이 빌미가 되어 그 교회를 나온 분들이다. 처음 분쟁을 겪을 때 '재산분할소송'을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복수 할 꺼리를 찾는이가 많았는데, 그 의견은 많은 상상을 하게 했다. 특히 미운 목사와 그를 추종하는 교인들이 황당해하는 얼굴을 상상하며 통쾌해했다. 며칠, 그것이 주는 행복함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가정에서 전체 모임을 하는데 한 분이 그 꿈을 무너뜨렸다. "우리는 하나님께 헌금했지, 지분을 가진 것은 아니다. 하나님께 드린 것을 돌려 받아서는 안된다. 돌려 받고 나면 너나 나나 똑 같은 인간이 되고 만다." 긴 시간 논의 하면서 그 말의 위력을 성도들 대부분의 마음속에 남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 물론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말도 있었지만 "재산분할소송"을 그렇게 접었다. 이런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하나님께서는 여러 사람을 통해 다양한 인도를 주셨고, 그때만큼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민감한 적이 있었을까?!
교회 설립 초기 장례식이 참 많았다. 우리교회에는 이것이 매우 중요했다. 그 장례식장을 함께 오고가면서 우린 가까워졌다. 10년, 20년 한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해서 어느 정도 서로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름, 어디 사는지, 가족은 누군지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런 우리가 장례식장 오가면 자기 속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랬어!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지! 어, 난 왜 몰랐지?!" 이런 말을 수십번 주고 받으면서 가까워 졌다. 주일 예배 후 로비는 커피 한 잔 놓고 수다 떠는 카페가 되었고, 그곳에서 예전엔 해본적이 없는 자기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7개월이 그 전에 10년, 20년 보다 긴밀한 역사를 써내려갔다.
이후 찾아온 성도들 중에 이미 형성된 인간관계의 벽을 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많았다. 그들 중에는 아는 척, 믿은 좋은 척, 특별한 척, 가르치려드는 분들은 더더욱 교회 속으로 들어올수 없었다. 마음과 몸을 낮추고, 기존 교인들의 수고를 인정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식구로 자리 잡았고, 행복해 했다. 그들의 신기함이 줄어들 쯤 그들이 내 놓은 교회의 문제점은 예인교회가 한 걸음 나아가는 힘이 될때가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민주적 운영이 예인교회를 이끈 것은 아니다. 진지한 토론 중에 나온 울림 있는 성도들의 말과,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하려고 자신을 낮춘 관계가 힘이었다. 물론 하나님의 말씀이 주는 위로와 권면, 때론 협박이 없었다면 안되었겠지만....
그렇게 14년이 지났다. 지난 주일(11.8) 15기 운영위원 일곱명이 선출했다. 내년(2016) 교회의 갱신을 위해 할 일이 많은데.. 그 일을 앞장서서 할 분들이다. 각자 가정이 있고, 직장도 있는데 교회에서 운영위원으로 수고해야 한다. 한명, 한명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교회에 대한 자신의 책임감을 말하기에 고마울 따름이다.
예인교회는 기존교인(7년에서 14년 된)과 새 교우들이(5년 이하) 지금보다 더 깊은 관계를 열어야 한다. 그래서 2016년을 재 설립의 해로 생각하고, 바꿀 수 있는 모든 것을 교우들의 논의를 통해 바꿔보려 한다. 그 논의 핵심 인물들이 한 명, 한 명 세워지는 모습이 너무도 신기하고, 감사하다. 물론, 새로 구성된 운영위원들이 속 깊은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몇개월의 훈련기간이 필요하지만, 만만치 않은 숙제들이 산적한 해이기에 몇번의 고비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처음 교회를 설립할 때의 마음으로 하나님의 이끄심에 민감하고, 성도간 깊은 교제, 그리고 아직 알지 못하는 하나님의 신비를 통해 지금보다 나은 예인교회로 변할 것을 꿈꾼다.
첫댓글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글..감사합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바른 교회는 정말 좁은 길 같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