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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내 가슴에] 07
S#1. 6부 마지막 장면의 연결
준희, 민에게 다가간다.
준희 : 웬일이냐?
민 : (기분 나쁜 얼굴이다) 내 말은 전한거야?
준희 : (그제서야 생각난다) 아, 미안하다. 못 전했어. 전했어도 못 갔겠지만..
민 : 그건 니가 판단할 일이 아니잖아? 직원의 사생활까지 회사에서 결정하나?
준희 : (민의 태도가 심상치 않자 약간 긴장한다) ..
민, 기분 나쁜 얼굴로 돌아서서 차 문을 연다.
준희, 민의 태도가 몹시 기분 나쁘지만 꾹 참고 민을 잡는다.
준희 : 야, 강민!
민 : (팔을 뿌리치며) 됐어.
민, 거칠게 준희의 팔을 뿌리치고 차에 타는데 연이 내려온다.
민, 연이가 내려오는 것을 보지만 그냥 떠나 버린다.
준희,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가는 민의 차와 연이를 번갈아 본다.
연이, 가는 민의 차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S#2. 순애방 (밤)
순애, 악보를 보고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가 연이 들어서자 반색한다.
순애는 신나서 얘기하고 연이는 기운이 없다.
순애 : (이부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왔어? 나 오늘 어디 갔다 왔는 줄 알어?
연이 : 어디 갔다 왔는데?
순애 : 알아맞춰봐
연이 : (옷을 갈아입는다) ...
순애 : (그제서야 연이가 힘들어 하는걸 눈치채고) 피곤해?
연이 : 응, 좀.
순애 : (미안한 듯이) 나 오늘 녹음실 갔다 왔는데..
연이 : 응, 그래.
순애 : (연이가 별 반응을 안보이자 실망한다) 저기, 그 가수 녹음실.
연이 : 응?
순애 : 있잖아, CD준 사람. 2집 녹음하는데 나보구 코러스 해달래.
연이 : 어, 그래?
순애 : ... 고마워, 얘기해줘서.
연이 : (쓰러지듯 이부자리에 눕는다) 잘 됐다.
순애 : 잘꺼야? 씻지두 않구?
연이, 대답없이 팔로 형광등 불빛을 가린다.
순애 : 자, 그럼.
연이 : 그래, 잘자.
순애, 불 끄고 연이 옆에 눕는다. 서로 등을 마주 대고 누운 연이와 순애.
연이, 웬지 잠을 이룰 수 없다.
순애, 뒤척이는 연이가 마음에 걸린다.
S#3. 민의 아파트 (밤)
팔베개를 하고 침대에 누워 천정을 보고 있는 민. 골목길을 내려오던 연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민, 머리를 털며 일어나 앉았다가 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르다가 다시 내려놓는다.
S#4. 송여사 집 안방 (아침)
송여사. 악몽(연이꿈)에 시달리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깬다.
빈 옆자리를 한 번 보고 한숨 쉬며 일어나 나간다.
S#5. 옷방
이화, 이옷 저옷 잔뜩 꺼내 놓고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는 동안
송여사 비닐 팩에 든 한약 한봉지를 쭉쭉 빨면서 들어온다.
송여사 : 그놈의 직장 때문에 잠못 자. 열받어, 웬 고생이니? 니가 아쉬운 게 뭐가 있다구.
이화 : (이상한 공주같은 드레스를 입고) 엄마, 나 바빠. 말 시키지 마.
송여사 : 너, 그 옷 입구 출근할라구 그러는 건 아니겠지 설마.
이화 : 왜? 이상해?
송여사 : 넌, 안이상하니?
이화 : (신경질) 엄만 내가 옷입구 나갈라구 그러기만 하면 맨날 뭐라구 그래 왜?
송여사 : 이상하니까.
이화 : 몰라. 나 출근 안해!
송여사 : 너 출근 안하는 건 상관없는데 그럼 누가 제일 좋아하겠니? (벽장쪽으로 가며) 이리와, 엄마가 골라 줄께.
