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에 '여기 저기'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비슷한 말로 이쪽 저쪽, 이것 저것, 이편 저편, 여쪽 그쪽 등이 있는데 언듯 '여기냐 저기냐'며 편을 가르는 표현 같지만 그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여기 저기'는 여기든 저기든 다 포용하여 아우르는 아주 긍정적인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를 굳이 '이편 저편' '내편 네편'으로 편가름하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내편 네편'으로 편가름을 일삼는 사람들은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 '나는 어쩔 수 없었지만 너는 그럴 필요 없었지 않느냐' '너는 내편이니까 옳고, 너는 내편이 아니니까 그르다'는 사고에 젖어있는 덜 떨어진 사람입니다.
요즘 항간에서 유행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바로 편가르기의 파생물이죠. 어찌하여 남의 눈 속 티는 보면서 제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것일까요.
'나는 항상 옳고 남은 항상 그른, 그런 일, 이 세상에는 절대 없습니다.'
그래도 힘없고 돈 없고 재주 없는 사람은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입이 있어도 할 말을 못하고 억울해도 분을 삭입니다. 이 때 소시민들은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애매한 태도를 취하며 위기를 넘깁니다.
우리만 그러는 게 아니고 다른 나라 사람도 그러는 것 같더군요. 미국사람들은 '왜들 그러나(Whether or not!)' 하며 의아한 표정을 짖습니다. 일본인은 '이도 마 저도 마'하며 더듬거리고 중국인은 퉁명스럽게 '왔다 갔다 해!'라고 하더군요.
아프리카의 콩고인은 '깅가밍가!'하며 눈알을 굴리고 베트남 친구는 '알똥 말똥'이라며 멀뚱한 표정입니다. 프랑스 사람은 '알쏭달쏭'이라며 으쓱하고 독일 사람은 똑부러지게 '애-매-모-호-'라 하더군요. 우스개 소리였습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답을 찾기가 참 어렵습니다. 이럴때 '내로남불'은 다름아닌 ' 정신 나간 놈'의 행태라고 치부해버리면 조금 편해집니다.
시니어기자 서정
첫댓글 내로남불이 대세가 아닌,
모두가 한마음인 아름다운 세상을 저부터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기자님의 아름다운 맘과 말씨 짱!
참 재미 있는 글이네요!
서정기자님
'내로남불'로 치부해버리라니 그런 편한 방법도 있군요ㅎ
서정기자님은 아시는 것이 많으십니다. 국어학자 같으세요 정보 감사합니다
그냥 쓴 잡문에 과분한 댓글을...
내로남불~
그러고보니 우리말,중국어,영어단어가 잘 조합된 신조어?..언제부터 생긴 말일까요? 말의 변천사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시대의 사회상을 이 네 글자로 완전 표현해 놓은 것 같기도 하네요~/
많이 느끼고... 배웠습이다.
#여러나라 우스게 소리는 혹시 서정기자님이 만들어 낸 것 아닙니까?
너무 웃겼어요!~ㅎㅎㅋㅋ
방기자님의 센스는 못말려요. 그런 '발음 작난'~, 서정 아니고서는 좀 어려울걸요?
압권은 독일어식 표현, '애-매-모-호!'죠? 제가 독일말을 쬐끔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