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칙 운문선사의 부처와 기둥
【본칙】
운문선사께서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법당안의) 오래된 불상과 드러나 있는 기둥이 서로 어울리는데 이것이 몇 번째의 단계일까?”
(아무도 말이 없자) 스스로 (대중을) 대신하여 말씀하셨다. “남산에 구름이 일어나니, 북산에 비가 내리도다.”
【松江】
법당에 들어가면 불상도 있고 기둥도 있고 대들보도 있고 신중단도 있다. 참 잘 어울린다. 이 어울림이 어느 정도의 경지란 말인가?
운문스님은 참 자비롭다. 아니다. 참으로 무자비하다. 석가세존 꽃 드시고 가섭존자 미소 지음에 어떤 내통이 있었을까? 달마조사와 혜가스님 간에는 또 어떤 밀약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사람들은 오늘도 여전히 석가세존이 어떻고 가섭존자가 어떠하며 달마도 어쨌으며 혜가가 어쨌는지를 힘주어 말하고 주장한다. 그 모든 주장들이 한편의 코미디임을 알겠는가?
운문선사의 이 뜬금없는 질문에 모두 머리를 굴리느라고 바쁘고, 손가락 꼽아보느라고 분주하다. 그 찰나 간에 운문선사의 무자비한 보검이 목을 지나고 있음을 누가 알리요.
하지만 운문선사는 참 자비롭다. 오매불망 무명(無明)을 깨뜨려주시려고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다.
“남산에 구름 일어나니 북산에 비가 내리네.” 이 자비의 베품을 아직도 분별하고 있다면 참으로 둔하고 둔하다. 궁금한가? 무슨 뜻인지를 구름과 비에게 물어보라.

[벽돌과 풀과 빗물은 무슨 대화를 나누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