이화 : 엄마, 근데 인턴 끝나면 레지던트 사원 되는 거야?
송여사 : (잠시 생각하다가) 뭐, 그렇겠지 뭐.
S#6. JS패션 외경
S#7. 복도
옷걸이에 주욱 걸린 옷들이 개발실로 빠르게 옮겨지고 있다.
S#8. 개발실
연이, 재봉, 광영, 팀장, 실장 등이 샘플로 제작된 옷들을 검토하고 있다.
팀장과 실장, 그외 디자이너들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재봉,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디자인 관련 책자를 훑어보고 있고
광영, 쪽가위로 눈에 띄는 실밥드을 톡톡 잘라낸다.
연이, 팀장과 실장의 표정을 살피는데.
팀장 : (재봉과 광영을 무시하는 투로 들으라는 듯) 기본이 안돼 있구만. 소피스티케이티드한 것두 아니구, 쉬르레알리즈인가 하면
또 그것두 아니구, 그렇다구 스노브두 아니구 말야. (실장에게) 어떻게 생각해?
실장 : (재봉쪽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조용히 하라는 눈짓)
팀장 : (더 큰소리로) 내 말이 틀려?
이때 준희, 외국 바이어를 데리고 들어온다.
재봉을 뺀 다른 사람들, 준희와 외국 바이어에게 인사하고 길을 비켜주지만 재봉은 꼼짝 않고 자리에 앉아 있다.
준희 : 어때?
바이어 : 마음에 든다. 여기 팀장을 소개해 달라.
팀장 : (듣고 있다가 나선다) 아, 안녕하세요 (명함을 꺼내며) 전 JS,
준희 : 한재봉씨.
팀장, 머쓱해져서 손에 든 명함을 다시 지갑에 넣는다.
재봉,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데 바이어, 재봉을 한 눈에 알아본다.
바이어 : 미스터 한.
재봉 : (일어나며) 어, 마이클. 오랜만이야.
바이어와 재봉, 반갑게 악수하면 주변에 있던 사람들, 놀란다.
S#9. 복도
준희, 재봉, 바이어, 앞장서서 걷고 그 뒤를 팀장과 실장이 따른다.
재봉 : 이번 쌤플들은 슬릭한 단색의 레이어와 스킨 타이틀, 레오타드 드레스 등을 주 아이템으로 잡았지.
바이어 : 그건 좋은데 송'S 컬렉션에서 보여준 디자인들은 우리가 소화하기엔 좀 어려울 꺼 같애.
준희 : (농담) 보따리 장사에게 팔 디자인이 아니다.
바이어 : 그 디자인을 기본으로 더 단순하게 변형시킨 시리즈들을 제시해 줄 수 있겠나?
준희 : (재봉을 본다)
실장 : (준희에게) 한 번 해보죠. 첫 계약이 될지도 모르는데.
준희 : (바이어에게) 좋다.
준희, 재봉, 바이어, 준희의 사무실로 들어간다.
팀장과 실장, 문밖에 서 있다가 그냥 돌아간다.
S#10. JS패션 디자인실
이화를 뺀 나머지 직원들 자기 자리에 앉아서 조그맣게 떠들고 있다.
재룡 : 팀장이 오늘 당한거 알아요?
재훈 : 알아.
재룡 : 빠리에 있었대요.
재훈 : 알아.
재룡 : 10년두 더 있었대는데요.
재훈 : 알아.
재룡 : 뭐했대요? 거기서?
재훈 : 몰라.
디자인 실장이 연이를 데리고 들어온다.
실장 : (빈 책상을 가리키며) 이연이씨 자리는 저쪽이에요. 앞으로 우리 잘해봐요.
연이, 책상으로 가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아 책상을 내려다보며 감격한다.
컴퓨터도 켜보고 자리에 놓인 전화수화기도 들어보고 인버터 스탠드도 켜본다.
이화,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자리로 가다가 자신의 옆자리에 연이가 앉아있자 얼굴 구겨진다.
이화 : (의자를 요란하게 빼 앉으며) 너 참 끈질기다. 어떻게 내가 가는데마다 따라 다니니?
