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격전지 헤쳐온 '쉬운 말 운동', 이 사람들이 있었네
김슬옹 2023. 6. 26. 09:27
"언어는 안전과 직결"... 대구 경북대 한국어문화원을 찾아서
[김슬옹 기자]
필자는 지난 20일 서울시 구로구에서 아침 일찍 출발, 동대구역에서 내려 오전 9시도 채 되기 전에 대구광역시 북구 경북대 대학원 동에 있는 경북대 한국어문화원을 찾았다. 김덕호 원장을 비롯하여 안미애 부원장, 이재섭, 황지윤 연구원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경북대 한국어문화원은 2005년 국어기본법이 공표된 후 2006년에, 문체부 지정 국어상담소가 처음 생길 때 발족하여 18년째 이어오고 있었다. 5년 전부터 국어문화 운동을 다문화, 외국인들까지 확장하기 위해 이름을 '한국어문화원'으로 바꾼 바 있다.
언택트→비대면, 비말→침방울... 코로나 용어 순화 운동 펼친 한국어문화원
초창기 때 연구원에서 시작해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는 안미애 부원장(국어국문학과 교수)을 비롯해 연구원들은 한결같이 가장 인상 깊은 활동이 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코로나 관련 용어 순화 운동'이라고 꼽았다.
대구시는 코로나 전염병 초기에 마치 코로나 역병의 진원지처럼 몰려 많은 어려움을 겪은 바 있고, 그 와중에 쏟아지는 각종 외국어식 코로나 용어 때문에 더욱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한국어문화원은 쉽고도 정확한 말이 건강과 안전에 직결된다고 판단해서 대구시와 협업으로 코로나 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는 노력을 폈다. 그래서 '드라이브 스루 진료'를 '승차 진료', '언택트'는 '비대면'으로 '비말'은 '침방울'로 바꾸는 한편, 대구 시민 조사에서 어렵다는 응답이 높았던 "내소 → 병원/보건소 방문, 내소 접종 → 보건소 접종, 아나필락시스 → 초과민반응" 등으로 바꾸는 운동을 펼쳤다. 특히 성과를 보인 어휘로는 '승차 진료' 외 "부스터 숏 → 추가 접종, 코호트 격리 → 동일 집단 격리" 등이 현장에 정착될 수 있었다.
기자가 '대구광역시 코로나 19' 누리집(covid19.daegu.go.kr)에 들어가 보니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 승차 검진(Drive Thru) 운영 종료 안내(3. 10.일 부터)"라는 공지사항이 보였다. 경북대 한국어문화원의 노력이 현장에 정착됐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런 노력으로 경북대 한국어문화원은 2021년 대구광역시 문화예술정책 부문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어문화원 연합회장이기도 한 김덕호 원장은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를 넘어 안전, 생명과 직결되기도 한다. 대구시가 '코로나 진원지'라는 오명을 벗고 슬기롭게 대처해 온 배경에는, 쉬운 말 쓰기 운동도 있었음을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라며 마치 전쟁터에서 살아나온 병사처럼 말했다.
쉬운 말 쓰기 운동, 지역민과 함께하기
경북대학교 한국어문화원 언어문화 소식지 <국어 생활 이야기>를 통해 공공기관 대상으로 지속적인 순화어 홍보를 해오고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오픈 소스(open source) → 공개 자료, 옴부즈맨(ombudsman) → 민원 도우미, 로컬소싱(local sourcing) → 현지 조달, 세이프티 콜(safety call) → 작업 중지 요청" 등의 용어가 현장 반응이 좋았다고 이재섭 연구원은 말했다.
브라질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닌 바 있는 황지윤 연구원(사회언어학 전공 박사과정)은 3년째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황 연구원은 매해 한글학회 대구시지부와 함께 하는 외국인 말하기 대회가 한류 시대에 한국어 문화를 세계인들과 함께 나누는 의미 있는 행사라며 힘주어 말했다.
특히 능인고등학교 등과 함께 하고 있는 청소년 우리말 가꿈이 사업이 가장 보람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월 3일 능인고 도서관에서 '2023 대구 청소년 우리말 가꿈이 발대식'을 열고, 능인고 독서 토론 동아리와 언론 홍보 연구회 학생 14명이 올해 대구 청소년 우리말 가꿈이로 임명됐다.
황지윤 연구원은 직접 학교를 방문해 학생 대상 특강도 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관해 토론도 하면서 우리말글 문해력 개선과 바로 쓰기 등을 신문 제작 등을 통해 직접 실천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능인고 언론홍보연구회 성건 부장(능인고 2학년)은 기자와의 문자에서 "5월 세종 나신 날 한글 홍보 운동을 위해 친구들에게 혼동하기 쉬운 단어 구분하기, 세종대왕에 관련된 문제 등을 내고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한글 홍보를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말 가꿈이로서 하는 활동을 통해 여러 사람들에게 쉬우면서도 어려운 한글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만든 것 같아 뿌듯함을 느꼈고, 동시에 우리 고유 문자인 한글에 대한 자부심도 더 느끼게 됐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해왔다.
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김덕호 원장 대신 연구원 실무를 이끌고 있는 안미애 부원장은 마지막 소감과 계획을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은 포부를 밝혔다.
"경북대학교 한국어문화원은 지역민의 올바른 국어문화 생활을 돕고, 지자체와 지역민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지역의 언어문화자산을 보존하고 이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업들을 핵심적으로 추진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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