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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com/shorts/XpKAlxrzpfg
1장. 가지의 고백
"더 이상은 못 하겠어요."
서진의 목소리는 떨렸다. 새벽 다섯 시, 텅 빈 교회 기도실에서 그녀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주저앉아 있었다.
무릎을 꿇을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청년부 리더로 3년째.
주일학교 교사로 5년째.
직장에서는 과장으로 승진했고,
집에서는 시어머니를 모셨다.
모두가 그녀를 '믿음의 사람'이라
불렀다. 그런데 왜 이렇게 텅 빈 걸까.
마치 빈 깡통처럼.
"주님..." 그녀는 겨우 입을 열었다.
"제가... 지금
주님 안에 있는 게 맞나요?"
대답은 없었다. 아니, 들리지 않았다.
귀가 막힌 것 같았다.
핸드폰이 울렸다.
청년부 총무 민수였다.
**"누나, 이번 수련회 준비 어떻게
되고 있어요? 등록자가 예상보다
적어서..."**
서진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화면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그때였다. 기도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70대로 보이는
할머니였다.
구부정한 등, 주름진 손. 그런데
그 눈빛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맑았다.
"아가씨, 울고 있구먼."
서진은 황급히 눈물을 닦았다.
"아,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할머니는 천천히 옆에 앉았다.
"나도 옛날엔 그랬네.
울다가 이 자리에 주저앉았지."
"...네?"
"그땐 몰랐어. 내가 포도나무인 줄
알았거든."
할머니가 빙그레 웃었다.
"가지가 포도나무 흉내를 내니,
안 쓰러지면 그게 이상하지."
서진은 멍하니 할머니를 바라봤다.
"요한복음 15장 4절 아나?
'내 안에 거하라.'
할머니의 손이 서진의 손을 덮었다.
"거하는 게 뭔지 아나?"
"...말씀 묵상하고,
기도하고, 섬기고..."
"아니."
할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거한 사람이 하는 행동이지,
거함 그 자체가 아니야.
거함은 말이지..."
할머니는 창밖을 바라봤다.
동이 트고 있었다.
"연결되어 있다는 걸 기억하는 거야.
매 순간."
2장. 거짓말들
그날 오후, 서진은 회사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김 부장이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던지듯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서 과장, 이게 뭡니까?
이런 걸 보고하라고 한 달을 줬어요?"
서진의 손이 떨렸다.
*'역시 난 안 돼. 승진이 과분했어.'*
그 순간, 할머니의 말이 스쳤다.
*거짓말을 알아차리라고.*
'잠깐.' 서진은 멈췄다.
'이 생각...
주님께로부터 온 거야?'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리고 내쉬었다.
*(들이마시며) 주님, 저는
주님 안에 있습니다.*
*(내쉬며) 이 평가가 제 가치를
정하지 않습니다.*
신기하게도, 심장이 조금 진정됐다.
"부장님, 죄송합니다.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다.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
서진은 핸드폰 메모장을 켰다.
할머니가 알려준 '5R 단계'를 적어놨다.
**1. 인식(Recognize): "난 무능해"라는 생각 포착**
**2. 거부(Reject): 이건 하나님의 음성이 아니야**
**3. 대체(Replace): "내가 약할 때
그분의 능력이 온전해진다" (고후 12:9)**
**4. 강화(Reinforce): 이 말씀을 반복해서 선포**
**5. 안식(Rest): 진리 안에서 쉼**
'이게 정말 될까?'
그녀는 다시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주님, 제 연약함을 통해 일하소서."
3장. 통성기도
다음 주 수요일, 서진은 할머니를
다시 만났다. 할머니는 그녀를 작은
기도실로 데려갔다.
"오늘은 한 번 제대로 울어보자."
"예?"
"네 안에 쌓인 거 다 토해내야 해.
한(恨)이라고 하지. 그걸 계속 삼키고 있으면 독이 되거든."
할머니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소리쳤다.
"주여! 이 아이를 불쌍히 여기소서!"
서진은 깜짝 놀랐다.
할머니의 목소리가 기도실을 울렸다.
"이 아이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혼자 짊어지고 있습니다! 주님, 주님!"
그러더니 할머니는 서진을 바라봤다.
"자, 네 차례다. 예의 바르게
기도하지 말고, 진짜 네 마음을 부어."
서진은 망설였다. 하지만 할머니의
눈빛이 그녀를 밀어냈다.
"주...님..." 목소리가 잠겼다.
"크게!"
"주님!"
서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저... 정말... 힘듭니다!"
눈물이 터졌다.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요!
열심히 하는데...
열심히 섬기는데...
왜 이렇게 공허한지..."
"더 크게!
하나님은 귀머거리가 아니야!"
"주님!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뭘 더 해야 합니까!"
서진은 바닥을 쳤다.
"제발...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울음이 한참을 계속됐다.
할머니는 그저 옆에 앉아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한참 후, 서진의 울음이 잦아들었다.
"시원하지?"
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었다. 가슴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간 것 같았다.
"이게 통성기도야. 예쁘게 포장된
기도가 아니라, 날것의 고백.
