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호요트장에서 여수 남면 안도까지
소호바다에 먼동이 튼다. 일렁이는 바다는 붉은 햇살을 잔뜩 머금었다. 갈매기 한가롭게 선회하는 가막만의 바다에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선장은 보트(Five Stsr)를 바다에 띄우느라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차량에 견인된 보트는 바다로 향하고 있다.
요트장 부두에 정박한 범선 코리아나호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바람이 차다. 바다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청량감으로 온 가슴을 적신다. 연무로 뒤덮인 바다의 아침은 고요하다. 이른 아침 우리 일행을 싫은 보트는 소호요트장을 출발했다.
Five Stsr호 250마력의 엔진이 힘찬 굉음을 내뿜기 시작하자 바다가 양쪽으로 갈라진다. 바닷물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소용돌이친다. 스쳐가는 풍경들, 올망졸망한 섬과 어선이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급유를 위해 항구에 잠시 입항했다.
여수 돌산도 군내리다. 포장마차에서 어묵과 붕어빵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활어위판장의 재미난 경매과정을 구경했다. 바구니에 담긴 싱싱한 활어들이 퍼덕인다. 급유를 마친 보트는 안도로 향한다. 동고지 선착장에 도착한 보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낚시를 위해 다시 바다로 향한다.
안도해수욕장 부근에 닻을 내렸다. 아지 낚시에 필요한 채비를 한다. 선장이 지인에게 알아본 결과 아직 “아지가 안 붙었다”는 통보다. 낚시장비를 챙겨 조피볼낙(우럭)잡이에 좋은 ‘세상여‘로 이동했다. 세상여는 소리도와 금오도 사이에 있는 무인도다.
아름다운 섬 세상여는 조황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볼락과 능성어 등의 입질이 많은 곳이다. 두 개의 바위섬이다. 주상절리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섬으로 가까이 다가가니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물때도 맞지 않아 낚시가 영 신통치 않다. 보리멸과 피라미만 연신 올라온다.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 잡듯이 한두 마리라도 걸려들면 좋을 텐데 오늘의 낚시는 영 아니다. 맛돌이는 낚시는 뒷전이고 세상여 기암괴석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든다.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입질이 시작됐다. 하지만 다들 기대할만한 수확은 없다.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은 법, 낚시로 잡은 고기와 미리 준비한 생선을 손질한다. 참돔, 물메기, 쑤기미, 잡어와 전복 등이다. 낚시에 이력이 붙은 강태공은 역시 달랐다. 생선을 손질하는 솜씨가 수준급이다.
생선회다. 거친 바다에서 사는 자연산 회맛은 역시 달랐다. 생선회의 부드러운 식감이 정말 좋다. 난생처음 먹어본 물메기회는 초고추장과 잘 어울린다. 씹는 맛은 덜하지만 부드러운 살점이 감미롭다. ‘오도독~ 오도독~‘ 짭쪼름한 바다향을 한껏 머금은 전복의 식감은 쫄깃함과 부드러움이 적절하다.
“전복 살이 야물구마 야물어~”
“거친 바다의 자연산은 역시 달라, 맛이 최고야!”
“자연산 회가 녹아 분다 녹아부러.”
자연산 회맛에 모두가 푹 빠져든다. 김성수씨가 아름다운 추억과 여수 남면 안도 동고지 발전을 위해 건배를 제의한다. 자연에 취하고 술에 취한다. 뭍에서보다 술이 훨씬 잘 받는다며 술잔이 서로에게 오간다.
“아름다운 추억과 동고지 발전을 위해 우리 건배합시다.”
동고지에 어둠이 내린다. 1박 예정이었는데 일행 중 한사람이 급한 사정이 생겨 일정을 앞당겨 철수를 서두른다. 그래도 즐겁다. 모두들 아름다운 추억 한 자락을 가슴에 안은 채 돌아오는 길, 안도대교 너머로 노을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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