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 제비집 / 참새 / 개개비
강남 아리랑<박재란 노래, 1972년>
정이월 다 가고 삼월이라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 오며는 이 땅에도 또다시 봄이 온다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강남에 어서 가세
봄날은 간다<손로원 사, 박시춘 곡, 1954년>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성황당(城隍堂) : 성황신(城隍神)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
17. 제비(燕/Swallow)
〔크기〕 15.5cm~20cm 〔먹이〕 해로운 곤충류 〔사는 곳〕 철새(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에 서식)
제비는 참새목 제비 과(科)에 속하는 여름 철새인데 꼬리 깃털이 V자 모양이고 부리 주변은 붉은색이다.
제비는 보통 3월에 우리나라로 날아와 살다가 9월이면 남쪽으로 날아가고 다음해에 다시 오는 여름 철새(候鳥)인데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날씬한 체형이다.
비행 속도는 평균 시속 50km, 최대 속력은 250km 정도라 하니 새 중에서 상당히 빠른 편이다.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에서 금덩어리가 쏟아져 나오는 박의 씨를 물어다 준 영험한 새로 나온다.
옛날 한옥에는 초가집, 기와집의 처마에서 제비가 집을 짓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며, 제비가 집을 지은 집에는 복이 들어온다고 하여 제비를 길조(吉鳥)로 여겼고 어른들은 처마 밑의 제비집을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 3월, 제비가 오면 진흙과 지푸라기로 집을 짓는데 귀소본능이 있기도 해서 한 번 지은 집을 다음 해에 와서 다시 고쳐 쓰기도 한다.
보통 4~5개의 알을 낳는데 부화되면 배변 활동 또한 어미가 치울 필요 없이 새끼들이 알아서 꽁무니를 돌려서 둥지 밖으로 똥을 싸니 문 앞에 온통 하얀 똥이 널린다. 이 때문에 집집마다 제비 둥지 아래에 널따란 판자 조각을 매달아 똥 받침을 걸어놓았다.
위 ‘강남 아리랑’ 노래에서 강남(江南) 갔던 제비라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한강(漢江) 남쪽을 강남이라 하지만 이 노래에서 강남(江南)은 남쪽 나라, 즉 동남아(東南亞)를 가리킨다.
또 ‘봄날은 간다.’에서 산제비가 성황당을 넘나든다고 했는데 산제비는 식물의 이름으로 꽃이 예쁘다.
옷차림이 뛰어난 사람을 제비족이라고 했는데 제비처럼 몸매가 매끈하다, 옷차림이 멋지다는 의미겠다.
서양에서는 일찍부터 오케스트라나 합창단 지휘자가 입던 연미복(燕尾服/Swallow-tailed Coat)이 있는데 옷의 뒤끝이 제비 꼬리처럼 갈라진 옷이 연미(燕尾-제비꼬리)를 닮은 연미복인데 멋지다.
18. 참새(雀/Sparrow)
〔크기〕 몸길이 15cm 〔먹이〕 잡식성(풀씨, 곤충) 〔사는 곳〕 아시아, 유럽
참새는 참새 목(目) 참새 과(科)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텃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참새 떼가 낟알을 먹어치운다고 해로운 동물로 치부했지만 실은 해충도 잡아먹기 때문에 농작물에 이로움도 준다.
크기는 별로 큰 편이 아니지만, 살이 오동통해서 잡아서 구워먹는 참새구이가 인기가 많았다.
참새가 소등에 앉아서 하는 말 ‘내 살 한 점이 네 한 마리 고기하고 안 바꾼단다.’고 했다는 옛말도 있다.
나는 교직 초임이 경기도 가평인데 명지산 아래 도대초(道大初)에 근무할 때 참새가 날아가는 방향에 참새 그물을 치고 밭에 앉아있는 참새 떼를 쫓으면 그물 근처에 와서는 귀신같이 알아채고 재빨리 방향을 바꾸어 수십 마리가 날아가지만 어쩌다 한두 마리가 걸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텃새다 보니 겨울을 나기가 어려웠는지 참새들이 방앗간으로 모여들어 낟알을 주워 먹었는데 하도 시끄러우니 사람들은 ‘참새 방앗간’이라 하였고, 사람들이 모여앉아 시끄러우면 참새 방앗간이라고 놀렸다.
참새는 초가지붕의 처마 밑에 구멍을 만들어 집을 짓는데 밤이면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먼저 구멍을 막은 다음 손을 집어넣어 참새를 잡고는 했다. 언젠가 형 친구들이 밤에 참새를 잡으려 손을 넣었다가 참새를 잡아먹으려 뱀이 들어가 있어 물려서 혼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참새 잡는 것을 포기하였다.
