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기 전, 새벽부터 도서관에서 뜨거운 물 담고 라면 챙겨 걷기 여행 준비했습니다.
철암역에 갔더니 아이들과 가족들이 벌써 모여있습니다.
포옹 인사 잔뜩 했습니다. 포옹인사는 언제 해도 좋습니다. 이젠 익숙함을 너머기다려질 지경입니다.
권순복 어르신을 만났을 땐 참 반가웠습니다.
이불 밖으로 나올 땐 너무 힘겨웠지만, 소중한 사람들 만나니 아침부터 에너지가 가득 찼습니다.
예준이와 나란히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며 철암역에서 승부역까지 갔습니다.
축구 선수 이야기, 게임 이야기, 예준이가 수학 영재가 되었다는 이야기 등. 재미있었습니다.
나중에는 예준이가 저에게 하는 장난들이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승부역에 도착하여 걷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팀은 오동통통 너구리 팀이었습니다.
'오동'건과 함께였기 때문인듯 싶습니다. 동건이가 기분이 나쁘면 어떡하나 싶었지만, 음..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소헌이가 제 옆에 꼭 붙어 손잡고 걸었습니다.
"선생님 이렇게 함께 걷다 보면 하나도 안힘들어요!"
"춥거나 그래도 괜찮아요! 함께 걸으면 다 괜찮아요! 저는 하나도 안추워요!"
소헌이가 이 말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하도 많이 들어서, 아직도 소헌이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합니다.
4km 꼬박 걷는 동안, 소헌이가 참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걸으면서, 아이들에게 참 사랑 많이 받았습니다. 많은 에피소드와 추억이 쌓였습니다.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오늘 겪은 모든 일을 마음속에 생생히 남겨두고 싶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몇가지 순간들이 있습니다.
먼저, 강물에 빠졌던 순간입니다. 계단이 끊겨 있었을 때까지만 해도 '이번에도 지난 주 처럼 재밌는 구간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이런 부분을 함께 겪고 헤쳐나가며 더욱 추억이 깊어진다고 생각했기에 그저 즐거웠습니다.
뛰어 내릴 때 손 잡아주시고, 서로 기다리고 응원하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이후 함께 강물을 건너는데..
콰지직 하며 눈앞이 아득해졌습니다.
강물에 빠졌습니다. 그 순간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해리포터가 구해주셨습니다.
정신차리고 보니 흠뻑 젖었습니다. 몸의 절반에서 물이 줄줄 흘렀습니다.
춥고 너무 놀라서 어버버 하고 있을 때 모두가 도와줬습니다.
강현오빠가 발 닦아주고, 핫팩을 아이들이 하나 둘 줘서 제게 4개나 생겼습니다.
수민언니가 여분으로 가져온 새 양말 빌려주고, 해리포터가 바지를 꼭 짜주셨습니다.
바위 위에 앉아서 모든 사람의 걱정을 받았습니다. 얼떨떨하고 추웠지만 신기했습니다.
발 닦아주고, 핫팩 대주고, 손 잡아주고, 걱정해주고 안아주고 괜찮냐고 물어주고 가방 가져가서 닦아주고...
가만히 있는데 양말 신겨주고 비닐을 어디선가 구해와서 발에 묶고 신발 신겨주었습니다.
분명 물에 빠져 추웠지만, 웃기고 재밌고 즐거웠습니다. 웃음이 절로 났습니다.
그래서 그저 계속 걸었습니다.
철퍽철퍽 부츠 안에 물이 가득해도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아이들과 대화 많이 하며 또 걸었습니다.
지헌이와 파스타 해먹기로 약속하고, 소헌이랑 노래 부르며 걷고, 태헌이와 중간중간 만나 가위바위보 하고, 창희와 술래잡기도 하고..
슬찬이와 가끔 만나 투닥투닥 장난치고, 지원이와 인사하고, 예준이랑 악수하며 걸었습니다.
예쁜 풍경과 맑은 공기, 반짝이는 햇살과 물결 누렸습니다.
이보다 행복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기차 타지 않고, 끝까지 걸었습니다. 이 순간을 젖은 발 때문에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소헌이가 "선생님이랑 끝까지 걷고싶어요!" 하며
"그래도 선생님 너무 무리하지는 말아요. 선생님 아프면 저도 아파요. 힝 대신 빠져주고싶다" 했기에
소헌이와 끝까지 안 걸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중간에 간식 먹을 타이밍엔, 아이들이 그저 간식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저는 초콜릿 하나 가져갔는데, 주변 모든 사람 나눠먹고 저도 다양한 간식들 먹었습니다.
