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속에 살아갈지어이.
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더듬는 행인아.
눈길 비었거든 바람 담을지네.
바람 비었거든 인정 담을지네.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 신동엽, 「산에 언덕에」
(나) [A] <어느 해 봄날이던가, 밖에서는
살구꽃 그림자에 뿌여니 흙바람이 끼고
나는 하루 종일 방 안에 누워서 고뿔을 앓았다.>
[B] <문을 열면 도진다 하여 손가락에 침을 발라 가며
장지문에 구멍을 뚫어
토방 아래 고깔 쓴 여승(女僧)이 서서 염불 외는 것을 내다보았다
그 고랑이 깊은 음색과 설움에 진 눈동자 창백한 얼굴
나는 처음 황홀했던 마음을 무어라 표현할 순 없지만
우리 집 처마 끝에 걸린 그 수그린 낮달의 포름한 향내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C] <나는 너무 애지고 막막하여져서 사립을 벗어나
먼발치로 바릿대를 든 여승의 뒤를 따라 돌며
동구 밖까지 나섰다
여승은 네거리 큰 갈림길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뒤돌아보고
우는 듯 웃는 듯 얼굴상을 지었다
(도련님, 소승(小僧)에겐 너무 과분한 적선입니다. 이젠
바람이 찹사운데 그만 들어가 보셔얍지요.)
나는 무엇을 잘못하여 들킨 사람처럼 마주 서서 합장을 하고
오던 길로 뒤돌아 뛰어오며 열에 흐들히 젖은 얼굴에
마구 흙바람이 일고 있음을 알았다.>
[D] <그 뒤로 나는 여승이 우리들 손이 닿지 못하는 먼 절간 속에
산다는 것을 알았으며 이따금 꿈속에선
지금도 머룻잎 이슬을 털며 산길을 내려오는
여승을 만나곤 한다.>
[E] <나는 아직도 이 세상 모든 사물(事物) 앞에서 내 가슴이 그때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으로 넘쳐흐르기를 기도하며
시(詩)를 쓴다.>
- 송수권, 「여승」
01.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는 반복과 변주를 통해, (나)는 경험의 재구성을 통해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다.
② (가)는 대조적 소재를 열거하여, (나)는 과거와 현재를 대비하여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③ (가)와 (나)는 모두 대조적 소재의 열거를 통해 시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④ (가)와 (나)는 모두 특정 종결 어미를 통해 대상에 대한 태도를 부각하고 있다.
⑤ (가)와 (나)는 모두 공간의 속성을 대조하여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드러내고 있다.
02. <보기>를 참고하여 (가)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민족주의는 민족 구성원이 민족의 생활이나 열망, 터전과 일체감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민족주의 시인으로 알려진 신동엽은 「산에 언덕에」를 통해 이 땅에서 삶을 살다 간 이들이 이 땅에 귀속된다는 인식을 잘 보여 준다. 시인이 귀속감을 느끼는 민족의 영역은 이 땅 전체를 포괄하고, 정서적 일체감을 느끼는 민족 구성원은 이 땅에서 살아간 모든 이를 포괄한다. 그는 이 땅에 귀속되어 살아 있는 선인들을 예민하게 감지하면서 허전한 마음을 채우고 있다.
① ‘다시 찾을 수 없’는 ‘얼굴’과 ‘다시 들을 수 없’는 ‘노래’를 통해 이 땅에서 삶을 살다 간 이들에 대한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② ‘화사한 그의 꽃’이 ‘산에 언덕에’ 피어나고, ‘맑은 그 숨결’이 ‘들에 숲속에’ 살아가리라는 표현을 통해 ‘그’가 이 땅에 귀속되어 있다는 화자의 인식을 나타내고 있다.
③ ‘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더듬는 행인’에게 말을 건네면서 ‘울고 간 그의 영혼’의 열망이 좌절된 데에 대한 화자의 안타까움을 강조하고 있다.
④ ‘눈길 비었거든 바람 담을지네. / 바람 비었거든 인정 담을지네.’의 연쇄적 표현을 통해 화자는 ‘행인’에게 ‘그’의 부재로 인한 허전함을 채우라고 권유하고 있다.
⑤ 화자는 예민하게 ‘그’의 존재를 느끼면서 ‘그리운 그의 모습’이 다른 형상으로 이 땅에 존재할 것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03. (나)의 [A]~[E]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 ‘봄날’이라는 시간적 배경과 ‘고뿔’을 앓았던 화자의 상황을 제시하며 시상을 출발하고 있다.
② [B]: ‘여승’을 훔쳐보던 화자는 ‘여승’에게서 ‘수그린 낮달의 포름한 향내’로 환기되는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③ [C]: 화자는 ‘애지고 막막’한 격정에 휩싸여 ‘여승’을 쫓게 되지만, ‘여승’의 말과 표정에 열띤 ‘얼굴’을 한 채 발걸음을 되돌리고 있다.
④ [D]: 후일 ‘여승’이 ‘먼 절간 속에’ 사는 존재임을 알게 된 화자는 ‘여승’과 같은 존재를 앞으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⑤ [E]: 과거 ‘여승’을 향했던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이 ‘모든 사물’로 확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내어 화자의 ‘시’가 지향할 바를 보여 주고 있다.
카페 게시글
[문제] 현대시
신동엽, 「산에 언덕에」/ 송수권, 「여승」
구렛나루
추천 0
조회 713
17.06.14 08:07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