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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진으로 나누어 '칼봉산자연휴양림 → 경반초교(폐교) → 경반사 → 수락폭포 → 경반사 → 회목고개 → 칼봉 → 경반분교 → 칼봉산 자연 휴양림' 12.3km, 5시간 코스 산행 후 경반계곡에서 2진과 합류해 물놀이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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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봉산
높이: 899m
위치: 경기도 가평군
칼봉산은 가평읍에서 멀지 않다. 가평읍을 지나면 북쪽으로 조금 가면 다리가 나오는데 다리를 건너자마자 좌회전, 승안리로 들어간다.
칼봉산의 물안골 계곡은 옥계구곡이라는 이름이 있을 정도로 폭포와 소, 아름다운 물굽이가 있어서 산행하지 않더라도 서울에서 하루 쉬어 오기에 아주 적당한 곳이다. 계곡 초입에 있는 용추폭포와 소는 관광 지도에는 빠지지 않을 정도의 명소이다.
칼봉산은 우무동 입구에서 서쪽 길을 따라 들어가면 양아터 마을의 맨 위에 있는 민가에 닿게 되고, 이곳에서 서쪽 지능선을 가로질러 나가면 큰 소나무가 한그루 있는 십자로에 닿는다. 십자로에서 서쪽 계류를 건너 능선을 하나 넘어 북쪽 길을 따라 수목이 울창한 주 능선에 올라 서쪽으로 약간 올라가면 정상이다. - 한국의 산하
87과 격월로 진행하기로 한 연합 산행 월인 8월 산행은 경반계곡으로 유명한 가평 칼봉산에 오르기로 했다. 가벼운 산행 후 계곡에서 물놀이하자는 취지다. 물론 처음부터 계곡에서 더위를 식히는 팀과 칼봉산행 후 합류하는 팀으로 나누어 진행할 예정이나, 구성원은 당일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만, 6월 처음 안양 수리산 연합 산행 때 그 열기를 보고, 그동안 각 학번 산악회가 인원이 부족해 진행하지 못했던 전세 버스를 활용한 산행을 두 학번이 결합하면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첫 테스트로 미리 참석 인원을 파악했으나, 우리가 생각하는 성원 20명을 채우지 못해, 학번별로 각각 교통수단을 이용해 10시 30분에 칼봉산자연휴양림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한 건 아쉽다.
교통수단은 87은 자가용 두 대로 휴양림 주차장까지 가기로 했고, 우리는 기차로 가평까지 간 후 택시로 휴양림으로 갈 생각이었으나, 흥수가 차를 가져가기로 하고, 좀 늦게 참여를 결정한 재석도 캠핑용으로 개조한 차를 가지고 합류하기로 해 우리도 자가용 두 대로 휴양림으로 향하기로 했다. 재석이 지도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천호역에서 휴양림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해서, 천호역에 9시까지 집합하는 거로 85의 교통편도 해결했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산행 며칠 전 기상청 날씨누리로 칼봉산 주변을 확인하니, 산행 당일인 토요일 날씨는 맑고 쾌청하나, 최고 기온이 26도에 불과하고 바람은 3m/s 정도라 산행에는 최적 기온이나, 산행 후 물에 들어가면 다소 춥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해서 등산방에 다소 추울 수 있으니, 그에 대비하라고 올리자, 재석이가, 그럼 백숙을 끓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 우리 연합 산행의 총무나 다름없는 87 캠핑 대장과 협의해보라고 했다. 그 결과, 따끈한 청주와 어묵탕으로 차가워진 몸을 데우기로 했다. 겨울 산행 때나 생각할 수 있는 해결책을 계곡 산행에 내놓은 걸 보면 역시 캠핑 대장이다.
어쨌든, 청주, 어묵탕과는 별개로 각자 점심은 준비해야 해서 등산방에 점심과 비상식, 물놀이 후 갈아입을 옷 등 준비물 목록을 올려놓았다. 개인적인 준비는 개봉하려면 아직 3주가 남은 매실주 500mL를 산행 하루 전 생수병에 담고, 안주는 불광역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대조시장에서 홍어 무침을, 점심으로는 김밥을 사 갈 예정이다. 물론 갈아입을 옷도 챙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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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까지 차량이 대기 중인 천호역으로 가면 되니, 다른 산행 일과는 달리 푹 자고 일어나, 아침을 먹고 미리 준비해둔 매실주가 든 생수병과 얼린 생수병을 같은 디팩에 넣어 매실주를 차게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배낭을 둘러메고 불광역으로 향했다. 대조시장에서 홍어 무침을 사야 하니, 당연히 마을버스가 아니라 걸어서. 그런데, 그 가게가 아직 문을 안 열었다. 지난 7월 정기산행 때와 비슷한 시간에 방문한 거 같은데. 혹시 시간이 다른지 궁금해 당시 산행기를 보니, 거의 9시가 다 된 시각에 방문했었다. 이번에는 7시 40분경으로 1시간 15분 정도의 차이가 있다. 분위기로 봐서 9시경 문을 여는 가게라, 장거리 산행에는 준비할 수 없는 안주다! 대안으로 혹시 족발 같은 안주가 있나 찾아봤으나, 역시 마찬가지라, 다른 친구가 뭐든 가져오지 않을까 믿어보기로 하고 멘붕 상태로 불광역으로 갔다. 문제는 멘붕이라 김밥을 사야 한다는 걸 망각!
