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땐, 책
-김남희 지음/(주)수오서재 2021년판
여행과 독서를 생각하다
1
‘책을 읽는다, 그리고 마음에 와 닿으면 그 책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떠난다.’ 는 것이 이 책 <여행할 땐, 책>의 저자 ‘김남희 작가’의 오랜 생활방침이자 취향인 것 같다.
독서와 여행은 결국은 동의(同意) 반복이라는 의미인 듯 ‘여행은 몸으로 읽는 책,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2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몇 개 있다.
‘여행’이란 말이 제목에 들어간 만큼 말할 것도 없이 ‘길’이라는 단어와 그 길 위에서 파급되는 ‘변화’, ‘새로움’ 그리고 그 반대급부적인 ‘일상’이라는 틀이다.
이 책에서는 언급된 적은 없지만 ‘동경, 환상, 신기루’ 같은 말들도 어쩌면 이 책의 바닥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은 답답하고 고루하며 지루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 이어서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변화와 더불어 일상은 작가의 삶을 견고하게 유지해주는 양대 기둥으로 ‘유목과 정주’라는 인류 문화의 큰 틀과도 일맥상통한다.
3
작가 김남희는 욕심이 많다. 자기가 하고픈 여행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더욱 확장시켜 나가고도 싶고, 물리적 환경의 한계에 부딪쳐 이룰 수 없는 경험의 깊이와 폭은 다량의 독서를 통해 흡수하고 있기 때문인데, ‘YOLO(You only live once)’적 인생관에 입각해 이후로도 결코 멈추지 않을 태세여서 그 끝자락을 짐작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4
문체는 누구나 여행 중에 한 번쯤은 느낄 법한 ‘노스탤지어’적으로 덤덤하면서도 언제든 우수에 젖어들 법한 감성적 가락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다.
프랑스의 ‘공쿠르’상 수상작가인 ‘장 크리스토프 뤼팽’의 <불멸의 산책>이라는 책 소개와 더불어 ‘스페인 산티아고‘ 편에서 소개하는 ’순례길‘ 여정을 들여다보면, 그의 책 전편의 다방면에 걸친 독서편력과 더불어 진중하고도 만만치 않은 여행 경력을 느낄 수 있다.
이 길에서 처음 만나는 독일 청년의 여행자답지 않은 순진하면서도 순수한 모습을 첫 대면에서 일괄하고는 그를 삶의 진지한 대화로 끌어들여 스무 살 청년의 마음을 열게 하는 노숙함은 세상 모든 길의 여정에서 경험하고 체득되지 않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경지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모든 여정에 들어선 사람들이 갈망하고, 이 책을 쓴 작가 또한 소원해마지 않는 ‘여행을 통한 삶과 인생의 변화’라는 답을 청년을 통해서 확인한다는 점이 특히 그러하다. 이 부분은 이 책 전체를 줄곧 관통하면서 작가가 틈만 나면 언급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5
이 책에서 소개되는 저자를 일상을 벗어나 긴 여행의 길로 오르게 만든 ‘한권의 책’ 대부분은 소설이다. 하지만, ‘순례기’를 포함한 여러 특별한 여행기와 요즘 전 지구촌적으로 관심이 대두되는 자연환경과 그 외 다양한 나라의 이채로운 문화를 담은 각종 에세이도 다량 포함되어 있다.
소개된 소설 작품 또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쓴 <안나카레리나>와 같은 고전에서부터 현대 아이슬란드의 촉망받는 젊은 작가 ‘라그나르 요나손’의 추리소설 <스노우 블라인드>까지 시대와 연령, 계층을 불문하고 모두가 빠져들 만한 다양한 장르들을 두루 아우르고 있다는 점도 눈에 뛴다.
살아가면서 다소 일상이 답답하다고 느껴질 무렵이면 이 책을 한 번 읽고 마음을 정해보길 바란다.
(202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