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 ‘톰과 제리’에서 제리가 호시탐탐 노리던 치즈의 모양을 기억하는가? 동그란 구멍이 송송 뚫린 연노랑 치즈, 바로 스위스 대표 치즈인 에멘탈 치즈다. ‘치즈 하면 스위스’가 바로 연상될 정도로 스위스 치즈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담백하고 순해서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 에멘탈 치즈에 대해 알아보자.
스위스 산악지역에서 만들어진 우람한 ‘치즈의 왕자’
스위스를 대표하는 치즈인 ‘에멘탈 치즈’는 표면이 단단하면서 탄력 있는 질감을 지닌 숙성치즈다. 한 덩어리의 무게가 100kg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며 빛나는 연노랑색을 띠고 있다. 단면에는 동그란 공기구멍이 송송 뚫려있고 매끈한 식감과 미묘한 호두 향기가 특징이다.
‘에멘탈’이란 이름은 이 치즈의 탄생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다. 스위스 베른 지역의 북동쪽에는 에멘 계곡이란 지역이 있다. 지역명인 에멘(Emmen)과 계곡이라는 의미의 탈(Tal)이 합쳐져 에멘탈 치즈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물론 현대에는 베른 지역뿐 아니라 스위스 중부에서 북동부까지 폭넓게 생산되고 있다. 스위스와 인접한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에멘탈 치즈를 만들고 있지만, 원산지 명칭 보호(AOC) 제도에 의해 ‘원조’ 에멘탈 치즈 제조사만 해당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 공식 명칭인 ‘에멘탈러(Emmentaler) AOC’는 스위스 베른, 글라루스, 루체른 등 제한된 지역에서 허용되며, 우유의 생산지와 소가 먹는 목초까지 제한하는 엄격한 규제를 통과해야 한다. ‘에멘탈러 AOC’의 생산량만 연간 3만톤 규모로 유럽 전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치즈 중 하나다.
에멘탈 치즈
에멘탈 치즈는 유달리 큰 덩치 때문에 ‘치즈의 왕자’로 불린다. 비슷한 풍미를 지닌 그뤼에르 치즈가 그뤼에르 치즈가 자동차 바퀴 정도 크기(약 40kg)라면 에멘탈 치즈는 덤프트럭 바퀴(약 100kg)에 비견된다. 그래서 에멘탈 치즈의 원형은 일반 소매점에서는 보기 힘들고, 조각 케익처럼 작게 커트한 형태로 유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독한 겨울을 버티게 해준 ‘산의 치즈’
에멘탈 치즈는 험준한 산악지대 사람들이 삶을 일구어 온 흔적이다. 외부세계와 차단되는 혹독한 겨울을 버티기 위해서는 겨우내 먹을 치즈를 만들어두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산이 초원으로 뒤덮이는 봄이 되면 소를 데리고 산 위로 거슬러 올라가며 풀을 먹여 키우는 이목(移牧) 생활을 했다. 가을이 되면 다시 산기슭으로 내려와 겨울을 나는데, 이때 에멘탈 치즈는 겨울 동안 영양을 공급하는 수단이 되어줬다. 추운 날씨에 딱딱하게 언 치즈를 녹여 먹은 데에서 유래한 ‘퐁듀’는 스위스를 대표하는 전통 요리가 됐다.
국토의 80%가 산으로 이루어진 스위스에서는 산중에서 장기보관하며 먹기 위한 ‘산의 치즈’가 많이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치즈가 바로 에멘탈이다. 이 치즈는 우유를 데워서 응고시킨 후 높은 압력으로 수분을 배출시켜 만드는 ‘가열압착’ 방식으로 만든다. 치즈를 장기간 숙성하기 위해서는 수분량을 줄여야 하는데 일반적인 렌넷(응유효소) 응고만으로는 수분을 충분히 배출하기 어려워서다. 가열된 우유는 치즈의 저장성을 높이는 동시에 식감과 풍미가 형성에 일조한다.
한편, 에멘탈 치즈는 오랜 숙성과정을 통해 한국인 대부분이 소화시키지 못하는 유당을 완전히 분해하므로 유제품을 먹으면 배탈이 나는 사람도 편하게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장기숙성 치즈의 경우 염분을 많이 첨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에멘탈 치즈는 그렇지 않다. 에멘탈 치즈는 염분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장기숙성 치즈이며, 혈압을 낮추는 펩타이드와 나트륨을 배출시키는 칼륨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동그란 구멍, ‘치즈의 눈’은 왜 생기는 걸까?