연이 : 어떻게 그렇게 됐네. 나두 바라는 바는 아냐.
이화, 연이를 쫘악 째려보고 신경질적으로 자리에 앉는데 실장, 이화에게 다가온다.
실장 : 안이화씨, 오늘 늦었네요?
이화 : 강의가 있어서요.
실장 : 다음부턴 미리 얘기해 줘요. (간다)
이화 : (궁시렁 궁시렁)
연이 : (이화에게) 아, 너 강민씨 전화번호 알지? 좀 가르쳐 줄래?
이화 : 민이 오빠 전화번호는 왜?
연이 : 전화하게.
이화 : 어머 어떡하니? 수첩을 안 갖구 왔는데?
이화, 고개 돌리고 백을 들다가 안의 물건이 와르르 쏟아지는데 그중에 전자수첩이 연이의 책상 위로 쭉 미끄러진다.
이화,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변한다.
S#11. JS패션 로비
모자 눌러쓰고 안경쓰고 코트 깃을 세운 차림의 민이 로비로 들어선다.
S#12. 1층로비 한구석
여러개의 칸막이로 나뉘어진 부스 안에 공중전화와 구내 전화가 설치되어 있다.
연이, 그 중의 한 부스로 들어가 주머니에서 민의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꺼낸다.
수화기를 들었다. 다시 내려놓는 연이.
연이가 그러는 사이 민, 연이가 들어간 부스의 서너칸 옆 부스로 들어가 구내전화 수화기를 든다.
S#13. 연이의 부스
연이, 용기를 내어 다시 수화기 들고 다이얼을 돌린다.
S#14. 민의 부스
누군가 전화를 받는다.
소리 : 네, JS패션 인턴 디자이너 안이화입니다.
민, 이화의 소리에 놀라 끊는데 핸드폰 울린다.
민 : (전화 꺼내 받는다) 네.
S#15. 연이의 부스
연이 : 여보세요.. 저 이연인데요.
S#16. 민의 부스
민 : 아, 연이씨? (기분 좋다)
S#17. 연이의 부스
연이 : ...
S#18. 민의 부스
민 : 또 미안해요. 난 왜 늘 미안하단 말밖에 할 말이 없지?
S#19. 연이의 부스
연이 : (소리가 좀 이상하다. 2층으로 돌린다) 지금 어디 계세요?
S#20. 로비 전화 부스
민, 소리가 자신의 전화기에서만이 아니라 다른데서도 울리자 의아해서 두리번 거리다가 연이를 발견하고 뒤로 가서 선다.
민 : 뒤에요.
연이, 깜짝 놀란다.
S#21. 패스트푸드점
음식 쟁반을 들고 장난스럽게 연이 앞에 앉는 민.
하지만 두 사람 먹을 사이도 없이 주변에 있던 청소년들 몰려와 두사람 사이를 가로 막으며 싸인을 조른다.
여학생들, 연이를 째려보며 미워한다.
S#22. 민의 차
민과 연이, 차안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다. 둘 다 배가 고파 미친듯이 먹는다.
연이 : (한입 가득 물고) 왜 그냥 가셨어요?
민 : (역시 한입 가득) 삐져서요.
삐삐 울린다. 민, 번호 확인한다.
연이 : 왜요?
민 : 내가 원래 잘 삐져요.
연이 : 남자두 삐져요?
민 : 모르는구나. 남자가 더 잘 삐져요.
삐삐 또 울린다. 민, 삐삐를 꺼버린다.
연이 : 바쁜가 봐요. 근데 오늘은 왜 왔어요?
민 : 연이씨가 전화했잖아요.
두사람, 풋 웃는다
민 : (느닷없이) 연이씬 어떻게 생각해요?
연이 : 뭘요?
민 : 나에 대해서요.
연이 : 뭐가요?
민 : 나, 마음에 들어요?
연이 : (햄버거가 목에 걸린다) 욱, 캑.
민 : (놀라) 어, 연이씨. (등을 두드린다) 괜찮아요?