하나님은 이걸 좋아하셔.
가식 없는 아이의 부르짖음이거든."
서진은 눈물을 닦았다.
그런데 신기했다.
울고 나니 평안이 왔다.
"할머니... 이게 거함인가요?"
"그래. 네가 지금 한 게 바로 줄기에
달라붙는 거야.
떨어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거지."
4장. 가지치기
한 달이 흘렀다. 서진은 매일 아침 SOAP 방식으로 큐티를 했다.
말씀 한 구절을 선택하고(Select),
관찰하고(Observe),
적용하고(Apply),
기도했다(Pray).
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점 익숙해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청년부 부리더십 회의에서
민수가 말했다.
"누나, 수련회 취소하는 게 어떨까요? 등록자가 10명밖에 안 돼요."
예전 같았으면 서진은 필사적으로
매달렸을 것이다. 더 열심히 홍보하고, 전화 돌리고.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래, 취소하자."
민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짜요? 누나가?"
"응. 억지로 끌고 가봤자 의미 없어.
10명이면 10명이랑 깊이 있는
시간 갖자."
그날 밤, 서진은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죄책감이 없었다.
'내가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가 사라졌다.
그런데 다음 날, 청년부 총무진에서
메시지가 왔다.
**"누나, 우리 좀 만나요.
얘기할 게 있어요."**
만남의 자리. 총무진 네 명이 모여
있었다. 분위기가 무거웠다.
"누나, 요즘...
좀 달라진 것 같아요."
"응?"
"예전처럼 열정이 안 보여요.
수련회도 쉽게 포기하시고..."
서진은 가슴이 철렁했다.
*'역시 난 잘못하고 있었던 거야.'*
아니다. 잠깐.
*(들이마시며) 주님, 이 평가가 제
정체성이 아닙니다.*
*(내쉬며) 주님만이 저를 아십니다.*
"얘들아."
서진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내가 예전에 너무 혼자 짊어지려고
했던 것 같아. 그게 헌신인 줄 알았는데, 그건 교만이었어.
나 없이는 안 된다는."
"...그게 무슨..."
"나는 가지야. 포도나무가 아니라.
그걸 이제야 알았어."
정적이 흘렀다.
그날 밤, 서진은 할머니에게 전화했다.
"할머니, 제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요? 사람들이 저보고 열정이
없어졌대요."
할머니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가지치기당하고 있구먼."
"네?"
"요한복음 15장 2절.
'열매 맺는 가지는 더 열매를 맺게
하려고 깨끗하게 하신다.'
하나님이 네 안의
'불필요한 가지'를 잘라내시는 거야."
"무슨 가지요?"
"너 혼자 다 하려는 교만,
사람들 평가에 의존하는 우상.
그런 것들."
서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아팠다. 정말로.
"아프지?"
"...네."
"그래야 해. 가지치기는 아픈 거야.
근데 그게 벌이 아니야. 사랑이지.
더 건강한 열매를 맺게 하려는."
전화를 끊고, 서진은 창밖을 바라봤다. 아팠다. 하지만 이상하게, 평안했다.
5장. 열매
두 달이 지났다. 서진은 청년부 리더를 내려놓기로 했다.
사람들은 아쉬워했지만,
서진은 평안했다.
대신 그녀는 매주 화요일 저녁,
작은 방에서 세 명의 청년과 만났다.
큐티를 나누고, 기도했다.
거창한 프로그램은 없었다.
그냥 말씀을 읽고, 각자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 나눴다.
어느 날, 그중 한 명인 수진이 말했다.
"언니, 저... 고백할 게 있어요."
"응?"
"사실 교회 그만둘까 생각했었어요.
너무 힘들었거든요. 근데...
언니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서진은 놀랐다. "내가? 왜?"
"언니, 예전엔 완벽해 보였어요.
가까이하기 어려웠어요.
근데 요즘은... 약해 보여요.
그런데 그게 더 진짜 같아요.
그래서 저도 예수님께 약한 모습
보여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진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게... 열매구나.'
회사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서진은 더 이상 완벽한 보고서를
만들려고 밤을 새지 않았다.
대신 "주님, 제 최선을 받아주세요"라고 기도하고 제출했다.
신기하게도 김 부장의 태도가 바뀌었다.
"서 과장, 요즘... 여유가 생겼네요?
전에는 항상 긴장한 것 같았는데."
"감사합니다, 부장님."
*(들이마시며) 주님께 영광.*
*(내쉬며) 제가 아니라 주님이십니다.*
어느 금요일 저녁, 서진은 퇴근길에
할머니를 만났다.
같이 분식집에 앉았다.
"할머니, 신기해요.
제가 덜 하는데, 오히려 열매가 보여요."
할머니가 떡볶이를 집어 먹으며 웃었다.
"당연하지.
네가 포도나무 흉내 그만뒀으니까.
가지는 열매 짜내려고 끙끙대지 않아. 그냥 붙어있으면 돼."
"근데 할머니, 한 가지 여쭤봐도 돼요?"
"응."
"할머니는 언제 이걸 깨달았어요?
거함을."
할머니의 눈빛이 깊어졌다.
