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주부터는 지난 10월부터 11월 초에 다녀온 코카서스 3국 여행기를 나누어 싣고자 한다. 많은 성원을 바란다.
2019. 10. 25(금)
오전 1시, 늦은 밤 코카서스 여행자들을 실은 비행기는 인천공항을 이륙한다. 짙은 어둠을 뚫고 중동을 향해 날아 간다.
이륙한 비행기는 카타르의 도하공항에 내린다. 도하의 아침 5시 30분, 공항에 내리니 이른 아침임에도 사막의 열기가 느껴진다.
도하공항은 카타르의 야심찬 항공산업 육성책에 힘입어 그 규모나 시스템이 어마어마하게 크고 잘 되어 있다. 인천공항에 못지 않구나 하고 느꼈다.
두 시간을 기다려 도하발 바쿠행 비행기로 갈아탄다.
바쿠행 비행기가 사막 위를 날아 간다. 아마도 이란 상공인 것 같다. 눈 아래 경작지가 보이지만 산에 나무는 듬성듬성하다. 큰 호수와 댐도 있으며 소도읍도 있다.
카타르를 또나 북쪽으로 갈수록 지표에는 푸르름이 짙어진다.그래도 건조지대라는 것은 확연히 알겠다. 뒷 자리에 앉은 70세 전후로 보이는 부부가 끊임없이 떠든다. 사용하는 언어가 광동어임이 확실하니 아마 홍콩에서 온 부부인가 보다.
비행기 밖으로 눈 덮인 산악지대가 나타난다. 산 위로 오르는 도로가 또렷하다. 아마도 이란 북부의 산악지대일 것이다.
카스피해가 나타나고, 해상유전들이 점점이 떠 있다. 드디어 바쿠공항에 접근한다. 눈 아래 펼쳐지는 바쿠 시가지에도 유전들이 촘촘하다. 시가지는 좀 촌스러운 느낌이 든다.
억지로라도 기내식 세 끼를 먹어야 했다. 25일 오전 11시 20분에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 베가본더를 내려 놓는다. 시차가 5시간이니 무려 15시간 만에 여행의 출발점 바쿠에 도착한 것이다.
코카서스 3국은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세 나라는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 3국을 말한다. 북으로 러시아와의 국경을 이루는 대코카서스 산맥과 남으로는 터키. 이란과의 국경을 이루는 소코카서스 산맥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동쪽에는 카스피해, 서쪽에는 흑해를 끼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주변 강대국들의 침략에 시달려야 했다.
동북 아시아를 출발한 실크로드가 유럽에 도착하기 전에 거쳐가는 주요한 길목이었고, 중동 외의 지역에 최초로 기독교가 전파된 곳이기도 하다. 기독교 이전 현재 지구 상 모든 종교의 모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는 조로아스터교, 즉 배화교의 탄생지로도 추정되는 곳이다.
또한 로마제국, 페르시아, 터키 등의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엄청난 시련을 겪은 아픔의 땅이기도 하다.
마중 나온 조지아에 사는 가이드 박사장과 함께 버스를 달린다. 나도 놀랄 정도의 해박한 지식을 가진 박사장은 독일 유학 중 대러시아 전쟁이 끝난 조지아에 들렀다가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 정착해 살고 있단다.
오각형 구조를 갖고 있는 아테시카 조로아스터 사원으로 향한다. 불을 숭상한다 하여 배화교라는 이름으로 어릴 적 알게 된 종교이다. 아마도 지구 상에 현존하는 종교 중 가장 역사가 오랜 종교일 것이다. 창시자는 짜라투스트라로 알려져 있다. 얼마 전 영화화된 프레디 머큐리와 저명 지휘자인 쥬빈 메타가 조로아스터교 신자였다. 아직도 이란과 인도 등에 신자가 적지 않다. 이 사원은 지하에 묻힌 가스로 24시간 불을 밝혔으나 지금은 가스관을 통해 공급되는 가스불이란다. 석유와 가스를 많이 뽑아써서 이제는 저절로 솟아나는 가스가 소진되었다.
이 사원은 5각형 구조이다. 과거 큰 규모였으나 지금은 사원이라기 보다는 박물관 내지는 전시장에 가까웠다.
점심을 먹기 위해 카스피 해 바닷가 해변 식당에 간다. 해변에 바로 접해 있다. 점심 메뉴는 카스피 해의 명물 철갑상어 구이이다. 맛은 좋으나 오랜 비행 때문인지 목구멍으로 잘 넘어 가지 않는다. 고추와 오이 절임도 곁들인다.
점심 후 바닷가로 내려가 카스피 해에 손을 담그고 물 맛을 본다. 짠맛은 있으나 바닷물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싱겁다. 이런 낮은 염도 때문에 카스피 해에는 물고기 종류가 많지 않단다. 대신 철갑상어가 많이 잡힌다.
가는 곳마다 유전과 유전 관련 시설이 즐비하다. 매캐한 석유 냄새에 고개룰 들어 보니 거의 20미터 간격으로 유정이 빽빽하다. 그냥 가정집 뒷마당에도 유전이 있다. 송유관도 있고, 원유를 서유럽으로 실어나르는 열차도 달린다
고부스탄 암각화 구경에 나선다. 산 꼭대기가 평평한 테이블 마운틴 아래에 있다. 산이 융기하면서 그 산에서 떨어져 나온 바위들이 산 아래로 굴렀고 그 바위들에 고대인들이 암각화를 새겨 놓았다.