일명 ‘치즈의 눈(eye)’이라 불리는 동그란 공기구멍은 ‘프로피온산 균’의 작용으로 형성된다. 치즈 제조 과정에서 우유를 응고시키기 전에 산도를 조절하고 유해균의 번식을 억제하기 위해 접종하는 균을 스타터(Starter)라고 한다. 에멘탈 치즈의 경우 ‘프로피온산 균(Propionibacterium)’이라는 유산균을 스타터로 사용하는데, 이 균의 특징은 유산염을 분해하여 탄산가스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에멘탈 치즈는 생유를 가열해 커드를 응고시키고, 커드를 틀에 넣어 단단하게 압착한 뒤 숙성해 만들어진다. 숙성은 고온숙성과 저온숙성 두 단계로 이뤄지는데 치즈의 눈이 형성되는 것은 고온에서 숙성하는 1차 숙성 단계다. 약 22℃ 정도의 따뜻한 온도에서 활성화된 프로피온산 균은 유산염을 분해하여 탄산가스를 발생시킨다. 이때 단단하게 압착된 치즈 바깥으로 탄산가스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치즈 안에 기공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1차 숙성이 진행된 다음에는 12℃의 서늘한 온도에서 최소 4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숙성이 이뤄진다. 숙성기간에 따라 맛과 질감이 점차 변화하므로 취향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순하고 담백해서 어디에나 두루 어울리는 치즈
어떤 식재료와도 무난하게 잘 어울리는 에멘탈 치즈는 다양한 요리에 두루 사용할 수 있다. 우선, 숙성기간이 짧은 ‘젊은 상태’의 에멘탈 치즈는 신선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신선한 에멘탈 치즈는 슬라이스 해서 샌드위치로 먹거나 작게 썰어서 샐러드에 올려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운 햄 혹은 달걀에 곁들이면 간단한 조식 메뉴가 된다. 타르틴이나 키슈에 토핑해도 잘 어울린다. 숙성이 진행될수록 맛이 농축되고 염분 맛이 강해지므로 요리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조미료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점도 특징다. 숙성된 에멘탈 치즈를 갈아서 그라탕에 뿌리거나, 치즈 리조토에 넣으면 깊은 맛이 살아난다.
치즈를 다양한 요리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치즈의 맛에 익숙해지는 것이 우선이다. 맛의 특성을 이해하고 친숙해진다면 치즈를 활용할 수 있는 레시피가 더욱 늘어난다.
에멘탈 치즈의 경우는 맛이 순한 편에 속한다. 치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숙성취가 없기 때문에 한식 요리에도 두루 적용하기 좋다. 일본의 경우 에멘탈 치즈가 쌀과 부드럽게 잘 어울린다고 여겨 야키오니기리(구운 주먹밥)에 얹기도 하며, 시라스(멸치 크기의 작은 물고기)와 에멘탈 치즈를 같이 구워 사케 안주로 즐기기도 한다. 매운맛을 부드럽게 해주므로 카레나 김치 나베(전골) 등에 올려 먹어도 좋다.
에멘탈 치즈 포테이토 프리터
에멘탈 치즈 포테이토 프리터 레시피 스위스 산악지역에서는 치즈와 감자를 함께 먹는 요리법이 발달했다. 치즈는 많은 영양분을 지니고 있지만 섬유소와 비타민C가 부족한데, 감자는 이 두 가지 영양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함께 먹으면 영양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재료 감자 1개, 에멘탈 치즈 50g, 크림치즈 50g. 달걀 1/4개, 밀가루 2ts, 버터 1Ts, 올리브오일 1Ts, 카이엔페퍼, 소금, 후추
만드는 법 1. 감자를 깎아서 채 썬 후 물에 살짝 씻고 키친타월로 물기를 빼둔다. 2. 볼에 크림치즈를 넣고 거품기로 쳐서 녹인다. 여기에 달걀과 밀가루를 넣고 덩어리가 지지 않게 잘 섞는다. 3. 2에 채 썬 감자를 넣고 소금, 후추로 간한다. 에멘탈 치즈를 갈아서 넣고 카이엔페퍼를 소량 첨가한다. 4. 팬에 버터와 오일을 두르고 뜨거워지면 3을 먹기 좋은 크기로 올려 앞뒤로 4분 정도씩 뒤집어가며 노릇하게 굽는다.
에멘탈 치즈 퐁듀
에멘탈 치즈 퐁듀 레시피 퐁듀는 알프스 산악지역에서 탄생한 스위스의 전통 음식이다. ‘녹는다’는 의미의 퐁드르(Fondre)가 어원으로, 긴 꼬챙이에 빵이나 채소를 끼워서 따뜻하게 녹인 치즈에 찍어먹는 요리다. 퐁듀에 쓰이는 치즈는 에멘탈 치즈나 그뤼에르 치즈가 대표적이다. 재료 바게뜨 한 개, 에멘탈 치즈 300g, 그뤼에르 치즈 300g, 옥수수 전분 1컵, 마늘 1개, 화이트 와인 250mL, 블랜디1ts, 넛맥 만드는 법 1. 바게뜨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놓는다. 2. 치즈는 잘게 썰어서 옥수수 전분과 섞어 놓는다. 3. 마늘을 반으로 잘라서 퐁듀 냄비 안쪽에 문질러 마늘 향을 입혀 놓는다. 4. 퐁듀 냄비에 화이트 와인을 붓고 알코올이 날아가게 한다. 5. 따뜻해진 퐁듀 냄비에 치즈를 세 번 정도에 걸쳐 나누어 넣고, 고무 주걱으로 잘 저으면서 넛맥을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