"50년 전이야."
6장. 할머니의 이야기
"나는 순교자의 딸이었어."
서진은 떡볶이 젓가락을 멈췄다.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때 신사참배를 거부했지. 그래서...
감옥에서 돌아가셨어.
나는 그때 열 살이었고."
할머니의 손이 떨렸다.
"어머니는 나한테 말씀하셨어.
'네 아버지는 예수님 안에 거했단다.
그래서 죽어도 흔들리지 않았어.'"
"..."
"근데 나는 그게 이해가 안 됐어.
거하면 뭐가 좋은데?
아버지는 결국 죽었잖아.
그래서 나는... 교회를 떠났지."
서진은 숨을 죽였다.
"20년을 방황했어.
결혼하고, 아이 낳고, 평범하게 살았지.
근데 50살 때, 남편이 사업 실패로
빚을 지고 사라졌어."
"..."
"혼자 남았지. 빚쟁이들한테 쫓기고,
아이들은 떠나고. 그때 나는...
한강 다리 위에 섰어."
서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근데 그때 들렸어.
'내 안에 거하라.'
아버지가 감옥에서 부르던
찬송가 가사였어."
할머니는 눈물을 닦았다.
"그날 밤, 나는 교회로 갔어.
기도실에 주저앉아서 울었지.
'하나님, 저 좀 받아주세요.'
그때 깨달았어. 거함이 뭔지."
"뭔데요?"
"내가 아무것도 아닐 때,
그래도 주님은 나와 함께 계신다는 것. 그게 거함이야."
할머니는 서진의 손을 잡았다.
"그 후로 50년. 나는 매일 아침 주님께 붙어있으려고 애썼어.
큐티하고, 기도하고, 그냥...
붙어있으려고.
그랬더니 신기하게, 빚도 갚아지고,
아이들도 돌아오고,
이렇게 네 같은 아이도 만나게 되고."
"할머니..."
"너도 포기하지 마.
지쳐도 괜찮아.
가지는 원래 가끔 처지거든.
근데 떨어지지만 않으면 돼.
붙어만 있으면."
두 사람은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었다.
7장. 다시, 그분 안에서
6개월이 흘렀다.
서진은 새벽기도회에 나갔다.
예전처럼 '해야 해서'가 아니라,
'그리워서'. 주님이 보고 싶어서.
기도실에 들어서자 할머니가 보였다.
옆에 또 다른 젊은 여자가 울고 있었다.
서진은 빙그레 웃었다.
할머니는 또 누군가를 붙들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구석에 앉아 성경을
펼쳤다. 요한복음 15장.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
*(들이마시며) 주님, 저는 가지입니다.*
*(내쉬며) 오늘도 주님 안에 머뭅니다.*
평안이 흘렀다.
불안도 없었고, 조급함도 없었다.
그날 오후,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예전 같았으면 긴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진은 차분히 받아들였다.
'주님, 이것도 주님 안에서 하겠습니다.'
퇴근길, 지하철 안. 옆자리에 지친
표정의 직장인이 앉아 있었다.
서진은 작게 미소 지었다.
"힘드시죠?"
"...네?"
"저도 그랬어요. 근데 알아요?
우리 혼자가 아니래요."
그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서진은 가방에서 작은 쪽지를 꺼냈다.
**"내 안에 거하라. - 요한복음 15:4"**
"이거... 제가 힘들 때 받은 거예요.
드릴게요."
서진은 다음 역에서 내렸다. 뒤돌아보니 그 사람이 쪽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주님, 이게 열매인가요?'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흐르는 평안.
그것이 대답이었다.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었다.
시어머니가 거실에 앉아 계셨다.
"며느리, 오늘 좀 늦었네?"
"네, 어머니. 저녁 드셨어요?"
예전 같았으면 짜증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들이마시며) 주님, 어머니를 사랑할 힘을 주세요.*
*(내쉬며) 제 힘이 아니라 주님의 사랑입니다.*
"같이 드실래요? 제가 뭐 만들까요?"
시어머니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래, 고맙구나."
밤, 침대에 누워 서진은 천장을
바라봤다.
'주님, 제가 정말 주님 안에 있는 게
맞나요?'
그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음성이
들렸다. 들리는 것 같았다.
*"내가 너와 함께 있다.
너는 나의 가지다."*
서진은 눈을 감았다.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이번엔 슬픔이 아니었다.
감사였다.
'주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주님 안에 있게 하시니.
내일도...
내일도 주님 안에 머물겠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잠들었다.
포도나무의 가지로.
**에필로그**
다음 날 새벽, 서진은 할머니와 다시
기도실에서 만났다.
"잘 잤나?"
"네, 할머니. 오늘 기도 제목이 뭐예요?"
"오늘은 말이지..."
할머니가 빙그레 웃었다.
"그냥 붙어있자."
"네?"
"기도 제목도 좋지만,
가끔은 그냥 주님 옆에 앉아 있는 것도 좋아.
말 안 해도 돼. 그냥... 함께 있는 거지."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았다. 말없이.
창밖으로 해가 떠올랐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됐다.
포도나무 안에서.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 요한복음 15: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