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는 2017년 2월 22일 열린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 대한 민관 합동조사에 참여했습니다. 이 조사에서 사실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이번에 새로 일본 다이지로부터 반입된 돌고래(UD-10)의 건강 상태였습니다. 왜냐하면 2월 9일 두 마리가 반입되어 한 마리(UD-9)가 2월 13일 저녁 9시 15분에 폐사했기 때문에 나머지 생존한 10번 돌고래에 대한 건강 여부가 무척 중요했던 것입니다.
'울산 남구청 돌고래 수입반대 공동행동'이 이 돌고래들의 이송 과정을 함께 모니터링했는데, 고속도로를 시속 80km 이상으로 달리면서 무진동트럭이 덜컹거리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되었습니다. 이런 무리한 운행이 아마도 돌고래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입 5일만에 급작스럽게 발생한 9번 돌고래의 폐사 이후 이뤄진 부검에서도 경북대학교 수의학과 정규식 교수(집도의)는 장기간 운송에 따른 스트레스와 외부 충격 등이 가슴 부위의 출혈인 혈흉을 유발시켰을 수 있고, 이것이 호흡곤란에 따른 쇼크사를 일으킨 원인일 수 있다고 증언하였습니다. 여러모로 울산의 생존 10번 돌고래의 건강이 염려되었던 상황입니다.
2월 9일에 전격적으로 반입된 돌고래 두 마리는 보조수조에 입수되어 적응 기간을 거치고 있었는데, 2월 13일 저녁 9번 돌고래의 폐사 이후 10번 돌고래는 호이스트를 통해 전시수조의 격리공간으로 옮겨졌고, 보조수조의 물은 모두 뺐다고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측은 밝히고 있습니다.

10번 돌고래가 옮겨졌다는 격리수조는 오른쪽 윗부분에 위치합니다. 사진: 2016년 5월 핫핑크돌핀스 촬영
문제는 이미 전시수조에 있던 기존 돌고래 세 마리(고아롱, 장꽃분, 장두리)와 새로 들어온 10번 돌고래가 서로 사회적 적응과정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바로 네 마리를 합사시킬 수 없어서 전시수조 한 켠의 매우 조그만 '격리공간'에 10번 돌고래를 옮겨 놓았다는 것이 울산 측의 설명입니다.
2월 9일 9번 돌고래의 폐사 이후 바로 10번 돌고래는 전시수조의 격리공간으로 옮겨졌을 것으로 보이며, 저희가 합동조사를 진행한 2월 22일 당시까지도 10번은 격리공간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세 마리 돌고래가 머물고 있는 전시수조의 크기는 12미터*17미터로 표면적이 204제곱미터이고, 10번 돌고래가 머물고 있는 격리공간은 지름이 7미터라고 하므로 표면적은 38제곱미터밖에 안됩니다.
환경부의 사육시설 설치기준에 의하면 큰돌고래는 1마리당 최소 표면면적이 84제곱미터 이상일 것으로 요구합니다. 1마리 추가시 35%가 증가해야 하고요. 형식적으로 볼 때 전시수조는 큰돌고래 세 마리의 사육시설 설치기준인 144제곱미터보다는 넓지만, 격리공간에 떨어져 있는 10번 돌고래는 사육시설 설치기준의 50%도 채 충족하지 못하는 곳에 갇혀 있는 셈입니다.

사진 속 붉은원 부분이 격리수조입니다.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측에서는 10번 돌고래를 격리공간에 2주 정도 보관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2주라는 시간은 아마도 9번 돌고래의 최종 부검 결과가 나오는 2월 28일까지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고래생태체험관 입장은 2월 28일 부검 결과 발표 후 울산 남구청과 의논하여 대책을 발표한다는 것입니다.
