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질척한 어둠은
가슴이 되어 머리맡에 졸고,
누구도 기다리지 않는
심술궂은 빗줄기만
밤의 창문을 두드리는 시간.
홀로 앉은 사무실 한 귀퉁이에서
나는 지금
나만이 부를 수 있는 그 누군가에게
이 글을 띄우고 있다.
어릴 적 구겨 입던 명주옷,
콧물 훔치던 철부지 시절.
“너는 엄마, 나는 아빠”
소꿉놀이 속에 맺었던 언약은
어디로 흩어져 버렸을까.
긴 바지에 긴 머리,
어른의 문턱을 넘던 그날부터
우리는 저마다의 길로 헤어지고
세상이라는 물결에 휩쓸려
다시는 기약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네.
누가 손짓하여 부르는 이도 없고
먼저 가라고 길을 열어 주는 이도 없는
막막한 세상의 길.
낯선 사람들 틈에서
사회를 배우고 세상 이치를 익히며
변변치 못한 재주 하나로
입에 밥풀을 붙이고
하루하루를 견디면서
삶이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쓰디쓴 가르침으로 배워 왔네.
붉은 세월 속에 익힌 잔재주로
사내의 기개를 뽐내기도 하고
내 뜻을 세상에 알리려
목청껏 외쳐 보기도 했건만,
마음속에 품은 뜻과
입 밖으로 내뱉는 말은 달랐고
내가 가고 싶은 길과
세상이 나를 이끄는 길은
언제나 같지 않았네.
그렇게 긴 하루를 보내고
욕망과 미련을 한 상 가득 차려 놓은 채
나는 또 오늘의 길목에 서 있네.
내가 정한 길이라 믿었건만
돌아보면 누군가 그어 놓은 선 안에서
걸음을 맞추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보이지 않는 손길,
알 수 없는 뜻,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결정에 따라
세상은 흘러가고
나는 그 물결에 몸을 맡긴 채
내 인생이라 부르며 살아왔네.
당신의 뜻에 따라
이미 정해진 틀 안에서
한 생을 살아가야 한다면,
내 가슴속에 아직 남아 있는
이 작은 소망 하나는
대체 어디에 내려놓아야 할까.
아, 그리운 당신이여.
내 마음은 아직도
당신을 향해 부르고 있건만,
세상의 무게에 눌린 이 목소리
어찌 힘주어 부를 수 있으랴.
오늘도 빗줄기는 내리고
사무실 귀퉁이에는 어둠이 내려앉네.
세상은 내가 모르는 뜻으로 흘러가고
나는 그 속에서
나만이 부르는 이름, 하나를 가슴에 묻은 채
말없이 밤을 건너고 있네.
카페 게시글
나의시
나만이 부른 이름, 가슴에 묻은 채
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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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0.25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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