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ㅡㅡㅡㅡㅡ 잘 마른 무청시래기는 철분과 칼슘이 풍부한 식이섬유로 예로부터 효능이 알려진 식재료이다. 하지만 봄나물 풍성한 우수 경칩이면 무청시래기는 관심 밖이 된다. 사람의 관심밖에 밀려나 한 가닥 바람에 바싹 마른 몸을 내맡기고 있는 건 시래기뿐이 아니다.
겨우내 얼고 녹기를 거듭하며 빨랫줄에 걸린 채로 버려지는 무청 시래기처럼, 요양원에 맡겨지는 노인들..... 평생 자손들에게 물기 다 빼주고 거죽만 남은 채,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침대와 휠체어에 매달려, 이제는 까무러칠 힘도 없이 마지막 날을 기다리고 있다. 태어나면 반드시 겪게 될 일이라지만 참으로 애틋하고 가슴쓰린 일이 아닌가.
‘만물에는 생로병사가 있고, 태어남은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 익히 들어 안다고 해도, 예정된 죽음 앞에서 얼마나 초연할 수 있을까? 웰다잉(Well Dying)을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