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정승기
토우(土偶)
나는 당신이 진흙으로 빚은 인형
기다림은 언제나 슬픔의 미학美學
당신이 올 때까지
먹구름의 하늘만 쳐다보네
당신이 온다
하늘은 잿빛으로 변하고
빗방울이 떨어진다
당신이 내 앞에 서지만
나를 알아보지 못하네
당신이 돌아간 후
나는 빗물에 조금씩 흘러내린다
눈은 먼저 지워지고
입술도 지워지고
심장은 가장 오래 남았다
어느 부잣집 막내딸이
빠알간 구두로 나를 밟고 지나갔다
발자국 속에서
작디작은 풀 한 포기 꿈틀거렸다
불의 소실점에서
불의 끝은
언제나 소실과 상실
사랑의 끝은
꺼져버린 불꽃의 침묵이었다
사랑이 남긴 자리엔
타다 남은 재의 그림자,
먼지처럼 흩날린 기억만 남는다
그 무엇도 태우지 마라
허망한 불길은
망각 속에 재만 남기리니
재 속엔 아무것도 없다
숨결도 씨앗도 없다
식어버린 심장,
되돌아오지 않는 어둠만 남았다
안녕
검게 남은 하늘 아래,
침묵이여, 사라진 이름이여
네 잎 클로바
네잎 클로바를 모은 사람들은
정말 행운을 얻었을까?
세잎 클로바를 바라본 사람은
지금도 행운을 기다리고 있을까?
잎 하나의 차이가
삶을 바꾼다는 믿음 아래
우리는 얼마나 자주
우연을 운명이라 불렀나
클로바 한 잎이
행운과 불행을 가른다면
신은 침묵해야 할까?
아니면 웃고 있을까?
칠레의 詩人, 파블로 네루다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까?
끝없는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한
시인의 생은 얼마나 고달플까
행운이란 건
잎의 개수가 아니라
그걸 믿는 마음에서
자라나는 게 아닐까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