연이 : 캑, 캑...
S#23. JS패션 앞
민의 차에서 연이 내린다.
민 : (차창을 내리며) 아직 대답 못들었어요.
연이 : (웃는다)
민 : 어, 맘에 든다구? 웃었죠, 지금? 그럼 나 가요.
두사람, 얘기하는 동안 이반, 뒷자리에 송여사를 태우고 오다가 민의 차가 서 있는 것을 보고 급정거한다.
송여사, 앞으로 퉁겨나갈 듯이 앞자리에 부딧쳐 모자와 선그라스가 엉망이 된채 이반을 째려본다.
송여사 : 너 운전을 어떻게 하는거니?
이반, 괜히 밑바닥에서 뭔가를 찾는 척하며 숨는다.
송여사 : 너 뭐하니? (하다가 연이와 민을 본다) 어머머머, 어머. 쟤 좀 봐. 여우같은 년.
S#24. 복도
연이, 입가에 미소를 띠고 디자인실 쪽으로 가는데 준희, 반대편에서 걸어오다 연이를 본다.
준희 연이에게 미소 보내는데 연이, 무슨 딴 생각을 하는지 준희를 그냥 지나친다.
S#25. 디자인실 입구
이반, 모델 포트폴리오를 옆구리에 끼고 씩씩하게 디자인실로 들어서다가
이화 옆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연이를 보고 기겁을 하여 다시 밖으로 나간다.
이반, 문 틈으로 살며시 들여다 보는데 틀림없는 연이다.
이반, 들어가지 못하고 얼굴만 살짝 들이밀고 작은 소리로 이화를 부르지만 이화가 알아듣지 못하자
조금 크게 부르고 얼른 문 밖으로 숨는다.
이반 : 이화야..... 이화야..... 이화야!
사무실 사람들과 드나드는 사람들, 이반을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데 이화, 나온다.
이반 : (너무 반갑다) 어, 나왔니? 쟤 왜 니 옆에 앉아있니? 쟤 무슨 해외팀이래매?
이화 : (안을 흘겨보며) 정말 재수없어 죽겠어. 근데 웬일이야, 오빠?
이반 : 어, 나 모델비 수금하러 왔는데... 팀장 좀 불러줄래?
이화 : 들어가서 만나. (안으로 다시 들어간다)
이반 : (다급) 야, 이화야. 이화야.
S#26. 디자인실 안
이반, 포트 폴리오로 얼굴을 가리고 팀장의 책상 쪽으로 간다.
S#27. 준희의 사무실
준희와 송여사, 마주 앉아있다.
송여사 : 그렇게 해야만 수출길이 열린다면 내가 조금 양보 해야죠 뭐.
준희 :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송여사 : 능력있는 분을 해외개발팀에 영입 하셨다는 얘긴 들었습니다만 어쨌든 내 디자인이니까.
최종 결정은 내가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준희 : 물론입니다.
송여사 : 그리구 한가지 여쭤볼게 있는데요
준희 : 네.
송여사 : 우리집에서 일하던 애가 여기 디자이너로 입사했는데 도대체 젊은 실장님 속마음이 어떤건지 궁금해서요.
준희 : 어떤 점이 말씀입니까?
송여사 : 걔가 의상을 전공한 애도 아니고, 우리 부틱에서 디자이너로 일한 애도 아니구 (떠보듯이) 그렇다고 공모전 같은데서
실력을 검증받은 애두 아니구..
준희 : (미소) 송여사님이 더 잘 아실텐데요.
송여사 : (뜨끔) 네?
준희 : 3년 넘게 데리구 계셨잖습니까? 송여사님 같은 분의 눈에 이연이씨의 재능이 안띄었을리 없을텐데요.
송여사 : 호호호호호호, 걔가 재주가 좀 있긴 하죠. 그래서 내가 데리구 있었구요.
S#28. 뮤직 비디오 촬영장소
스탭들 분주하게 움직인다.
코디네이터와 분장사, 민의 의상과 분장을 매만지고 있다.