그전까지는 너무나 비좁은 격리시설에 2주 동안 갇혀 있는 셈인데, 환경부 최소 요구조건의 절반도 되지 않는 정말 곳에 가둬놓아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습니다. 10번 돌고래가 지내는 이 격리시설에 대한 합동조사단의 점검은 고래생태체험관 측의 불허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가장 의문이 큰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조사단이 육안으로 격리시설을 점검하던 10분 동안 10번 돌고래가 수면으로 올라와 호흡하는 모습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혹시 10번 큰돌고래 건강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또는 10번 큰돌고래가 격리수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는 것인지 의문은 더욱 증폭되었지만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측에서는 위생상의 문제를 들어 격리수조로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앞으로 분명히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전시수조에서 사육되는 돌고래들에게는 농구공, 훌라후프 등이 운동도구로 지급됩니다. 하지만 돌고래들은 이것을 갖고 놀지 않습니다. 사진: 2017년 2월 22일 핫핑크돌핀스 촬영
또한 환경부가 정해놓은 현행 사육시설 설치기준도 유럽연합 등의 기준에 비하면 너무 협소합니다.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전시수조에만 환경부의 현행 사육시설 설치기준에 따라 5마리 큰돌고래를 사육할 수 있다고 하는데, 지금 현재 세 마리만으로도 그곳은 너무 좁아서 돌고래들이 제대로 헤엄을 치기도 힘들어 보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돌고래들이 무료해 보이고, 별로 움직임도 없이 답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사육사에게 현재의 전시수조가 위치해 있는 고래생태체험관 본관시설을 개수하든가 하여 전시수조의 표면적을 늘릴 방법은 없느냐고 물었는데,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2009년에 개관한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수조의 크기를 늘릴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최소한 가로 길이가 30미터 이상은 되어야 돌고래들이 약간 빠른 속도로 헤엄을 치며 운동이라도 할 수 있건만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의 전시수조는 사각형 모양으로 되어 있어 고래들의 움직임이 둔할 수밖에 없습니다.
울산 남구청이 약 2억5천만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했다는데, 인공암벽 설치와 바다의 모습을 본뜬 벽화 그려놓기 그리고 보조수조 사이에 호이스트를 설치한 것이 전부입니다. 이런 리모델링을 통해 돌고래들이 좀더 바다와 비슷한 환경을 느끼도록 하려 했다는 것이 울산 남구청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사진에 나오지만 돌고래들이 지내는 전시수조 위에는 농구공과 훌라후프, 부력소세지 등 인간 중심적인 장난감들이 떠 있고, 돌고래들은 이 장난감들을 갖고 놀지 않습니다. 아마도 무료함을 달래주려고 농구공이나 훌라후프 등을 물 위에 놓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돌고래들의 행동풍부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울산 남구고래생태체험관은 2015년 제주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의 사례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복순이의 경우 서울대공원 수조 안에서 매우 우울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2015년 5월 제주도 함덕 가두리로 이동한 이후 7월 최종 방사되기까지 전에 수조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행동을 합니다. 복순이는 함덕 가두리 바다 속에 있던 여러 해조류를 가슴지느러미나 등지느러미 등에 감고 있는 행동을 매우 자주 보였습니다. 이는 2016년에 해양수산부가 발간한 '태산이와 복순이 방류백서'에 매우 자세히 나오는 부분입니다.
즉 인간의 입장에서 농구공이나 훌라후프 등이 운동도구라면 돌고래 입장에서 행동풍부화 도구나 장난감은 바로 해조류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2억5천만원이나 들여서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이 바다 그림을 그리고 인공암벽을 설치할 것이 아니라 전시수조 바닥에 미역이나 다시마 등이 자라도록 해조류를 심어놓았다면 어땠을까요? 돌고래 입장에서는 그것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았을 것입니다.
지금 전시수조는 돌고래들 이외에는 아무런 바다생명체가 없는 죽은 공간입니다. 그곳에서 돌고래들이 교감할 수 있는 생명이라고는 오로지 생태설명회라는 쇼를 할 때마다 냉동생선을 급이하는 사육사들과 그것을 보고 박수를 치는 관광객들 뿐입니다.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인간의 입장에서 돌고래들을 바라보지만 돌고래의 입장에서 이들을 이해하려는 모습은 솔직히 매우 부족해보였습니다. 울산 돌고래들은 오늘도 따분하고 지루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