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하강 속도 예상보다 심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9일 기준금리를 0.50% 포인트 추가 인하키로 결정한 것은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국내 경기 급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통화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8일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기준금리를 1694년 설립 이후 315년만에 최저치인 1.5%로 낮추는 등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제로(0)금리'에 가까운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하하고 있는 것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미도 있다.
■ 금리인하배경=금통위가 지난해 10월9일 이후 석달만에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를 2.75%포인트나 인하한 것은 금통위 역사상 처음이다. 금통위가 이같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있는 이유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예상보다 훨신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한은은 "생산과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어 경기침체의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발표한 2.0%(실질 기준)달성도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올1분기와 2분기에 국내 경기는 '최악의 순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내높은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 0.6%(전년 동기대비)달성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조차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추가인하 전망과 폭=금통위는 1월에 이어 2월에도 기준금리를 추가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경기가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되는 올 상반기의 경기 급랭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JP모건, 시티그룹 등 해외 투자은행들은 향후 우리나라의 기준 금리가 2.00%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 등 일부 해외 IB는 올해 중순까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00%까지 낮출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도 기준 금리 인하 행진에 속속 총참하고 있다. 미국(0~0.25%)과 일본(0.10%)이 사실상 제로금리 상태에 돌입한 것을 비롯해 영국(1.50%), 캐나다(1.50%)등도 앞다퉈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금리를 내리고 있다. 중국의 기준금리는 5.31%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중국의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도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파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김영민 기은SG자산운용 이사는 "금통위의 금리인하 조치는 국내경기의 급랭에 적극 대처하고 신용경색으로 흑자도산하는 기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금의 '물고'를 터주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