다시 되짚어봐도 행복한 기억 뿐입니다.
양원역 근처에서 바위에 앉아 우빈이가 가져온 펄펄 김나는 뜨거운 물로 컵라면 먹었습니다.
아이들과 동그랗게 앉아서 라면 먹으니 당연히 맛있을 수 밖에요.
그렇게 라면 먹고, 또 아이들이 나눠준 간식 먹고,
광활팀 나란히 앉아 노래 불렀습니다. 몸과 마음이 여유롭고 행복하니 노래가 절로 나왔습니다.
가다가 두번째로 얼어있는 강을 건너야 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아까 강에 빠졌던 기억이 나면서, 두려움이 확 몰려왔었는데
태헌이가 "저도 무서워요. 근데 태헌이가 할 수 있으면 선생님도 할 수 있어요" 했습니다.
아. 이 귀엽고 감동스런 말에 걱정이 내려갔습니다.
다은이와 꼭 껴안고 "괜찮을까?" 걱정하다가 한발 한발 갔습니다.
모두 응원해줘서 덕분에 잘 건넜습니다.
건너갔더니 "이번에는 잘 오셨네요" 하면서 아이들이 반겨줬습니다. 얼마나 고마운지요.
산길 걸을 때, 경수가 앞에서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낙엽에 가려진 계단들 혹시 못보고 넘어질까봐 발로 치워주고, "여기 계단 있어요!" 하며 알렸습니다.
센스 만점 배려 만점 사랑 천점 경수. 아이들이 경수 따라서 모두 서로 알렸습니다.
산골짜기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지헌 소헌 보아와 이후 진실게임 하면서 걸었습니다. 우리만의 비밀이 생겼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히히
그렇게 산타마을 도착했습니다. 먼저 도착해있던 재인이와 예준이가 달려와 반겨줬습니다.
그렇게 또 포옹하고, 반짝반짝 아름다운 산타마을을 아이들과 구경했습니다. 태인 오빠 닮은 알파카도 봤습니다.
뭔가 사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전부리 가서 꽈배기 먹으려고 참았습니다.
한창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데 지헌이가 "쌤 근데 어떤 커피 좋아하세요?" 했습니다.
"나 완전 바닐라라떼 좋아해" 라고 솔직히 말해버렸습니다. 먹고싶었나봐요.
시간이 조금 지나니 예준이가 바닐라라떼 들고 왔습니다.
아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
전부터 예준이가 커피 사준다고 한 것을 거절했었는데, 이렇게 사랑을 받은 것 같아 참 행복합니다.
예준이의 마음에 감동했습니다.
이후 민영이가 선생님들 드시라고 딸기 샌드위치를,
지원이가 선생님들 드시라고 붕어빵을,
지헌이가 선생님 먹으라고 핫초코를...
그리고 아이들 가방에서 나오는 끝없는 과자와 간식들...
주변 모두와 한입씩 나눠먹으며 웃음꽃이 가득했습니다.
사랑이 넘칠 수 밖에 없습니다. 행복이 흐릅니다. 그저 아이들과 가족과 걸었을 뿐인데 참 신기합니다.
기차 타고 오면서 슬찬이와 많이 웃었습니다. 수줍음이 많지만 재밌고 잘생긴 슬찬이, 나중에 많이 그리울 것 같아요.
아. 물에 빠진 뒤로 강현오빠가 젖은 가방 들어주었습니다.
보온병이 4개나 들어있어서 무거웠을텐데, 정말 오빠는 엄마 같습니다. 친오빠 같기도 하고요.
철암에서 가족같은 이웃, 정말 내 삶터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오늘 걸으면서 이 사랑을 더욱 더 느낍니다.
이러려고 광활 온 것 같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오늘 나누었던 많은 이야기, 포옹, 간식, 사랑
평생 기억할래요.
모두 고맙습니다.
첫댓글 "철암에서 가족같은 이웃, 정말 내 삶터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오늘 걸으면서 이 사랑을 더욱 더 느낍니다.
이러려고 광활 온 것 같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오늘 나누었던 많은 이야기, 포옹, 간식, 사랑
평생 기억할래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