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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아이들이 펴내는 청소년을 위한 시리즈 '반올림'
『함수의 값: 잎이와 EP 사이』가 출간되었습니다!
어린이 및 청소년의 희곡을 책임지는 작가 '백승연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
함수의 값: 잎이와 EP 사이 _반올림42
백승연 지음
148*210mm (국판)|140쪽|값 9,500원
바람의 아이들 펴냄|ISBN 979-11-6210-014-1
2018년 6월 15일 출간
네가 원하고 꿈꾸는 것을 이야기해 봐.
청소년의 뜨거운 욕구와 치열한 갈등을 그려낸 희곡.
잎이는 이수에게 ‘나는 누구일까’라는 함수 문제를 낸다. 이수는 문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추리를 사용한다. 그 과정에서 이수는 어린 시절부터 얼마 되지 않은 과거까지 돌이켜보게 된다. 이수가 왜 그토록 잎이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수가 바라는 잎이의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도무지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실마리들이 조금씩 밝혀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독자들의 궁금증이 해결되어갈수록 이수는 더욱 혼란에 빠진다. 굳게 믿었던 이상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걸까. 이수는 결국 길을 잃고 악을 쓰게 된다. ‘잎이는 누구인가’라는 함수 문제는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하게 이어져, 이수를 비롯한 독자들에게 ‘당신의 이상은 어떤 얼굴이냐’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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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녕하세요, 백승연 작가님. 『함수의 값: 잎이와 EP 사이』 출간을 축하드려요! 『한눈팔기 대장, 지우』와 『공주의 배냇저고리(공저)』 이후 11년 만에 다시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2010년에 큰 병치레를 하고 5년 정도는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책 읽기를 멈춘 적은 없지요. 2014년 말부터 다시 조금씩 글 세상으로 발을 들이밀기 시작했습니다. 오래 쉬고 난 다음이라 제대로 된 글로 복귀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지만 다시 글을 쓰니 신났습니다. 글을 쓰지 않던 때는 몰랐는데 글을 쓰고픈 욕망이 제 속에 계속 쌓이고 있었던가봅니다.
2. 아동·청소년을 위한 희곡은 드문 편인데, 작가님께서는 꾸준히 그 길을 걸어오고 계셔요. 어린이를 위한 『한눈팔기 대장, 지우』부터, 청소년을 위한 『함수의 값: 잎이와 EP 사이』까지 아이들의 희곡 읽기를 담당하고 계시는데요. 아동·청소년을 위한 희곡이 적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작가님이 그 길을 걷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희곡이라는 분야가 낯설어서 읽는 이가 드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또한 읽는 이가 드물어서 희곡 출판이 잘 안 이루어지니 독자들이 희곡을 접할 기회가 적어져 낯선 분야가 되고 마는 것이기도 하지요. 이는 아동 청소년 희곡뿐만 아니라 우리 희곡 전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좋은 희곡 책이 많이 나오면 차츰 이런 문제들이 해소될 거라고 봅니다. 다행히 요즘 청소년용 희곡 출간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희곡 쓰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희곡이 재미있어서입니다. 소설이나 시보다 희곡이 제겐 더 흥미롭습니다. 소설이나 시를 쓰려고 해도 희곡 비슷한 모양이 되기 일쑤이니 제겐 희곡이 가장 잘 맞는 분야인가 봅니다.
