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을 태운 승용차는 드디어 톨 게이트를 벗어나 서해안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밟는 고국땅이 정말로 그 옛날 금실 미류나무가 살았던 대한민국이 맞는가? 의구심마저
들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내 조국 대한민국이 변해도 너무도 많이 변해 있었다.
시골 촌놈이 처음으로 상경하면 야간에 고층빌딩에서 뿜어대는 눈이 부시도록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불빛에
한동안 정신이 나가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나역시 오랜 외국생활에서 오랜만에 밟은 고국의
모습에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나는 고향이 경상도인지라 고속도로라고는 오로지 경부 고속도로밖에
타보지 못했다. 그 옛날 보릿고개 시대에 경부 고속도로가 처음으로 생겼을 때 경부 고속버스를 타고
경부선의 기착지인 경북 김천에서 일단 내려 상주로 가던 기차나 직행버스를 갈아 타고 내 고향 상주를
가곤 했다. 지금은 서울에서 상주까지 바로 직행으로 가는 고속버스가 생겨 김천에서 갈아탈 필요가 없게
되었다고 들었다. 고국땅을 떠나 온지가 너무나 오래 되어 사람들뿐 아니라 고국 산하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달리는 차내에서 유리창문을 통해 전개되는 서해안 고속도로 연안의 풍경을 바라다 보면서 나는 한동안
말없이 지난 날의 옛 추억속으로 나도 모르게 빠져 들고 있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충남 당진을 지나
우리들을 태운 승용차는 어느덧 서산 휴게소로 향하고 있었다. 아아치형의 다리를 돌아 자동차는 서서히
속력을 줄이기 시작했다. 바로 눈앞으로 바다가 들어 왔고 방파제가 눈에 띄었다. 드디어 자동차가 멎고
우리들은 화장실 볼일도 볼겸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휴게소 내부로 들어 갔다. 태어나서 난생 처음으로
구경하게 되는 서해안 고속도로선상의 휴게소 내부이었다. 내부는 정말이지 으리으리 했다. 먼저 화장실이
얼마나 깨끗했는지 내가 태어나서 이렇게 깨끗하고 깔끔한 화장실을 사용해 본적이 없었다. 거짓말을 약간
보탠다면 밥 먹다가 밥알이 화장실 바닥에 떨어져도 그대로 줏어 먹어도 괜찮을 정도로 아주 깨끗하고 상쾌했다.
이젠 국제사회 어디를 갖다 놔도 조금도 손색이 없을 정도 이었다. 인천 공항 청사와 서해안 고속도로선상의
서산 휴게소 시설만큼은 그야말로 주변 자연경관이나 내부 인테리어 시설 자체가 국제 사회에서도 일등급
수준이었던 것이다. 둘째 처형 내외와 나는 무엇으로 요기를 할까...?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각 부스들앞에
걸려 있는 메뉴판들을 들여다 보았다. 참으로 가관이었다. 수제비에서부터 칼국수.... 전주비빔밥,회덫밥,
오무라이스,오뎅,햄버거,스파게티,피자, 춘천 막국수, 다슬기국, 각종 회, 스테이크,불고기,육계장,짜장,만두,
떢볶이,메밀 국수......등 그야말로 없는 음식이 없었다. 원 스톱 음식 백화점안에서 경상도 음식, 전라도 음식,
강원도 음식, 구라파 음식, 중국 음식, 일본 음식....등 그야말로 자기 본인 입맛에 맟춰 세계 어느나라 음식이라도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옛날에 일찍 태어나서 이런 좋은 세상 구경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이렇게 세계 도처의 좋은 음식들을 한번 먹어 보지 못하고 하늘 나라에 먼저 가신 조상님들이 불쌍하기만 했고
그런 조상님들을 두고서 나혼자 이런 맛있고 좋은 음식들을 먹을려니 좀 미안하다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네 인생 각자 주어진 팔자대로 사는 것을........! 그 것이 어찌 금실 미류나무의 잘못인가?
