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봄이 훌쩍 지나가고 성하의 계절이 찾아왔다. 6월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이기도 하다. 주말을 맞아 바이콜 전사 5명이 경기도 가평과 남양주의 아름다운 산하를 찾아 초여름의 향연을 펼치기로 하였다. 여정의 시작은 경춘선 청평역이다. 페달을 밟고 조종천으로 향한다. 조종천을 따라 청평검문소 앞 교차로에서 청군로로 들어선다. 청군로는 조종천과 나란히 달리는 길이다. 강변에는 싱그러운 녹음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캠핑장과 유원지, 펜션, 맛집들이 줄지어 있어 여름 휴양지 다운 활기가 느껴진다.
청군로를 벗어나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인 녹수계곡으로 향한다. 녹수계곡은 스머프차에게 언젠가는 꼭 찾아보고 싶은 로망이었다. 마음 속에 품어온 작은 로망이 오늘 비로소 현실이 되었다. 계곡 안으로 깊숙이 들러갈수록 공기는 청량해지고 풍광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맑고 시원한 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마시니 도심에서 찌든 마음까지 말끔히 씻겨내려가는 듯하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숲 사이를 스치는 바람소리가 어우러져 한 편의 자연음악을 연주한다. 조종천의 맑은 물과 울창한 산림, 파란 하늘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액자 속 한 폭의 그림같다.
바이콜 전사들은 연신 탄성을 터뜨리며 아름다운 풍경에 취한다. 물멍, 숲멍 즐기기에도 그만이고 한여름 피서지로도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 쉐도우수와 람보림은 13년 전 녹수계곡을 찾았던 추억을 꺼내놓는다. 당시에는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 백련사를 거쳐 축령산 임도라이딩까지 즐겼다고 술회한다. 그때만 해도 60대 초반으로 라이딩 기량이 한창 물이 올랐던 시절이다. 세월은 흘렀지만 아름다운 길에서 되살아나는 추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유턴하여 다시 청군로를 달린다. 임초리삼거리에서 수목원로로 방향을 잡으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원 명소인 아침고요수목원으로 이어진다.
아침고요수목원은 삼육대학교 원예학과 한상경 교수가 축령산 자락에 조성한 아름다운 원예수목원으로 사계절마다 서로 다른 모습의 정원미를 보여주는 곳이다. 영화 '편지'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축령산 일대의 울창한 잣나무숲은 산림욕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항사리를 지나 연하리로 들어서자 멀리 운악산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해발 934.7m의 운악산은 화악산, 관악산, 감악산, 송악산과 함께 '경기오악'으로 불린다. 그중에서도 산수가 가장 수려한 명산으로 손꼽히며, 만경대의 암봉과 기암괴석은 '경기의 금강산'이라 불릴마큼 아름답다.
계절마다 운악산의 표정도 달라진다. 봄에는 자목련과 진달래가 산을 물들이고, 가을에는 붉게 타오르는 단풍이 장관을 이룬다. 산중턱에는 백년 동안 변함없이 물이 흐른다는 백련폭포와 천년고찰 현등사가 자리하고 있다. 쉐도우수는 국정원 시절에 직원들과 이곳을 등산했고, 퇴직 후에는 대열동기회(육사 27기) 산악회장을 7년간 역임하는 등 등산 매니아였다. 연하교차로에서 비룡로를 따라가면 가평베네스트GC입구가 나타난다. 이곳부터 불기고개가 시작된다. 불기고개는 약 5km에 이르는 긴 오르막이다. 가평군 상면 상동리와 남양주시 수동면 내방리의 경계를 이루며 주금산(813m)과 서리산(832m) 사이에 자리한 고개다.
바이콜 전사들은 70대 중반부터 히든파워를 장착해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갈 때는 히든파워를 사용한다. 무리하게 페달을 밟다보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갈 때 히든파워도 힘에 겨워 꺼지는 경우도 가끔 발생한다. 그럴 경우는 낭패를 당한다. 고갯길을 내려오는 길은 더욱 조심스럽다. 꼬불꼬불 이어지는 내리막길에서는 잠시도 방심할 수 없다. 쉐도우수가 주의를 당부한다. 힘든 오르막을 넘은 뒤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이 산악 라이딩의 묘미이자 위험이다. 불기고개를 내려서자 비금계곡과 몽골문화촌이 모습을 드러낸다.
