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왜 달리기만 고수했을까? 나같이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른 운동을 거들떠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달리기 운동뿐만 아니라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운동 캐리어가 짧은 사람이나 독특한 운동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예외 일 수 있지만 나처럼 동일한 운동을 수십년 이상 한 사람들은 엇비슷 생각을 하리라 본다.
난 올해 52년째 달리기를 하고 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운동으로 인한 부작용이 없었는데 작년에 3~4차례 심한 감기몸살과 치통으로 고생하여 이제는 운동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연말연시에 찾아 온 감기몸살은 너 그렇게 운동을 하면 죽어!! 할 정도로 나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그 원인도 갑자기 찾아온 한파(영하 9도) 속에서 평상의 복장으로 그것도 3일씩이나 운동하고 그동안 피로가 누적되어 일어난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때에도 내일은 운동을 꼭 하지 말아야지 하고 꾿은 다짐을 했지만 그 다음날 새벽이 되면 치매 환자처럼 또 운동복을 입고 나가는 내 모습은 영락없는 운동 중독자임에 틀림이 없었다.
아무리 운동 중독자라도 운동으로 인해 혹독한 댓가를 치르면 약간의 트라우마가 있어 몸을 사리게 되는 것이 또한 인간이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그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아프지 않고 1년을 무사히 보내는 것을 새해 목표로 잡았다. 그래서 몸에 신호가 오거나 기온이 많이 떨어지면 제아무리 운동을 하러 가자고 보채도 허용하지 않고 차단하기로 했다.
지난주는 전국적으로 엄청 추웠다. 그래서 4일간이나 운동을 하지 못하고 새벽 루틴을 행하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떠 올랐다. 이렇게 추운 날엔 운동을 생략할 것이 아니라 계단 오르기를 하면 되잖아!! 하는 것이였다. 왕년에는 아무리 추워도 아랑곳하지 않고 운동을 했지만 이제는 감기몸살의 우려와 수족냉증으로 발이 너무 시려워 매우 추운 날에는 엄두가 나질 않는다.
생각이 튀긴 그날 바로 간편한 복장을 입고 바로 아파트 복도로 나가 계단을 타기 시작했다. 17년간 아파트에 살았지만 울 아파트가 몇층인지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난 저층에 살고 있어 고층에 올라갈 이유가 없었다. 그날 올라가 보니 최고층이 31층이였고 옥상까지는 33층 그리고 지하 3층 모두 합하면 총 36층으로 되어 있었다.
난생 처음 계단을 운동 수단으로 삼아 별것 아니겠지 했는데 장난이 아니였다. 36층을 오르는데 계단이 540개이고 거리는 약 0.3km로 9분 정도 걸렸다. 이를 오르기 4회 내리기 1회를 했더니 그날 운동량이 2,700개의 계단을 오르내리고 1.4km를 걸었으며 약 45분간 운동을 한 셈이다. 시간상으로 보면 내가 매일 뛰는 6km와 동일했고 운동 강도는 약 80% 수준이였다.
야외에서 달릴 때 보다 좋은 점은 실내라서 복장이 간편해도 발이 시럽지 않고 운동 접근성이 좋으며 위험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단점은 오르내릴 때의 운동 강도가 너무 차이가 나고 단조로우며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복도의 전등이 점등되어 불필요한 전력이 소모되어 미안한 마음이 올라오는 것이다.
지난주부터 시작하여 2번 정도 시도해 보았는데 할만 했다. 앞으로는 달리기와 계단 오르내리기 운동을 병행할 것이다. 전자는 컨디션이 좋고 그다지 춥지 않은 날에 하고 후자는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기상 조건이 나쁠 때 할 것이다. 기상 조건이 나쁘다는 것은 비나 눈이 많이 오는 날이거나 기온이 영하 5도 이상으로 떨어지는 날은 계단 오르내리기로 대체할 것이다.
아마도 운동 기준을 이렇게 설정해 놓으면 더 이상 운동 실행여부의 갈등은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운동은 건강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 운동에만 너무 집착하면 오히려 건강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대체운동 수단을 곁들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러닝 및 마라톤 마니아들은 새겨 들어야 한다.
글 제목에 '착안' 이라는 용어를 써 쑥스럽다. 남들이 알지 못하는 뭔가를 알아낸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나처럼 하나만 고집하는 사람은 융통성이 없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어떤 제약으로 하지 못할 경우 그것을 포기하거나 수용하지 말고 자꾸 마음속에 품고 있으면 우리의 뇌가 디른 해법을 제시해 준다는 것을 공유하기 위해 이 글을 쓴 것이다.
나이가 젊던 많던 운동은 삶의 우선 순위에서 1순위가 되어야 한다. 난 작년에 무리한 운동으로 그 댓가를 톡톡히 지불했지만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젊을 때 운동을 하지 않아 지금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너무 안타까울 따름이다. 행복의 90%는 건강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이 진리를 믿는다면 무슨 운동이라도 생활화하여 행복한 삶을 누리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