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라 은행들은 선제적으로 신용평가 시스템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신평정보는 8개 시중은행의 신용평가 프로세스를 분석해본 결과 BIS비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신평정보 리스크컨설팅사업부 신동호 선임연구원은 “외감기업이 비외감기업으로 전환되면서 신용등급의 하향으로 이같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따라서 이에 따른 신용평가시스템의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비외감기업 전환 된 곳 중 72%가 등급하향
올해 초 국제회계기준의 도입 근거를 마련하고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도록 내부회계관리제도 및 주권상장법인의 감사인 의무교체제도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하기 위한 외감법 개정이 이뤄졌다.
개정된 내용은 외부감사대상 기준도 포함돼 있는데 과거 직전연도말 자산총액 7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외부감사대상이 작아짐에 따라 전반적으로 재무정보의 신뢰성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신평정보는 선제적으로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외환은행, 농협, 산업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 8곳의 신용평가 프로세스를 분석했다.
그 결과 외감기업 중 13%의 차주가 비외감기업 신용평가 프로세스로 전환됐고 전환된 기업들 중 약 72%가 등급이 하향됐다.
신 선임연구원은 “현재의 신용평가시스템을 재정비하지 않을 경우 이러한 큰 폭의 등급 하향은 은행 거래 기업 고객들에게 커다란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바젤Ⅱ 기준에 의한 신용위험가중자산을 증가시켜 시중은행의 BIS비율을 악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 리스크 담당자들과 감독당국은 이같은 변화에 긴밀한 협의와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은행 관계자는 “최근의 금융위기 상황에서 자산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신용평가모형 개선 시 내부등급법의 최소요건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감독기관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IFRS 재무제표 활용에 따른 대비는 부족
자본시장의 국제화로 인해 국제적으로 통일된 회계처리 기준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단계적으로 IFRS(국제회계기준)의 도입을 허용하고, 2011년부터 모든 상장기업에 대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적용해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공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국내 상장기업 중 유진그룹, 인성ENT, 코스모화학 등이 IFRS 기준을 조기 도입하기로 결정했으며 최근 달러환율 급둥에 따라 키코(KIKO) 관련 손실로 자본잠식 위기에 놓인 상장사들도 IFRS를 조기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상황이다. 삼일회계법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126개 상장사 중 8%가 2009년에, 29%는 2010년에 조기도입을 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IFRS 도입에 따른 회계 인프라 전반에 걸친 IT 시스템에 대한 준비가 한창이다. 최근 이같은 재무제표 생성 측면에서의 대비는 SK C&C, LG CNS, IBM 등의 솔루션 업체와 삼정KPMG, 삼일PWC, 딜로이트안진, 언스트앤한영 등 대형 회계법인들을 중심으로 IFRS 시스템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IFRS 재무제표의 활용 측면에서의 대비는 아직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B솔루션 업체 관계자는 “최근에서야 주요 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기업 여신심사 프로세스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부분 시중은행들의 여신포트폴리오는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군에 대한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에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신용조사 및 재무분석, 신용평가 업무의 대비가 충실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신용평가시 재무비율 14개 중 2~3개 오류발생
한신평정보는 8개 시중은행의 분석을 통해 2011년 전체 외감기업 중 평균적으로 17%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국제회계기준에 의한 재무제표를 작성할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선임연구원은 “IFRS 적용이 예상되는 기업들은 상장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건별 여신익스포져의 규모는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된다”며 “신용평가모형 담당자들은 이와 같은 분석을 여신익스포져 기준으로도 파악해 그 영향을 사전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 연구원은 “IFRS에 의한 재무제표를 활용한 신용평가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중은행들은 2010년 3월까지 기업 신용평가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신평정보는 8개 시중은행들이 신용평가시 사용하는 재무비율들을 검토했다. 이에 따르면 외감기업의 신용평가 시 사용되는 12~14개 주요 재무비율 가운데 2~3개 정도가 산출되지 않거나 산식의 부분 수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 연구원은 “IFRS 도입에 따라 기존 대차대조표 및 손익계산서가 재무상황표, 포괄손익계산서로 바뀌면서, 신용평가시 사용돼 왔던 재무비율들이 거의 산출되지 않거나 값의 변화가 발생해 적정한 내부등급 산출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결재무제포를 활용한 신용평가시스템 도입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신평정보는 신용평가 방법론에 따른 최근 연구에서 연결재무제표를 이용한 부실 예측이 오히려 개별 재무제표를 활용한 경우보다 더욱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신 연구원은 “정교한 신용리스크 관리를 위해서 시중은행들은 연결재무제표를 활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