19. 개개비(Warbler)
〔크기〕 몸길이 17.5cm~18cm 〔먹이〕 잡식성(풀씨, 곤충) 〔사는 곳〕 철새(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개개비는 참새 과(科)의 새로 생김새도 참새와 비슷하나 조금 날씬한데 우는 소리가 ‘개개비비 개개비비’ 하여 개개비라 불린다. 먹이는 메뚜기, 파리, 모기 같은 곤충류와 나무열매 등이고 서식지는 주로 강가의 갈대밭으로, 갈대 줄기 중간 부분에 둥지를 만들었는데 우리나라는 갈대밭도 많이 없어지고 강물이 오염되면서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유럽의 개개비는 북유럽에서 아프리카까지 이동한다고 하는데 나르는 고도가 밤과 낮, 기온의 차 등으로 2,500m~6,200m까지 나른다고 하니 놀라운데 날개짓으로 체온이 올라가면 체온을 낮추려고 기온이 낮은 높은 고도로 올라가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높이까지 올라간다니 놀랍다.
뻐꾸기 / 뻐꾸기 탁란 / 동고비 / 개똥지빠귀
20. 뻐꾸기(Cuckoo)
〔크기〕 몸길이 33cm 〔무게〕 100g 〔먹이〕 곤충류 〔사는 곳〕 중국, 대한민국
뻐꾸기는 ‘뻐꾹 뻐꾹~’ 울어대면 수컷이고, ‘삐삐 삐삐~’ 울면 암컷이니 소리로 금방 분별할 수 있다.
뻐꾸기는 4종의 아종(亞種)이 있고 우리나라는 5월에 와서 9월 중순까지 서식하는 여름 철새이다. 뻐꾸기는 스스로 집을 짓지 않고 주로 조그만 새인 붉은머리오목눈이 집에 알을 낳는데 탁란(托卵)이라고 한다.
오목눈이 알과 함께 있던 뻐꾸기 알이 먼저 부화하면 눈도 뜨지 못한 뻐꾸기 새끼는 오목눈이 알을 둥지 바깥으로 밀어낸다. 오목눈이는 자기 덩치의 서너 배나 더 큰 뻐꾸기 새끼를 열심히 먹이를 물어 날라다 키우는데 뻐꾸기 새끼는 날 수 있게 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날아가 버린다.
비슷한 탁란조(托卵鳥)로 유럽 찌르레기도 있는데 숙주(宿主)를 잘못 선택하여 매의 둥지에 알을 낳아 온갖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단다.
먼 옛날 가난한 시골 마을에 시어머니가 이웃집 잔치에서 떡국 한 그릇을 얻어 와서 며느리에게 아들이 오면 주라고 했다. 며느리는 배가 고파 떡국 2숟갈을 떠먹고, 나머지를 부뚜막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아들이 와서 떡국을 주려고 했더니, 개가 몰래 먹고 빈 그릇뿐이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몰래 먹었다며 심하게 구박했고, 결국 며느리는 죽고 말았다. 죽은 며느리는 뻐꾹새가 되어서 ‘떡국 떡국, 개개개~’ 라고 울면서 ‘떡국’을 ‘개’가 먹었음을 하소연하고 있다는 전설인데 떡국이 뻐꾹으로...
21. 동고비(Eurasian Nuthatch)
〔크기〕 몸길이 14cm 〔먹이〕 곤충류, 풀씨 〔사는 곳〕 유럽, 아시아
나무 위의 인테리어 전문가로 알려진 동고비는 스스로 집을 짓지는 않고 딱따구리가 뚫어놓은 빈 나무구멍 속을 둥지로 이용한다. 딱따구리보다 체격이 작으니 나무구멍 입구를 진흙을 물어다 좁히는데, 거의 한 달이나 걸려 너무나 아름답고 편리한 둥지를 만들어 인테리어 전문가로 불린다는데 동고비 생긴 모습도 매우 귀엽다.
먹이는 딱정벌레, 나비, 매미, 파리 등 곤충류와 식물의 씨앗, 열매 등인데 거의 지상에 잘 내려오지 않지만, 이따금 물을 마시려 내려오면 두 발로 깡총깡총 뛰어다닌다.
이들은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으며, 14~15일 후 부화한 뒤 23~25일 후에 새끼와 함께 둥지를 떠난다.
22. 개똥지빠귀(Dusky Thrush)
〔크기〕 몸길이 23cm~25cm 〔먹이〕 곤충류, 풀씨, 나무열매 〔사는 곳〕 시베리아, 캄차카, 사할린, 아시아
일명 ‘개티티’라고도 불리는 개똥지빠귀는 크기가 제법 큰 편인데 주로 동남아(東南亞)와 중앙 시베리아, 캄차카반도 지방에 서식하는 새로,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개똥지빠귀는 얼굴과 몸통 아랫면은 검은색이 강하고 흰 눈썹 선이 뚜렷하지만 꼬리 깃은 흑갈색으로 그다지 예쁜 색은 아니어서 유럽에서는 먼지투성이(Dusty) 새로 부르나 보다.
우리나라에서 보면 겨울 철새로, 흔히 나그네새라 부르는데 10월 초순에 도래해 통과하거나 월동하며, 5월 초순까지 관찰된다. 식성은 잡식성으로 곤충, 나무열매 등을 먹는다. 5~6월에 나무 위에 밥그릇 모양의 둥지를 짓고 4~5개의 알을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