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파리와 나]
요즘 텃밭에 나가 풀을 뽑다 보면, 덥고 습한 날씨보다 더 힘든 복병을 만난다. 바로 날파리다. 이 작은 놈들이 눈에, 귀에, 얼굴 주변으로 끊임없이 달라붙는다. 앵앵거리며 달려드는 통에 손을 휘저어 쫓아내 보지만, 그럴수록 약 오르라는 듯 더 극성스레 덤벼든다.
처음에는 온몸으로 저항했다. 손을 마구 휘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헛손질을 해대기도 하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기도 했다.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놈을 손바닥으로 확 낚아채 몇 마리 잡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짜증과 괴로움만 더해갈 뿐이었다.
결국 방법을 바꿨다. 쫓아내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몸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서너 마리가 눈가에 앉고, 귀찮게 윙윙거리고, 간혹 코끝을 스쳐 가도 그대로 두었다. "덤빌 테면 덤벼라, 내 할 일이나 하련다" 하고 마음을 비운 채, 눈앞의 풀을 뽑는 데만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날파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새 그 성가심을 잊고 일에 몰입하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파리가 달려들고 있다는 생각 자체를 내려놓고 해야 할 일에 에너지를 쏟자, 그 와중에도 결국 계획했던 정리를 모두 끝마칠 수 있었다. 날파리라는 외부의 자극에 매달리지 않으니, 괴로움도 자연스레 가라앉았다.
우리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살다 보면 눈앞에 알짱거리는 날파리 같은 수많은 자극과 마주한다. 타인의 비난, 불쑥 찾아오는 크고 작은 소란, 사소한 스트레스 같은 것들이다. 어떤 이는 그 자극에 일일이 반응하며 화를 내고 손을 휘두르느라 정작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손도 대지 못한다. 손을 휘두를수록 더 달려드는 날파리처럼, 자극에 감정적으로 매몰될수록 괴로움의 크기만 키울 뿐이다.
따지고 보면 삶은 날파리처럼 찾아오는 '자극'과, 그것을 대하는 나의 '반응'으로 이루어진다. 자극은 내가 통제할 수 없지만, 그것에 어떻게 대처할지는 오롯이 나의 선택이다. 끊임없는 자극 속에서도 의연히 내 할 일을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삶을 흔들림 없이 살아낼 수 있다.
오늘 내게 덤벼든 날파리들은, 자극에 휘둘리지 않는 법을 알려준 작은 스승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