하는 생각까지 다 들었다. 아니 내가 지금 이 순간 그런 걱정 할 땐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선 맛 있는 걸로
배나 좀 채우고서 조상님들 걱정을 하든지.....두고 온 고향의 초등학교 시절의 여자 동기 생각을 해야만 할 것 아닌가....?
둘째 처형은 다슬기국, 둘째 동서는 전주 비빔밥, 나는 각기 우동 한 그릇.....각자 자기 입맛에 맟춰 음식을 시켜 점심
요기를 했다. 그리고는 미국놈들처럼 차 한잔을 마신 후에 우리들은 화장실에서 완전 무결하게 볼일을 다 본 뒤에 다시
승용차에 올랐다. 다시 역으로 아아치형의 고가 다리를 돌아 우리들은 또 다시 서해안 고속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고속도로 중간 중간에 교통 단속용 카메라들을 양쪽 길가에 설치해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나는 현재 내가 거주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제일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이 바로 이 교통 단속 카메라이기때문에 이놈의 카메라에 대해선 노이로제가
걸려 있는 상태다. 한번은 자동차 번호판과 운전석에 앉아 있는 내 얼굴 상단부가 너무도 선명히 찍혀 집까지 친절하게
메일이 와서 벌금 폭탄에다가 운전 법규 교육까지 받은 적이 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남의 여자를 운전석 바로 옆의
조수석에 태우고 가다가 그대로 카메라에 잡혀 본 부인과 대판 싸우고 이혼 일보직전까지 간 사례도 있다. 금실 미류나무는
그런 여자 관계에선 도덕적으로 아주 깨끗한 사람이니까 그런 걱정까지는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도취되어 나는 정신이 나가 먼 추억 여행을 하고 있었다. 차안에 설치 되어 있는 스테레오에선 트롯토 가수 진성의
"청춘을 돌려다오" 란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마음은 아직도 그 옛날 고향 상주에서의 초등학교 시절 그대로 인데
어느덧 몸은 50대 중반을 달리고 있었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살아 온 세월보다 남아 있는 세월이 훨씬 더 적다는 사실이다.
저승사자가 금실 미류나무가 걸어가는 인생 노정길 어딘가에 숨어서 나를 잡아 갈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려고 발버둥치고 뱀사탕도 먹고 하는데 나는 이 모든 것이 서글픈
생각이 든다. 어차피 인간은 노년으로 접어 들면서 고독할 수밖에 없고 슬퍼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계속해서 고국 방문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늘 평강속에서 신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첫댓글 ^^ㅎㅎ 고국에 오랜만에 오셔서 .좋은 느낌 많이 받으셨군요,,
그러네요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있다고 봐야지요.
아직도 .무개념스런 일부 사람들도 있지만 .~~~
보리사님 늘 잘 계시지요? 오랜만의 고국방문 모든 것이 변했더군요.
세월따라 변하는 것이 세상인가 봅니다. 무더운 장마철 건강관리 잘 하시길 멀리서 빕니다.
오십대면 아주 한창인데요~~왠 저승사자...이제가 인생 이막의 시작입니다.
이제까지 쓰신글을 쭉 읽어보면서 이국생활이 고향생각에 무척 힘드신갑다 생각이 듭니다...
다시 고향땅을 밟을날을 기다리며 힘네세요!!!!덕분에 저도 좋은여행 잘하고 있습니다...
통통이님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생을 소탈하시면서도 언제나 밝게 살아 가시는 면을 보고
금실 미류나무는 많은 것을 배운답니다.
늘 옥체 건안하시고 평안하시길 빌겠읍니다.
금실~~님...격려라니요!!!글을 쓸지 몰라 예쁘게는 못 쓴답니다~~~
그저 생각나는데로 쓰고 있답니다...
미류나무님 덕분에 팔도를 다녀보네요... 강원도 화천에서 목포까지 죽 따라갈께요....
생각소리님 서로가 한번도 만나 본적이 없어도 이렇게 글로서 서로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통신 문화의 눈부신 발전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어디까지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속에 파묻혀 봅니다. 늘 행복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