3. 주인공 이수의 캐릭터가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세상을 완벽하게 설명해낼 논리체계를 찾고 있지요. 어디 그 뿐인가요. 다른 공부는 모두 제쳐두고 오로지 수학에만 몰두하고, 깨끗하고 순수한 잎이의 세상을 꿈꾸고 있어요. 잎이를 닮기 위해 자신의 얼굴에 하얀 물감을 바르기도 하고 기숙사에 하얀 종이를 붙이기도 합니다. 세상을 완벽하게 해석하려는 이수의 욕구는 어디서 오게 된 것일까요? 결벽증에 가까운 이수의 모습이 탄생하게 된 계기도 말씀 부탁드려요.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 시절 초반까지 저는 수학에 빠져 지냈습니다. 수학의 엄밀성, 철저함, 순수성에 완전히 매료됐던 것이지요. 이수는, 당시 저의 모습과 제가 직접 만나거나 영화나 책을 통해 접한 수학자들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탄생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당시에 이수만큼 결벽증을 가졌던 것은 아닙니다. 물론 얼굴에 하얀 물감을 바르거나 하는 일도 없었고요. 하지만 이수라면 충분히 그렇게 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을 설명해낼 완벽한 논리를 찾겠다는 야심찬 꿈은 제가 고등학교 때 꾸었던 것입니다. 당시 모순된 세상의 모습이 너무 싫어서 깔끔하고 명확한 논리만 찾아다녔지요. 이렇게 엄밀하고 명확한 논리에 빠져들다 보면 온 세상을 그렇게 말끔히 정리하고 싶은 욕구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수가 세상을 다 설명해낼 완벽한 논리를 꿈꾸는 것도 그래서이고요.
저는, 대학 들어가 수학기초론을 파고들다가 수학이 제가 생각한 것처럼 완벽한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닫고 크게 실망하여 더 이상 수학을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완벽이 아니어도 매력이 있다는 건 세월이 한참 지난 다음에야 깨달았습니다. 지금도 가끔씩 수학에 푹 빠져 지내는 수학자들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순수한 엄밀성을 추구하는 수학과 수학자들이 좋아서 얼마 전에 카오스 재단에서 이루어진 수학 강연을 일부러 찾아 듣기도 했습니다.
4. 이수의 가장 절친한 친구였던 서인의 변심이 안타까웠어요. 서인도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저버릴 수 없었기에 그러한 선택을 한 것이겠죠. 이수와 서인의 사이는 베스트 프렌드이자 소울 메이트 어쩌면 그 이상으로 느껴지기도 했어요. 이수가 서인에게 “너와 내가 만난 건 역시 우연이 아니다”라며 이 필연에 대한 논리도 찾겠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이수에게 서인이란 어떤 의미였을까요?
이수는 외로운 친구입니다. 어려서는 블록 놀이에 빠져서 지냈고 커서는 수학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렇게 무언가 좋아하는 것에 지나칠 정도로 푹 빠져 지낼 줄만 알지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입니다. 그런데 지방에서 올라와 힘들어하는 서인이라는 룸메이트를 보면서 외톨이였던 자신과 같은 친구를 처음 발견했던 것이지요. 더구나 서인이가 수호신 이야기를 하자, 자신의 잎이와 같다는 생각에 더욱 서인이를 분신처럼 여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의 분신이 될 수는 없습니다. 서인이도 서인이 나름의 고민으로 자신의 길을 가게 됩니다. 그렇게 서인이 학교 적응을 이유로 이수가 받아들이기 힘든 선택을 하고 다른 길을 걸어가자 서인이만을 유일한 친구이자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고 여겼던 이수는 당연히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된 겁니다.
5. 『함수의 값: 잎이와 EP 사이』에서는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이하 자사고)를 배경으로 치열한 경쟁과 갈등이 그려져요. 현재 자사고 폐지 찬성과 반대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어요. 작가님께서는 왜 자사고를 배경으로 설정하셨는지, 이러한 교육 현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려주세요.
우리나라 고등학생이 등장하는 청소년 소설이나 희곡에는 학문의 세계에 대해 깊이 빠져 있는 등장인물이 거의 없는 편입니다. 하지만 제 고등학교 시절을 되돌아봐도 고등학생이라 할지라도 수학, 물리, 경제, 역사 등에 깊이 파고드는 학생들이 적지 아니 하였지요. 그런데 수학에 푹 빠진 친구를 등장시켜 입시를 앞에 둔 학생들의 현실과 이상의 문제를 보여주기엔 자사고가 더 현실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제가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열등감, 우월감의 문제가 학교 안에서 더 선명하게 보이는 곳이 자사고이기도 하고요. 자사고는 똑똑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너나 할 것 없이 우월감만 갖고 지낼 것 같지만 약간의 차이만으로도 열등감을 심하게 느끼는 친구들이 많은 곳입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사고 폐지에 대해서는 어린 나이에 너무나 많은 친구들이 주변을 돌아볼 줄 모르는 우월감과 남에게 드러내지 못해 더 힘든 열등감에 시달리게 된다는 점에서 저 역시 폐지에 찬성합니다. 다만, 이수처럼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는 수학에 푹 빠져 지낼 수 있게 해주는 학교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든 물리든 그림 그리기든 기계든 각자 좋아하는 분야를 더 잘 할 수 있게 학교가 도와주는 것이 수월성 교육이라고 한다면 저는 수월성 교육에는 적극 찬성합니다.
