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바이살리(Vaishali)에 사는 한 가난한 구두장이가,
자기 집 연못에서 제철도 아닌데 피어난 연꽃 한 송이를 발견했다.
그는 무척 기뻐했다. 제철이 아닌 꽃이니까 아주 비싼 가격에 그것을 팔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것은 아름다운 연꽃이었다. 그는 그 연꽃을 가지고 궁전을 향해 걸어갔다.
그때 그 도시에서 가장 큰 부자 한 사람이 황금마차를 타고 다가왔다.
아름다운 연꽃을 보고서 부자는 마차를 세우게 한 뒤 구두장이 수다스(sudas)에게 물었다.
“철 아닌 때에 피어난 그 연꽃을 그대는 얼마에 팔려고 하는가?”
가난한 수다스는 얼마를 받아야할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얼마를 주시든지 나에게는 충분합니다. 나는 가난한 사람입니다.”
그 부자가 말했다.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마을 어귀의 망고나무 숲에 머물고 계시는 고타마 붓다를 뵈러가는 중이다.
나는 그 분의 발아래 희귀한 연꽃을 바치고 싶다.
그 분도 제철이 아닌 때에 핀 이 연꽃을 보고 놀라워하실 것이다.
연꽃 값으로 너에게 금화 5백 냥을 주겠다.”
수다스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금화 5백 냥이라는 돈은 꿈도 꾸어보지 못한 큰 액수였다.
마침 그때 왕이 탄 마차가 와서 멈추었다. 왕은 수다스에게 말했다.
“그 부자가 너에게 얼마를 주든지 나는 그 돈의 네 배를 주마. 그러니 그 연꽃을 팔지 말고 기다려라.”
수다스는 이게 무슨 일인지 믿어지지 않았다. 금화 5백 냥도 어마어마한데 그것의 네 배를 주겠다니!
꽃 한 송이에 금화 2천 냥이다. 수다스는 왕에게 물었다.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왜 그토록 이 연꽃을 갖고 싶어 하십니까?”
그러자 부자 역시 쉽게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왕보다 더 부자였다.
사실 왕이 그에게 많은 돈을 빚지고 있는 상태였다. 부자가 말했다.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당신은 왕이지만, 그런 식으로 하시면 지금 우리는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수다스에게 말했다.
“나는 왕이 부르는 값의 네 배를 주겠다.” 그런 식으로 왕과 부자는 네 배씩 꽃값을 올려나갔다.
마침내 수다스는 금액이 얼마인지 따라 잡을 수도 없었다. 그 가난한 사람은 산수 실력도 뛰어나지 않았다.
금액은 그가 계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버렸다. 그러나 그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을 이해했다.
그는 두 사람사이에 뛰어들어 말했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나는 연꽃을 팔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두 사람 다 놀라서 물었다.
“뭐가 문제인가? 너는 더 많은 돈을 원하는가?”
수다스가 말했다.
“가격이 얼마나 올라갔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그리고 나는 더 원하지도 않습니다.
내가 이 꽃을 팔지 않으려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닙니다.
두 분께서 서로 고타마 붓다에게 이 연꽃을 바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분께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방금 그 분의 이름을 들었습니다.
두 분께서 어떤 금액을 지불해서라도 그 분에게 이 꽃을 바치려고 하니 나 또한 이번 기회를 놓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직접 이 연꽃을 고타마 붓다에게 선물 하겠습니다. 그러면 아마도 그 분은 두 배로 놀라워하실 것입니다.
계산하기도 힘든 금액을 제시 받았지만 한 가난한 남자는 그것을 거절했다. 수다스는 고타마 붓다를 찾아갔다.
그 전에 먼저 왕과 부자가 그 곳에 도착해 사람들에게 연꽃사건의 자초지종을 전했다.
“한 구두장이가 우리를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한 구두장이한테 우리가 지고 말았습니다.
그는 어떤 금액을 제시해도 그 연꽃을 팔기를 거부했습니다.
나는 전 재산을 주고서라도 그것을 살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그 때 수다스가 걸어서 그 곳에 도착했다. 그는 고타마 붓다 앞에 와서 절을 한 뒤에 그의 발아래 연꽃을 바쳤다.
“수다스여! 그대는 그들의 제의를 받아들였어야 한다. 그들은 그대에게 많은 돈을 주었을 것이다.
나는 그대에게 아무것도 줄 것이 없다.”
수다스의 눈에 눈물이 흘렀다. 그는 말했다.
“당신께서 이 연꽃을 들고만 계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것은 왕국전체보다 더 큰 것입니다.
그것은 부자의 모든 보물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나는 가난하지만 괜찮습니다.
내 생계는 그럭저럭 꾸려 나갈 수 있습니다. 나는 부자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앞으로 수세기 동안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사람들이 당신을 기억하는 한 이 수다스도 기억 될 것이고, 그가 바친 연꽃도 기억 될 것입니다.
당신께서는 다만 이 연꽃을 들고만 계십시오.”
붓다는 그 연꽃을 손에 들었다. 그때는 아침시간이었고, 붓다의 아침 설법이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모두가 그의 설법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붓다는 아침 설법을 시작하는 대신에 그 연꽃만 쳐다보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서 한 시간이 지났다. 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저 연꽃은 신통력이 있는 꽃인가 보다. 붓다께서는 연꽃만 보고 계시지 않은가?’
그 순간 고타마 붓다의 제자중의 한 사람인 마하가섭이 문득 미소를 지었다<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微笑)>.
마하가섭은 결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이 사건 이전이나 이후에 어떤 경전에도 그에 대한 언급이 나와 있지 않다.
마하가섭이 문득 미소를 짓자 고타마 붓다는 그를 불러 그에게 연꽃을 건네주었다.
그러고 나서 붓다는 말했다.
“나는 이 연꽃을 그대에게 주지만 단순히 연꽃만을 주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의 모든 향기와 빛을, 나의 깨달음을 그대에게 전한다. 이것은 침묵속의 전달이다. 이 연꽃은 하나의 상징이다.”
이것이 선(禪)의 시작이다.
사람들은 마하가섭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우리는 거기에 있었고, 그 장면을 모두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연꽃이 당신에게 전해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당신은 연꽃을 받은 뒤에 고타마 붓다에게 절을 하고나서 당신의 자리로 돌아와 눈을 감고 앉았습니다.
무슨 일이 오간 것입니까?”
마하가섭은 오직 이 한마디만 말했다고 전해진다.
“그대들은 나의 스승에게 직접 물어보라. 그가 살아있는 한 나는 어떤 대답도 할 권리가 없다.”
그리고 고타마 붓다는 말했다.
“이것은 새로운 시작이다. 내 모든 체험을 문자 없이 전달하는(不立文字) 새로운 시작이다.
그것을 전해 받는 사람은 가슴을 열고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마하가섭은 미소를 통해 자신의 받아들이는 자세를 나타내 보였다. 그대들은 그가 왜 웃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는 그 순간에 문득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았고, 자신 역시 부처라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에 웃은 것이다.
나는 그것을 인정하는 의미에서 연꽃을 그에게 주었다. ‘나는 그대의 깨달음을 인정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 오쇼 라즈니쉬《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