승욱, 옆에서 민을 달래고 있다.
승욱 : 야, 5분이면 돼. 다 하는거야.
민 : 나 인터뷰 싫어하는거 알잖아.
승욱 : 여기까지 왔는데 어떡하냐. 싫어두 해야 되는게 있는거야.
민 : 아, 정말 미치겠네.
S#29. 촬영장 쎄트 한 구석
민과 승욱, 세트에 걸터 앉아있고 맞은편에 여자기자 간이의자에 앉아있다.
기자 : 자신의 인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민 : (할 말이 없다)
기자 : 가창력? 외모?
민 : (더 할말이 없다)
승욱 : (안절부절) 둘 다라고 봐야겠죠.
민 : (승욱을 흘긴다)
기자 : (뭔가를 적다가 민에게) 말씀이 참 없으시네요. 그게 매력인가?
민 : ...
승욱 : 이 친구가 좀 내성적이라서요.
기자 : 지난번에 호텔에 같이 있었던 여자는 누구예요? 애인? 친구? 동창? 친척? 뭐 많잖아요?
민 : ...
승욱 : 아, 그게요. 집안끼리 아는 사인데
기자 : (다 안다는 듯 씩 웃고) 됐구요. 한가지만 더 물을께요. 어머님이 왕년에 영화배우 셨다는데 사실이에요?
민 : (얼굴 굳는다) 미안하지만 내가 좀 바빠서.
민,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기다리고 있는 스탭들에게 소리친다.
민 : 자, 시작하죠.
음악이 나온다.
승욱, 민을 따라가려다가 기자의 눈치를 살피며 다시 앉는다.
기자2 : 2집은 언제 나와요?
S#30. 개발실
재봉, 광영, 겉옷을 입고 퇴근준비를 한다.
광영 : 오랜만에 집에 일찍 가보네. 나갑시다. 연이씨.
연이 : 먼저 들어가세요 제가 뒷정리 해 놓구 들어갈께요.
재봉 : 무슨 정리 할게 있다구.
연이 : 앗.. 버릇이 돼서.
준희 들어온다.
준희 : 퇴근하시게요?
광영 : 아, 예. 모처럼 가족과 함께..
준희 : 말씀 안드렸나요? 오늘 회식 있는데.
광영 : 예?
S#31. 나이트클럽
연이, 광영, 이화, 그 외 디자인실 직원들 플로어에서 신나게 춤추며 놀고 있는데
준희와 재봉은 무게잡고 자리에 앉아 술 마시고 있다.
팀장은 안보인다.
디자인 실장과 이화, 플로어에서 내려와 재봉과 준희를 잡아 끌면
두사람 못이기는 척 끌려나와 갑자기 미친 듯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S#32. 몽따쥬
뮤직 비디오를 찍는 민의 고독한 모습과 나이트클럽에서 재미 있게 노는 연이와 준희의 모습이 교차된다.
S#33. 미장원
송여사와 이화, 퍼머기구를 머리 위에 산더미처럼 올려 놓고 있다.
송여사 : 너 도대체 민이하구는 어떻게 돼 가구 있는 거니?
이화 : 민이 오빠 바쁜 거 엄마두 잘 알잖아.
송여사 : 그래서?
이화 : 그래서 만날 시간이 없다구.
송여사 : 바쁜 애가 대낮에 연이 데리그 이리 저리 놀러 다니니?
이화 : 뭐?
송여사 : 엄만 그러지 않았다? 내 남자를 왜 남한테 뺏기니? 바보니?
이화 : (씩씩대다가) 어떻게 하면 안뺐기는데?
S#34. 한정식집
송여사, 강장군, 김여사, 저녁을 먹고 있다.
강장군 : (송여사에게) 좀 자주 뵀어야 하는데, 이거 미안합니다. 집안에 별 일은 없죠?
송여사 : 네, 덕분에...
강장군 : 애들이 속 안썩이면 됐죠 뭐. 그래두 안사장네는 자식 농사는 잘 지었어. 난 민이 이 자식 땜에 아주..