6. 이수에게는 어린 시절 놀이 교구 선생님을 통해 만난 잎이가 있고, 서인에게는 새하얀 줄리앙 석고상이 있지요. 잎이와 줄리앙은 두 사람에게 수호신 또는 이상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수의 모습이 선생님의 고등학교 시절 일부분이라고 하신 걸 보았는데요. 선생님께도 잎이나 줄리앙 같은 존재가 있었나요?
저는 고등학교 시절 수학과 물리를 좋아했습니다. 위에서도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세상을 설명해낼 완벽한 논리를 찾으려 했고요. 당시엔 수학과 물리가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기에 이미 그 자체가 제겐 잎이이고 줄리앙이었습니다.
7. 작가님께서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공연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주인공 베르다 알바 역할을 하시면서 감정이 몹시 격해졌던 경험이 있었다고 밝혀주셨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이러한 폭풍 같은 감정을 겪고 난 뒤 작가님께서 삶이나 글을 대할 때 달라진 부분이 있으신가요?
동네 아마추어 극단이긴 해도 연극에 직접 참여를 해봤던 것은 배우의 일을 맛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희곡을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연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도 했고 따라서 별로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놀라운 연기 세계를 경험했던 것이지요. 연극은 참 재미있습니다. 분명히 희곡과 하나이긴 하지만 희곡과는 또 다른 세상입니다. 전혀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건 그 연극 무대에 올라서서 직접 연기를 해보기 전까진 전혀 몰랐습니다. 희곡이 그렇게 멋진 세상에 활용되는 글이라는 걸 그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는 처음 깨달았지요. 연극 체험을 통해 희곡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희곡이 종이 위에서 잠만 자는 글이 아니라는 걸 온몸으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8. 작가님께서는 최근 희곡과 돌, 나무, 새 그리고 수학에 관심을 갖고 계신다고 밝혀주셨어요. 수학에 대한 희곡이 탄생했으니, 돌이나 나무, 새가 등장하는 희곡도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다음 작품의 예고가 될 수 있는, 작가님의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부탁드릴게요.
저는 산을 좋아합니다. 나무와 돌, 그리고 새가 있는 숲을 거닐면 정말 행복하거든요. 발에 밟히는 자그마한 화강암 부스러기나 편마암 작은 돌이 수십억 년 지구 역사를 품고 있는 걸 생각하면 감격스러워 가슴이 뜁니다. 혼자 숲을 걷다가 듣는 따다다다 나무를 쪼는 딱따구리의 소리는 또 얼마나 신선한가요. 느티나무, 물오리나무, 후박나무, 참나무 등등 나무라는 나무는 다 그저 쳐다보기만 해도 눈이 맑아집니다. 이렇게 좋아하니 돌, 나무, 새가 다음 제 작품에 등장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수정 작업이 따르기 마련이라 저도 제 다음 작품이 어떻게 될지는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끝없이 샘솟는 제 호기심의 방향이 내일은 또 어디로 흐를지 저도 모르거든요. 오늘은 삼각형 도형에 꽂혔습니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멋진 삼각형 도형들의 다양한 모양들……. 어쩌면 다음 작품은 삼각형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9. 『함수의 값: 잎이와 EP 사이』를 만나보게 될 독자 분들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이 작품을 통해 더 많은 분들이 희곡이라는 분야의 매력을 알게 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연극 무대까지 마련해 보실 수 있다면 정말 멋진 경험을 하시게 될 것이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