비금계곡은 서리산과 철마산 등에 둘러싸여 있고 북한강의 지류인 구운천이 흐르는 아름다운 계곡이다. 맑고 깨끗한 물이 너른 암반 사이를 흐르며 작은 폭포와 소(沼)를 만들어낸다. 짙푸른 숲과 곧게 뻗은 낙엽송이 어우러져 기품있는 계곡미를 자랑한다. 예부터 선비들은 물 맑고 경치 좋은 계곡을 찾아 더위를 식히며 풍류를 즐겼다. 비금계곡 역시 선비들이 이곳에 놀러왔다가 거문고를 숨겨두고 수시로 찾아와 풍류를 즐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그 이름에 풍류의 정취가 깃들어 있다. 한때 이곳의 명소였던 몽골문화촌도 잠시 둘러본다.
2000년 문을 연 몽골문화촌은 몽골민속예술공연장과 전시관, 문화체험관, 마상공연장 등을 갖추며 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았던 곳이다 그러나 접근성이 떨어지고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연 등이 중단되는 등 한때의 활기를 잃어 아쉬움을 남긴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오후 2시가 가까워졌다. 뱃속에서는 연신 고동소리가 울린다. 이제는 자연의 풍광보다 음식의 풍광이 더 간절해지는 순간이다. 마침내 대연메밀터에 도착해 막국수와 수육으로 허기진 배를 달랬다. 시원한 막국수 한 젓가락에 담백한 수육 한 점을 곁들이니 힘들었던 고갯길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특히 오늘은 람보림이 생일을 맞아 한턱을 내주었다. 아륻운 마음씨를 가진 벗에게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든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다시 자전거에 오른다. 비룡로를 달려 소래비로로 접어들자 또 하나의 고갯길이 기다리고 있다. 소래비고개라는 이름에는 독립운동가 소래 김중건 선생의 이름이 담겨있다. 선생은 1889년 함경남도 여흥에서 태어나 교육과 민족운동에 힘썼으며, 만주로 건너가 여러 학교를 세워 민족 교육에 헌신했다. 또한 대진단을 조직해 독립군을 양성하는 등 독립운동에도 앞장섰다. 이후 농촌운동을통한 민족운동을 펼치다가
1933년 안타깝게 생을 마쳤으며, 정부는 그 공적을 기려 1977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소래 김중건 선생 기념비는 소래비고개에서 약 8km 떨어진 수동면 지둔리에 자리하고 있다. 소래비고개 역시 길고 만만치 않다. 쉐도우수는 한여름에 노구의 몸을 이끌고. 불기고개와 소래비고개를 비롯해 수레넘이고개, 머치고개까지 연달아 넘었다고 하니 대단한 파워로 말의 심장을 가진 사람이다. 그것도 히든파워로 달린 것도 아니다.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대원들은 감탄에 감탄을 쏟았다. 쉐도우수는 젊은 장교 시절부터 특전사에서 체력을 단련한 내공 덕인지 모른다.
소래비고개를 넘고 약 2km를 달리자 드디어 마석역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마석역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길고 긴 여정이었다. 보석같은 벗들과 여인동락하며 산자수명한 자연을 벗 삼아 달리는 즐거움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호사다. 건강도 챙기고 마음까지 즐거우니 이보다 더 좋은 노년의 삶이 어디 있겠는가. 젊은 시절의 화양연화가 지나갔다고 해서 아름다운 계절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벗들과 함께 페달을 밟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또 다른 화양연화일지도 모른다. 벗이 없으면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없다.
벗은 세월이 쌓일수록 더욱 빛나는 소중한 자산이다. 스머프차는 벗들이 늘 건강하기를 바란다. 건강해야 오래도록 함께 달릴 수 있고, 함께 웃으며 노년의 행복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산과 계곡, 바람과 초록, 그리고 소중한 벗들과 함께했던 조종천 녹수계곡 라이딩, 오늘도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행복을 향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