요샌 또 연인가 걜 만나는 모양이에요.
송여사 : 걔가 아주 무서운 애예요. 장례식날두 온거 보셨죠? 지가 거기가 어디라구.
김여사 : 내가 보기엔 심성이 고운 애 같던데..
송여사 : 그래서 무섭단 거에요. 난 한집에서 살아봤잖아요?
강장군 : 없이 살던 애니까, 돈 때문에 그러는거 아닌가? 집 나갈때 몇 푼 쥐어줘서 보내지 그랬어요?
송여사 : 여간내기가 아녜요. 얼마전에도 민이 차에 타구 같이 놀러 다니는걸 봤는데 민이가 아주 푹 빠진거 같드라구요.
그런 애들이 몇 푼 쥐어준다구 쉽게 떨어져 나가겠어요?
강장군 : 허, 참, 세상이 어떻게 될라구. 어린 것들두 그 모양이니, 쯧쯧... 나라가 이 모양이지.
김여사 : (겁에 질려) 그럼, 송여사가 어떻게 좀 해봐. 우리 민이한테서 떨어지게..
강장군 : 돈이 필요하면 내가 댈테니까..
송여사 : (마치 자신 없다는 듯이) 애가 워낙 독종이라..
S#35. 녹음실
순애의 헤드폰에서 민의 노래가 나오고 그위에 자신의 노래를 녹음하는 중이다.
순애, 너무 떨려서 자꾸 틀린다.
민 : (음향기계실 안에서 피곤한 목소리) 잠깐 다시 해봐요.
순애 : (노래한다)
민 : (소리) 다시. 아, 잘 안되네.
순애 : (울고 싶다)
민 : (소리) 편하게 해요. 편하게. 자 들어 갑니다.
전주 흐르고 순애, 박자를 놓치지 않으려고 귀 기울이는데 유리벽 안쪽 음향기계실로 이화가 들어온다.
순애, 열심히 노래하며 눈으로는 이화를 쫓는다.
S#36. 음향기계실
이화 : (민의 어깨를 탁 치며) 오빠!
민 : (귀찮다) 웬일이야?
이화 : (바짝 붙어서) 나, 저녁 사줘.
민 : (귀와 눈으로 순애쪽에 신경을 쏟고 있다) 바쁜 거 안보여?
이화 : 바빠두 밥은 먹을 거 아냐.
민 : (녹음기 정지시키고 스피커 켜고) 순애씨, 잠깐 쉬었다 합시다. 안이화! (스피커 끈다) 나 지금 너하구 노닥거릴 시간없어.
이화 : (민의 얼굴에 코를 가까이 대며) 오빠 무슨 스킨 써? 냄새 좋은데?
민 : (보다가) 가, 응?
S#37. 녹음실
순애, 간이 의자에 앉아 악보를 보며 기계실 안쪽을 힐끗 힐끗 훔쳐 본다.
이화의 화사하고 부티나는 모습에 기가 죽는 순애.
순애에게는 민과 이화가 마치 연인 사이처럼 보인다.
S#38. 순애네 집 (밤)
순애, 씻고 들어와 작은 거울 앞에서 로션을 바르며 거울 속에 비친 연이를 본다.
민과 이화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연이 : (디자인 책을 보고 있다가) 나두 쪼금만 줘 봐. (손바닥을 편다) 안발랐더니 땡기네.
순애 : (로션을 연이의 손바닥 위에 조금 덜어주며) 너 그때 살던 집 딸 이름이 뭐라구 그랬지?
연이 : 이화?
순애 : 맞어. 안이화 맞지?
연이 : 걔가 왜?
순애 : 오늘 녹음실에 왔었는데.. 좀 이상해서.
연이 : 뭐가?
순애 : 너 그 남자 믿지 마.
연이 : (기분은 나쁘지만)...
순애 : 내가 빤히 보구 있는 앞에서 난리두 아니드라.
연이 : ... 그래?
S#39. 민의 아파트 (아침)
식탁에서 신문을 보는 민. 한 장 한 장 넘기다가 연예란에 난 자신의 기사를 보고 얼굴이 굳는다.
