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문고에서 ' 수원사랑, 문고사랑' 일일찻집이 있었습니다.
이의동에서 문고활동을 하였던 ' 둥지' 의 친목회원들 6 명이 모처럼 수원시 문고 식구들과 자리를 함께 하였습니다.
이른 저녁시간에 참석한 우리는 노란티켓을 내고 국수와 과일, 떡, 호박죽, 족발을 시켰습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되는 일일찻집은 수원시 47 개동 문고지도자들이 각각의 음식을
맡아 시간별로 교대를 하며 수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 넝쿨친목회가 있어 늦게 참석하게 되어 미안하기만 합니다.
원천동 문고위원들은 볶은김치와 따뜻한 두부를 담고 있었습니다.
시장님과 구청장 님들은 30분 전에 다녀 가셨다고 합니다.
문고위원들은 대부분 젊은 주부들이어서 낮시간에 많이 왔다고 합니다.
작년엔 선거를 앞둔 국회의원과 시의원 후보들이 명함을 내밀며 자신들의 소개에 분주한 발걸음을 하였습니다.
처음 가졌던 불우한 학생들의 장학기금과 이웃들을 위한 사랑의 일일찻집은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올해는 경기가 어려워서인지 작년보다 약간 한가해 보입니다.
각 동의 회장들은 아침 일찍부터 끝날 때까지 손님들을 맞느라 한복을 차려입고 테이블을 오가며 인사 하기에 바쁩니다.
부족한 저도 이의동 문고회장을 지냈지만 아무 댓가도 바라지 않고 지역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임하는 문고 식구들이 새삼스럽게 고맙기만 합니다.
광교신도시 개발로 이의동 문고는 문을 닫았지만 명맥을 이어나가려는 인연인지 저는 문고의 이사가 되었습니다.
과방에서 과일을 담고 있던 유영주 이사가 저를 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 이의동 이야기' 를 잘 읽었다며 인사를 합니다.
문고에 몸 담았던 저는 지난 10월 수원시 문고회장단 회의때 각 동에 ' 이의동 이야기' 50 권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서툰 글이었지만 책에는 문고를 사랑하였던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지요.
유영주 님은 시아버님이 옛날에 산의초등학교 구욱서 선생님이셨다며 수지와 산의초등학교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저의 책을 다 읽으신 구욱서 선생님은 책 쓴 사람은 알지 못한다고 하셨답니다.
저는 산의실로 시집 온 작은안골 새댁이었으니까요.
국수를 먹던 심경순 님은 깜짝 놀라며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셨다며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산의초등 8회 동문인 심경순 님 동창들은 지금까지 유일하게 구욱서 선생님을 모시고 있다고 합니다.
십년 전엔 칠순을 맞으신 선생님을 모시고 조촐하게 잔치를 해드렸다고 합니다.
인자하셨던 선생님은 산의실 다리에서 만난 중년의 주부가 된 제자를 한번에 알아보셨다며
심경순 님은 올해 연세가 팔십이 되신 선생님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저도 산의동문 9 회인 셋째서방님의 담임이셨던 구욱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가끔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가을운동회 때 찾아 뵌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석중이는 웅변도 잘하고 똑똑한 학생이니 뒤를 잘 보아 주시라고 부탁을 하셨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정말 셋째서방님은 형제들 중에서 말도 잘하고 합리적입니다.
명예퇴직 후에도 변호사 사무실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아 까다로운 법원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시집 왔을 때 어머니는 셋째 서방님의 눈이 반짝거리고 인정이 제일 많다며 기대를 많이 하셨습니다.
지금도 산뜻한 넥타이를 매고 옷차림이 늘 깔끔하여 보기에 흐뭇합니다.
집안에 문제가 생기면 특유의 짧고 명쾌한 답을 내 놓으며 설득력 있게 가족들을 안심시켜 줍니다.
구욱서 선생님의 큰 며느리인 유영주 이사는 선생님과 함께 조원동에 살고 있습니다.
조원동의 문고회장이었던 유영주 이사는 항상 따뜻하고 겸손합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효성스러운 며느리임에 틀림이 없겠지요.
우리들은 내년 산의동문체육대회 때에도 제자들을 사랑하셨던 구욱서 선생님을 모실 수 있기를 바라며 잔을 들었습니다.
흙에 살았던 이의동 식구들은 잔을 높이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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