1만 년 전 원주민들은 소와 말, 돼지, 개 등의 가축과 카스피 해의 배, 사람들을 바위에 새겨 놓았다. 그 중에는 강남스타일의 말춤과 같은 춤을 추는 모습도 있다. 바이킹의 특이한 배 모양이 조각된 그림도 있는데 그 그림은 카스피해와 흑해가 연결되어 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즉 바이킹 족이 스칸디나비아에서 대서양과 지중해, 흑해를 거쳐 카스피해까지 왔다는 것이다. 고부스탄 암각화 지대에서 내려다 보는 카스피해가 손에 잡힐 듯하다.
다시 바쿠 시내로 돌아 온다 바쿠 성채를 돌아 보고 세계문화유산인 시르반샤 궁전과 메이든 타워를 둘러 본다.
15세기에 지어진 궁전은 규모는 아담하다고 할 정도이나 정교하게 지어졌다. 교통정체로 관람 못할 상황이었으나 인도인으로 보이는 VIP 여성의 특별관람이 있어 묻어가며 구경할 수 있었다. 목욕탕, 영묘, 할렘, 모스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도 이 궁전에서 왕은 카스피해를 건느는 대상들을 접견하고 세금을 걷었을 것이다. 이 궁전은 3국에서 유일하게 현존하는, 그래도 좀 규모가 있는 궁전이다. 하도 많은 전란이 있어 불타고, 파괴되어 현존하는 궁궐이 없기 때문이다.
메이든타워는 높이 약 30미터 정도의 탑이다. 처녀의 탑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사랑하는 청년을 가진 처녀가 왕자의 짝사랑을 받게 되어 결국은 탑 위에서의 투신으로 끝맺음을 하게 되는 슬픈 이야기가 서려 있는 탑이다. 평소에는 카스피해를 건느는 대상을 감시하여 세금을 걷고, 전시에는 망루로 사용했다고 한다.
전통식당에 들러 저녁을 먹는다. 남녀 한쌍이 추는 전통춤과 음악이 곁들여진다. 식사 후 구 시가지 골목길과 성채를 구경한다. 관광이 끝났는데도 관광버스가 오지 않는다. 시내의 도로 정체가 장난이 아니다. 아마도 아들 독재자 알리예프가
주변국의 독재자들을 초청한 행사가 진행 중인데 그 여파인 것 같다고 가이드가 귀뜀해 준다.
알리예프는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 이후 집권한 후 아들 알리예프까지 2대를 이어 세습하고 있다. 석유가 많이 생산됨에도 부정축재가 횡행하여 일반 국민들의 삶이 어렵다고 한다.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외부인이 못 보도록 주요 외곽도로에는 높이 3미터 이상의 담벼락이 흡사 우리나라 고속도로변 방음벽 같이 늘어서 있다. 알리예프 부자의 작품이란다.
아제르바이잔은 터키계 민족이다. 알타이산맥 근처에 살던 돌궐족은 터키로 이주해 가면서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이라는 두 개의 동족국가를 남긴다. 현재의 터키에 도착한 투르크 족은 셀주크터키와 오스만터키라는 강대국을 건설했고, 동로마제국을 멸망시킨다.
실제로 한국외대에서는 터키어과가 있는데 그 학과 명칭이 터키아제르어과로 바뀌었다고 한다. 말과 문자가 터키와 같다는 것이다.
아제르바이잔은 구소련에서 처음으로 상업적 석유생산이 개시된 곳이다. 그야말로 파는 곳마다 석유가 나올 정도로 육지와 카스피해에서 석유를 퍼 올린다.
코카서스 3국 중 유일한 이슬람 국가이다 그러나 도시에서나 농촌에서나 히잡, 차도르, 부르카 등 이슬람 여성들이 입는 복장을 구경하기 어렵다. 이슬람 전통 복장을 한 남성도 구경하기 어렵다. 간혹 눈에 뜨이는 모스크와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 만이 이슬람 국가에 와 있음을 알게 한다. 구 소련 70년 간의 공산주의 종교정책이 그렇게 만들었다. 이슬람 원리주의가 이 나라를 지배하면 바뀔까?
바쿠는 카스피해를 내려다보는 구릉지에 건설된 도시이다. 언덕에 건설된 주변 환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건물이 우뚝 서 있다. 흡사 새가 날아가는 듯하다. 야간이니 황홀한 건물조명이 도시를 비춘다. 두바이의 유명한 건물을 본 따서 짓고 있다는데 건축주가 누구인지 베일에 가려져 있으며, 아마도 알리예프 일가일 것이다라고만 추측한다.
대부분의 독재자가 그렇듯 일반 서민들의 생활은 참 어렵다고 한다.
(10월 26일 여행기는 다음 주에)
황대장이 이른 아침 신대호수공원에 납신다. 구루하고도 삼천사이다. 이로써 구르메의 모든 신기록은 황대장의 것이 되었다. 지구를 한바퀴 돌고도 한참 남는 누적 주행거리 등 모든 것이 경이 자체이다.
오늘의 바퀴 굴리기에는 봉장군도, 은장군도 나서고...
내일의 아라뱃길 주말 번개 라이딩에는 황도하포무은의 6장군이, 뒷풀이에는 호해태돌봉노의 6장군이 참석 예정이란다.
많이들 모인다.
고군산군도 정벌에 나선 경장군은 선상 낚시로 노래미를 낚아 올린다. 침 넘어간다.
노장군도 일 끝내고 야심한 시각 바퀴를 굴린다.
아내와 카스피해에 손을 담그고.
고부스탄 암각화
메이든 타워
첫댓글 후속편이 기대됩니다.
고맙습니다...^^
말로만 듣던 코카서스 3국
아제르바이젠,조지아,아르메니아
해박한 옥대감의 설명이 깃들여지니
TV 프로의 해외여행기를
보는 것 같으이
다음이 기대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