'강민! 60년대 은막의 스타 정희씨의 아들로 밝혀져..'
S#40. 아파트 앞
민, 현관을 나서 차로 가다가 우르르 몰려든 기자들과 청소년 팬들에게 둘러싸인다. 여기저기서 후레쉬 터지고.
소리 : 보도가 사실인가요? 정희씨가 어머니 맞아요?
소리 : 오빠...
민, 거칠게 그들을 밀어 제치고 가까스로 차에 올라 떠난다.
S#41. 안사장집 앞
쥬스 상자를 들고 벨을 누르는 연이.
S#42. 안사장집 안
송여사, 소파에 앉아 있다.
연이, 쥬스 상자를 들고 들어온다.
송여사, 연이 손에 들린 쥬스를 보고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이 된다.
연이 : 안녕하셨어요?
송여사 : 그래. 오랜만이다. 앉아라.
연이, 자리에 앉는다
송여사 : 그래, 지내긴 어떠니?
연이, 잔뜩 긴장하고 왔는데 오히려 송여사가 너무 부드럽게 나오자 당황한다.
연이 : 그동안 찾아뵙지 못해 죄송해요.
송여사 : 어, 아니다. 안와두 돼. 니가 뭐 우리 가족이니?
연이 : ...
송여사 : 회사는 어때? 재미있니? 우리 부딕보다? 니가 없으니까 부딕에 일손이 딸려서 말이야. 실장이 너를 참 잘 봤나 보드라?
연이 : ...
송여사 : 우리 이화나 나두 너한테 늘 고마워 하구 있어. 혹시... 얘기 안했지?
연이 : 예? 무슨 얘기요?
송여사 : 그 옷 있잖니, 우리 이화가 만들었던거. 니가 도와주구.
연이 : 얘기 안했는데요.
송여사 : (안심) 그래, 니가 속이 깊은 애라, 믿었다. 잠깐만.
송여사, 안방으로 들아갔다가 시계 상자를 들고 금방 나온다.
송여사 : (시계를 연이 앞에 놓으며) 이제 니가 여기 살지도 않는데 내가 맡아두는 것두 우습구,
아저씨 유품이거니 생각하구 잘 간수해라.
연이, 시계를 내려다보며 복잡한 심정이 된다.
송여사 : 약 갈아야 될거다. 아, 그리구 이거 받아라.
연이 : ... 뭔데요?
송여사 : 어, 그건 내가 주는거 아니구, 강장군님이라구 민이 아버님께서 주는 거야.
연이 : ... (잠시 송여사룰 보다가 봉투를 들어 열어보고 다시 내려 놓는다) 그 분이 왜요?
송여사 : 민이가 부탁했나 보드라.
연이 : ?...
송여사 : 너 사는 것두 그렇구, 걔가 속이 깊은 애거든. 이제 우리 이화 졸업하면 곧 약혼두 해야되구 하니까,
너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겠지, 뭐. 고맙게 생각하구 받아줘.
연이 : (송여사를 뚫어지게 본다)
송여사 : 왜? 부족하니?
연이 : ...
송여사 : 너, 보기보다 통이 크구나? 뭐, 하긴 그러니까 민이한테 꼬리를 쳤겠지만.
연이 : ...
송여사 : 정 부족하면 조금 더 줄 수도 있어.
연이, 일어선다.
송여사 : (우아한 미소) 머리가 있으니까 내 말을 빨리 알아듣는구나. 그래, 잘 생각했다.
(턱짓으로 봉투를 가리키며) 그거 가져 가야지.
연이, 시계상자만 집어든다.
연이 : 이건 제꺼니까 가져 갈께요. 안녕히 계세요.
연이, 나가버리면 송여사, 애써 웃던 얼굴 표정이 싸늘하게 바뀐다.
S#43. 지하철 안
멍하니 서 있는 연이의 눈에 눈물이 주루룩 흐른다. 신문팔이, 스포츠 석간을 외치며 사람들을 뚫고 지나간다.
