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長年)의 12도(道)
사전을 찾아보면 '소년은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아니한 어린 사내아이를 뜻하고, 청년은 신체적·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 나이가 20대 정도인 남자를 이르나 때로 그 시기에 있는 여자를 포함해서 이르기도 한다' 라고 되어 있다. 청년보다 기운이 센 나이대가 있다. 바로 장년(壯年)이다. 장년은 사람의 일생 중에서 한창 기운이 왕성하고 활동이 활발한 서른에서 마흔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을 뜻한다.
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55~64세까지의 연령대를 가리키는 용어를 ‘고령자’대신 ‘장년(長年)’으로 표기하기로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50~54세는 준고령자, 55세 이상은 고령자라고 지칭돼왔다. '사람들로부터 ‘젊으신데요’하는 말을 들으면 노년으로 들어갔다는 얘기다. 그 다음, 좀 더 나이를 먹으면 화장실에 갔다가 바지의 지퍼를 올리는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더욱 나이를 먹으면 지퍼를 내리는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 탈무드에 나오는 유대인의 조크다. 오늘을 살고 있는 60대든 70대든 누구나 스무 살 시절이 있었다. 스무 살 시절의 열정이 있다면 60대든, 70대든 누구나 청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열정이 없는 스무 살이 바로 노인이고 고령자인가 싶다.
명(明)나라 사상가 이탁오(李卓吾)는 예순넷에야 첫 책 '분서(焚書)'를 냈다. 30년 넘게 관리를 지낸 그는 쉰 되기 전까지는 유교 경전을 아무 생각 없이 읽었다고 털어놓았다. "쉰 살이 되기 전까지 나는 한 마리 개와 같았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어대자 나도 따라 짖어댔다." 그는 노후를 준비해야 할 나이에 자신을 깨부수고 현실을 비판하는 지식인으로서 제2의 청춘을 살았다.
옛날엔 마흔만 돼도 초로(初老)라 했지만 요즘엔 '노인'이라는 말을 함부로 꺼내서는 안 된다. 오늘의 노인이 옛날의 그 노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 후생성은 쉰에서 예순아홉까지는 알차게 결실을 맺은 연배라고 해서 실년(實年)이라고 부른다. 일흔이 넘으면 성숙했다는 뜻으로 숙년(熟年)이라고 한다. 중국에선 50대가 숙년이고, 60대는 장년(長年), 70대 이상은 존년(尊年)이라고 부른다.
미국에서도 노인(old man) 대신 '더 나이 든 사람(older man)'이라는 표현을 쓴다. '나이 든 시민(senior citzen)'과 '황금 연령층(golden age)'도 노인을 대신하는 말이다. 프랑스에선 예순 넘은 사람을 '제3의 인생'이라고 부른 지 오래됐다. 우리 정부도 고용관계법을 고치면서 쉰 넘은 '준(準)고령자'와 쉰다섯 이상 '고령자'를 합쳐 '장년(長年)'으로 바꿔 쓰기로 했다. 국어사전에 '오래 산 사람' 또는 '오랜 세월'이라는 뜻으로 올라 있던 말이다. 서른에서 마흔 안팎까지 힘이 펄펄한 장년(壯年)과는 다른 호칭이다.
한국인 평균 수명이 남자 일흔일곱, 여자 여든넷인 현실에서 장년(長年)은 힘이 남아도는 젊은 축에 들어간다. 한창 일할 나이인 베이비붐 세대(49~57세)를 고령자라고 부를 수 없는 세태가 '장년'을 사전 바깥으로 불러낸 셈이다. 정부가 '고령자'라는 표현을 없애는 것은 이미 퇴직했거나 곧 퇴직하게 될 베이비붐 세대의 재취업을 북돋우기 위해서다. 장년을 고용한 기업은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된다. 장년 근로자는 임금을 덜 받고 덜 일하는 대신 더 오래 근무할 수 있게 된다.
심리학자와 뇌과학자들은 40~60대의 뇌가 청년의 뇌보다 더 똑똑하다는 실험 결과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기억과 계산 능력은 뒤처져도 경험과 전문 지식 덕분에 추론(推論)과 판단 능력이 훨씬 앞선다고 한다. 장년은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반환점을 막 지나쳤을 뿐이다. 건강한 장년이 마음껏 달릴 수 있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래야 세상도 장년의 지혜를 빌릴 수 있다.
第1道 - 언도(言道) : 나이가 들면 말의 수(數)는 줄이고, 소리는 낮추어야 한다.
第2道 - 행도(行道) : 나이 들면 행동(行動)을 느리게 하되 행실(行實)은 신중(愼重)해야 한다.
第3道 - 금도(禁道) : 나이 들면 탐욕(貪慾)을 금(禁)하라. 욕심(慾心)이 크면 사람이 작아 보인다.
第4道 - 식도(食道) : 나이가 들면 먹는 것이 중요하다. 가려서 잘 먹어야 한다.
第5道 - 법도(法道) : 삶에 규모(規模)를 갖추는 것이 풍요(豊饒)로운 삶보다 진실(眞實)하다.
第6道 - 예도(禮道) : 나이든 사람도 젊은이에게 갖추어야 할 예절(禮節)이 있다. 대접(待接)만 받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第7道 - 낙도(樂道) : 삶을 즐기는 것은 욕망(慾望)을 채우는 것에 있지 않다. 간결(簡潔)한 삶에 낙(樂)이 있다.
第8道 - 절도(節道) : 나이 듦이 아름다움을 잃는 것은 아니다. 절제(節制)하는 삶에 아름다움이 있다.
第9道 - 심도(心道) : 인생(人生)의 결실(結實)은 마음가짐에서 나타난다. 마음을 비우면 세상이 넓어 보인다.
第10道 - 인도(忍道) : 나이가 들어가면 인내(忍耐)가 필요(必要)하다. 참지 못하면 망령(妄靈)이 된다.
第11道 - 학도(學道) : 연륜이 쌓이면 경험(經驗)이 풍부(豊富)하고 터득한 것이 많다. 그러나 배울 것은 더 많다.
第12道 - 기도(棄道) : 손에 잡고 있던 것들을 언제 놓아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것이 나이 들며 배워야 할 마지막 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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