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의 요리”라는 달팽이(Escargot)요리. 대중화가 시작됐지만 공급이 제한되어 있고, 까다로운 요리법으로 쉽게 맛볼 수 없는 희소성 때문에 아직도 선택받은 소수를 위한 요리이다. 유럽에서는 기원전 50년경에 식용 달팽이가 양식되었고 로마제국에서도 식도락가들이 달팽이요리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다가 중세 카토릭 사원에서 당시의 대법관이 빈민구제를 위하여 자신의 영지를 포도밭으로 만들어 백성들에게 포도를 재배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달팽이들이 포도의 잎사귀를 자꾸 갉아 먹자 이를 박멸시키기 위하여 농민들로 하여금 달팽이를 잡아먹게 하였다는 것이다. 그 후 프랑스에 전해진 식용 달팽이는 유명한 프랑스요리가 되었고 지금은 대표적인 오르되브르(식사 전에 먹는 코스로 식욕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애피타이즈)가 되었다. 이렇듯 퇴치를 목적으로 하여 먹기 시작한 달팽이요리는 독특한 맛으로 전세계 미식가들을 즐겁게 해주는 프랑스의 3대 진미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달팽이 요리는 프랑스, 중국, 일본 등지에서 ‘ 밤을 위한 요리’로 불릴 만큼 스테미나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력제로 불리거나 먹는 음식은 흔히 동물의 성기를 닮은 동식물, 성교를 즐기는 동물과 그 동물이 즐겨먹는 먹이, 또는 점액질을 많이 분비하는 동식물들이다.
달팽이는 점액질을 많이 분비할 뿐 아니라 몸뚱이가 껍데기의 원통 속을 출입하는 모양이 성적 연상을 자아내기 때문에 일찍부터 정력제로 쓰여왔다. 몸은 깍지 안에 들어 있으나 길게 기어 나와 기어 다니는데, 살에 끈끈한 점액이 있어서 자국이 난다.
달팽이의 살에는 <뮤신>이라는 점액이 있다. 이것이 생체세포활성물질인 콘도로이친 황산이 주성분으로 조직의 수분을 유지시키고, 혈관·내장 등에 윤기를 준다. 이 콘드로이친 황산을 충분히 공급해 주면 노화억제·정력증강 등의 효과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달팽이는 생명력이 대단하여 영하 120℃까지 내버려 뒀다가도 천천히 따뜻하게 해 주면 되살아난다. 암수 한 몸이지만 서로 교접을 하며, 연체동물이기 때문에 약 한 듯하지만 뜻밖에 힘이 세다. 대개 자기 몸무게의 12배 가 되는 무게를 등에 지고서도 기어갈 수 있는데 더러 자기 몸무게의 200배나 되는 물건을 끌고 갈 수 있을 만큼 힘이 센 것도 있다.
식용 달팽이의 종류는 120여 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용도에 따라 먹는 시기를 구분할 수도 있다. 야생달팽이인 경우 보통 여름잠과 겨울잠을 잔다. 달팽이의 평균수명은 5~8년인데 수명의 절반 정도를 잠으로 소비한다. 겨울잠은 첫눈 내릴 무렵부터 3~4월말까지 지속되고, 여름잠은 체내 수분이 발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여름부터 9월까지 지속한다.
식용으로 할 때는 2살을 전후해서 겨울잠을 들기 직전 먹이를 포식한 시기에 가장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약용으로 할 경우에는 여름잠을 자기전인 교미와 산란기에 가장 좋다. 이때가 생식과 번식을 위한 컨디션이 가장 좋을 때이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우리나라에도 자연생뿐 아니라 양식하는 곳도 많다. 일반적으로 달팽이를 사육하는 먹이에 따라 맛이 다르지만 향신료나 자극성 있는 먹이는 이용하지 않는다. 달팽이살에 그 냄새가 배기 때문이다.
달팽이는 한방에서는 백일해 치료로 써 왔고 껍질은 부스럼과 종기에 붙이기도 했다. 지네 같은 독충에 물린데 바르는 민간요법도 있다. 달팽이는 위장이 약하여 소화가 잘되지 않거나 입맛을 잃었을때, 몸이 쇠약하여 발육이 부진한 어린이게게 좋은 먹거리다, 그러나 지나치게 허약하고 설사마저 오랫동안 하는 어린이라면 달팽이가 맞지 않으니 피해야 한다.
뇨혈당강하제나 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때도 쓰는데 살을 빼낸 다음 빈껍데기 속에 든 물을 마시고 빼낸 살은 요리해서 먹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