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일을 가진 넷이 평일 저녁에 모이려니 서둘렀음에도 일곱 시.
나는 오후 기흥에서의 회의, 동수원에서의 직원 모친상 문상이 있었고.
가끔씩 만나곤 하는 昇이 내외와 우리 내외가 전격 의기투합을 해
근 삼십년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 羲煜이네를 만나러 가는 서산瑞山행.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PEUGEOT 308의 Navigation이 갑자기 말썽을 부렸지만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경부도, 평택안성도 서해안고속도로도 제법 양호했다.
시내로 들어가 큰길 네거리에서 다시 아주 반가운 해후를 했고.
그가 앞장을 서고 뒤를 따르는 것으로 시내를 벗어나 작은 길을 돌아 닿은 곳.
그의 지인의 흙집 두 棟, 16坪과 9坪으로 지어졌다고 했다.
흙과 나무로만 해서 지어진 곳으로 작고 둥근 방은 나무를 때서 난방을 했다.
차를 내리고 뒷좌석과 트렁크에서 주섬주섬 내리는 것이 장난이 아니었다.
방에 들어가 하나 둘 풀어 놓은 것으로 보니
아주 실하고 커다란 꽃게 몇 마리를 찜통에 들였고,
그다지 짜지 않게(간장 하나에 물 셋?) 직접 담은 간장 게장.
김치를 포함한 밑반찬과 몇 가지 장들도 빠짐없이 챙겨져 있었다.
밥이 끓는 동안 회 한 접시와 함께 진한 머루술이 한 순배 돌았다.
그의 씩씩하고 부지런하고 소탈한 아내를 만나고.
끝없는 화제가 이어져, 자란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우리 셋은 거실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속없이 밤이 기울었고,
아낙네들은 따끈하게 작은 방에서 나름 이야기꽃을 피웠으려나.....
다음날 아침, 두런두런 일어나 주위를 한 바퀴 돌며 사진을 좀 담았다.
뒤편으로 송림이 가까이 있었고 마늘밭을 위시해 많은 밭으로 둘렀다.
아내는 느닷없이 얹힌 속을 달래느라 많이 힘들어 했고.
단출한 아침 상에 남은 머루주 한두 잔으로 해장술을 대신했고.
昇이가 설겆이 시범을 몸소 실천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구석구석을 다 치우고 쓰레기 담아들고 열한 시가 다 되어 흙집을 나섰다.
어제 만난 네거리 근처에서 노란 유채꽃 날리는 것 잠시 들여다 보고
서산시청에 차를 대고 바로 옆에 있는 서산 동부시장의 '진미젓갈'에 들러
인근 광천 토굴의 젓갈류가 으뜸이라고 했던가,
새우젓과 까나리액젓, 어리굴젓 등 몇 가지를 챙겨서 사 들었다.
조금 더 길 안내를 받고 가다 길거리에서 작별을 하고 올라오는 길,
서해대교 중간의 행담도휴게소에서 우동과 샌드위치로 점심을 겸했다.
서해안 고속도로는 한적하게 좋았고 분당에 돌아오니 두 시쯤이었다.
정말로 모처럼만에 아주 고맙고 반갑고 즐거웠던 이틀이었다.
너무 거하게 대접을 받아 앞으로 어떻게 갚아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첫댓글 집이 넘 귀여워요. 삼십년만에 만나 친구 저도 느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