소리 : 강민 엄마가 영화배우였대.
소리 : 영화배우?
소리 : 정희 몰라? 60년대 글래머.
소리 : 그 여자 죽었잖아?
소리 : 지금 정신병원에 있대.
연이의 귀에는 그 소리가 들어오지 않는다.
S#44. 강장군의 집무실
강장군과 김여사, 머리를 싸메고 앉아 있다.
김여사 : 좀 전에 김총리 댁에서 전화 왔었어요. 혼담 없었던 얘기루 하자구. 이게 무슨 망신이예요.
강장군 : 아, 시끄러. 나가, 나가.
김여사 : 그거 하나 못막아요?
이때 휘광 들어온다.
휘광 : 도련님 오셨습니다.
휘광의 말 끝나기도 전에 민, 부하들과 몸싸움을 벌인 듯 옷이 흐트러진채 뛰어들어온다.
김여사, 민을 한 번 흘겨보고 나가버린다.
강장군 : 저, 저, 저게. 너 내가 하지 말라 그랬지? 이렇게 애비 얼굴에 똥칠을 해야 속이 후련하냐?
민 : (눈물이 글성글성해진다) 왜 속이셨어요?
강장군 : 뭘 임마?
민 : 돌아가셨다 그랬잖아요?
강장군 :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민 : 살아계시잖아요. (눈물이 주루룩 흐른다)
강장군 : (할말이 없자 휘광에게) 야 너 가서 기사 쓴 놈 잡아와
민 : 어디 계세요?
강장군 : (휘광에게) 야, 얘 데리구 나가. 꼴두 보기 싫어. (버럭) 데리구 나가!
휘광과 부하들, 민을 끌고 나간다.
민 : (처절하게) 어디 계시냔 말예요---
민, 밖으로 끌려 나가면 문 닫히고 밖에서 민의 울부짖음 들린다.
민 : (소리) 아버지........
강장군 괴롭다.
S#45. 차 안 (밤, 비)
음악을 시끄럽게 틀어놓고 밤거리를 질주하는 민, 눈물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S#46. 거리 (밤)
연이, 걷다가 공중전화를 보고 잠깐 망설이다 부스 안으로 들어간다.
S#47. 민의 아파트 (밤)
술에 취한 민, 소주를 병째로 마시고 있다. 전화벨 울리다가 자동응답기 돌아간다.
민 : (소리) 네. 강민입니다. 메모 꼭 남겨주세요! (소리) 안녕하세요 여기는 박소현의 FM데이튼데요, 연락하기 참 힘드네요.
들어오시면 전화 부탁합니다.
다시 전화벨.
민 : (소리) 네 강민입니다. 메모 꼭 남겨 주세요!
승욱 : (소리) 야! 민아, 너 집에 있으면 전화 좀 받어. 지금 난리 났어. 스케쥴 다 펑크내구 어떡할라구 그래? 여보세요, 여보세요...
엔써링 확인하는대루 꼭 연락해라. 뚜------
민, 들고 있던 소주병을 벽에 힘껏 내던진다. 이때 다시 전화벨 울린다.
민 : (소리) 네. 강민입니다. 메모 꼭 남겨 주세요.
민, 전화기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전화 코드를 뽑으려고 전화선을 손에 감아쥐는 순간 연이의 소리 들린다.
연이 : (소리) 여보세요... 저 이연인데요.. 다시 전화할께요.
민, 연이의 소리가 들리자 수화기 든다.
민 : 연이씨?...
S#48. 공중전화 부스 (밤)
연이 : 계셨네요...
S#49. 민의 아파트 (밤)
민 : 웬일이예요?
S#50. 공중전화 부스 (밤)
연이 : (무뚝뚝한 민의 소리에 잠시 당황하다가) 저... 할 말이 있는데요.
S#51. 민의 아파트 (밤)
민 : 나 오늘 피곤하니까, 담에 합시다.
민, 일방적으로 말하고 끊어버린다.
S#52. 공중전화 부스 (밤)
연이, 황당한 얼굴로 수화기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