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유정 씨! "사장님! 회사 형편이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닐텐데 한 푼이라도 아끼셔야 되지 않겠어요, " 돈요? "........ "도는 얼마든지 있어요, "돈을 벌어야 돈이 생기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사업이란 한 달 한 달 수입이 신장되는 맛에 하는것 아닌가요? "제가 입사할 적에 사장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없는 돈에 시작한 사업이니 열심히 해 보자고 말씀하시지 않으셨나요.
"제가 언제 그랬나요. 하! 하! 하! 이경철 사장은 갑자기 호탕하게 웃어 젖혔다.
"그까짓 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경철 이래 보여도 아주 부잡니다. "마음만 부자가 아닌 진짜 부자라니까요,
유정은 경철의 말이 쉽사리 믿어지지 않았다. 돈이 많으면 음식점이나 술집을 하면 돈을 많이 버는데 기껏해야 푼돈을 만지는 작은 출판사를 한다는 자체는 돈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경철의 말이 유정의 귓전에는 술김에 내뱉는 호기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사장님도 빨리 돈 벌어야 장가도 가지요, "장가요, 결혼을 하라고요, "유정 씨! "네! "제가 유정 씨가 이렇게 옆에 계시는데 어째서 누구와 결혼을 합니까? "유정 씨 어서 사무실 문을 닫고 저녁을 함께 하러 갑시다. "아니면 술을 한 잔 하러 가시던지.
경철은 단순하게 말을 내뱉어 냈지만 유정은 그 소리가 너무나 듣기 좋아 기분이 넘쳤다.
유정이 사무실 문을 잠그는 동안 경철은 유정을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화장실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유정이가 얼마 동안 현관에서 기다리자 경철이 다가왔다, 둘은 길을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앞좌석 기사를 향해 큰 목소리로 "양수리까지 갑시다. "양수리요. "네 양수리 "그곳 까지는 메타 요금에 배를 주셔야 갑니다. "네 그렇게 할 테니 갑시다.
경철은 말을 끝내고 게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는 차 안에 유정을 흩어본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의 손을 웅크려 쥔다.
"사장님! 이 시간에 양수리까지 가다니요. "거기 가면 좋은 데가 있나요.
"이왕이면 마음에 드는 곳에서 한잔 하여야 않겠습니까. 경철은 씩 웃으며 말했다. 웃는 모습이 너무나 담백하였다.
그런 경철을 유정은 마음껏 받아주고 싶었다. 그동안 마음 한가운데 잠재운 사랑의 감정을 마냥 풀어 던지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큰돈은 없어 보여도 넉넉하게 마음 써준 남자 이경철 결혼했던 흔적도 지금 이 순간은 말끔하게 지워져 있는 듯싶었다.
그들의 타고 온 택시는 언젠가 유미하고 저녁을 먹던 양수리 카페에서 내렸다. 둘은 역시나 2층에 자리를 잡고 스테이크를 시켜 저녁을 먹으며 양주를 한병 시켰다.
유정으로서는 너무도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다. 서너 잔을 주고받으며 마셨다.
술기운에 정신이 혼미하였다.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 감긴다. 온몸이 풀린 듯 뜨거움을 느껴지지만 유정은 마음을 진정시키며 경철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만 본다.
사랑하던 사람의 얼굴에는 천정에서 내려온 불빛이 실루엣으로 엉켜 너울거리고 있었다.
얼마를 더 마시고는 둘은 별장으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선 윤정 역시 유미처럼 강물을 바라보며 감탄을 열 발하다가 스스로 침대에 몸을 걸쳤다.
유정은 침대 머리맡에 있는 스위치를 켜는 순간이었다. 뜨거운 숨결과 함께 경철의 무거운 몸이 앉아있는 윤정을 향하여 세차게 압박해 왔다.
유정은 두 팔로 깍지를 낀 경철의 팔을 풀어 보려고 한참이나 버둥거렸다. 순간 숨소리와 더불어 귓불을 타고 가슴 쪽으로 짜릿한 전류가 흘렀다.
"경철 씨! 정말로 이러시면 안 되는데요. 그러나 윤정의 목소리는 혼자서 대뇌 여진 때문에 경철의 귓전에는 조금도 들리지 않았다.
유정이 버둥거리자 또다시 스커트 자락이 무릎 위로 걷히고 속옷이 눈에 환하게 드러났다.
경철은 막상 말을 꺼내려하였지만 실상은 이 순간 무슨 이야기를 하여야 할지 도무지 말할 것이 쉽사리 떠오르지를 않았다,
유정도 역시나 무슨 말을 하려고 눈빛을 경철에게 향해 보았지만 도무지 말이 나오지 않은 것은 그 여자의 특징일 수도 있었다.
비로소 경철의 입가에 미소가 떠 올랐다. 하지만 이미 경철의 손은 갸름한 유정의 얼굴을 만지고 있었다. 부드럽고 얼굴 양쪽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기고 있었다.
그리고 따듯한 혀가 유정의 입을 비집고 들어가더니 입속 안을 한 바퀴 휘돌았다. 긴장을 했었던가. 유정은 솔잎처럼 곤두선 온몸의 신경들이 바람맞은 풀잎처럼 일제히 한 곳으로 몸을 눕히는 것 느끼고 있었다.
"사랑해 아주 길게 윤정의 입안에서 휘돌아 엉키기를 수십 번 반복하다 혀들이 떨어지고 난 바로 경철은 윤정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그런 말은 열 번, 백번, 아니 수백 번 반복한다 해도 좋은 말이다.
경철의 손이 자연스럽게 부드럽게 유정의 허리를 휘감아 안는가 싶더니 이내 유정의 핑크빛 원피스 첫 단추를 벗겨냈다.
"나 윤정 씨 갖고 싶어 정말로. 두 번째 단추를 향해 손이 옮겨졌을 때 경철은 차분하게 말했다. 경철은 눈처럼 하얀 브래지어 가운데 박힌 분홍빛 꽃을 엄지 손가락으로 눌렀다.
마치 몸 안으로 들어가는 초인종을 누르는 기분으로 그러자 유정은 몸을 움츠리며 속삭였다. "저도 사장님을 갖고 싶었어요.
이상하게 마음이 다급해진 윤정은 와락 네 번째 단추로 내려가는 경철의 손을 잡았다. 놀란 듯 커진 경철의 눈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곱게 말아 올린 속눈썹 안의 가만 동그란 눈이 놀란 것처럼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경철은 그녀의 눈빛이 갈증에 목이 마른 그런 게 아니라는 걸 깨 닫는다.
뭐랄까.... 그것은 무엇인가에 원인이 되어 만들어진 다급함에 가까운 그런 것이다. 유정의 눈빛이 흐릿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