9시 15분 전에 천호역에 도착해 만나기로 약속한 9번 출구로 나가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친구의 차는 보이지 않아, 교회 화단 그늘 난간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가, 혹시나 해서 텔레그램을 확인해 봤다. 그 사이에 9번 출구에서 10번 출구로 바뀌어 있었다. 해서 배낭을 둘러메고 10번 출구로 방향을 틀자 저 멀리 풍납토성이 보이고, 그 주변에 주차해 있는 많은 차량이 보인다. 차량이 있는 곳으로 가며 도로를 보자, 가슴이 답답해진다. 차량으로 도로가 꽉 막혔다. 우리의 목표 가평 방향은 원활하기를 빌며 친구들과 차량이 기다리는 곳에 도착해서, 확인해 보니, 영빈을 빼고 모두 도착했다. 그리고 영빈이 약속 시간보다 2분 정도 이른 시각에 도착하는 거로 모두 시간을 잘 지켰다. 문제는 초가을 맑은 날씨를 야외에서 즐기려는 행락객과 추석이 멀지 않아 벌초하러 가는 차량으로 길이 막혀 예정 도착 시각이 11시라는 거! 그나마 87들과 휴양림 주차장에서 10시 30분에 만나기로 해 30분밖에 늦지 않을 예정이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흡연자가 운전하는 차에 셋, 비흡연자가 운전하는 차에 셋, 모두 8명이 두 차에 나눠타고 가평 칼봉산 휴양림으로 향했다. 물론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가장 빠른 코스를 따라. 그래봐야 11시가 넘어 도착한다는 정보지만. 해서 87은 언제쯤 도착하는지 물어보니, 10시 40분경으로 약속보다 10분 늦는단다. 이 친구들은 그나마, 상황을 고려해 일찍 출발한 덕이다! 역시 87이 똑똑하다고 칭찬하며, 한북정맥을 넘어 가평으로 가 11시 20분경 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보니, 주차장을 꽉 채우고 도로까지 점령한 차가 줄을 서 있다. 그리고 87도 차량 한 대가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 우리는 청주와 어묵탕을 위해 재석이의 캠핑차가 가평 마트에서 장을 보느라, 도착하지 못했고. 그렇게 두 차를 기다리며 우리가 가진 먹거리를 확인해보니, 85는 점심거리가 전혀 없었다. 해서 흥수가 한 친구와 김밥을 사러 가평으로 차를 몰고 갔다. 그사이에 다른 두 차가 도착해 발이 빠른 김밥 팀 두 명을 제외한 14명이 계획보다 많이 늦은 11시 49분에 산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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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라 가끔 경반계곡을 건너는 임도를 따라, 16명이 앉아서 점심을 먹을 수 있을 만한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며 위로 올라가는데, 좋은 장소는 비싸기로 유명한 외국제 오프로드 차량이 다 차지하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임도에는 일반 차량이 못 들어가는 거로 알고 있어, 불법으로 들어온 게 아닌가 했는데, 아니었다. 임도가 아니라 차량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도로였다. 다만, 오프로드 전용 차량이 아니면 다니기 힘든 비포장일 뿐! 덕분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 마냥 위로 올라가는데, 김밥을 사러 갔던 두 친구가 합류했다. 역시 산에서 빠른 두 친구다! 적당한 자리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폐교가 된 경반분교를 지나, 임도 갈림길까지 올라가, 계곡을 건너는 다리 밑에서 적당한 장소를 벌견했다.
넓은 공간은 아니나, 차를 빼주기 위해 김밥 한 줄 들고 메뚜기가 내려가, 총 15명이 앉아서 점심을 먹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비록 다리 밑이라고는 하나, 바로 옆에 작은 폭포와 깊은 소가 있어 운치도 있고. 해서 다른 친구가 밥 먹는 동안 열을 식혀야 하는 친구는 바로 물로 뛰어들기도 했고. 점심은 김밥뿐만 아니라, 컵라면, 떡 등의 먹거리와 매실주, 막걸리 등의 술도 있었다. 대략 30분에 걸쳐 점심을 먹고, 다시 임도로 올라와 물놀이 팀과 산행 팀으로 나누어 물놀이 팀은 계곡이나,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임도를 따라, 차를 빼주러 간 친구와 합류하기 위해 내려가고, 나머지는 칼봉산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나를 비롯 몇 친구는 점심도 먹었겠다, 굳이 배낭을 둘러메고 갈 이유가 없어, 배낭은 임도 갈림길에 두고 물통 하나만 들었다.
1시 15분 산행을 재개해 임도를 따라 올라가자, 임도 갈림길이 나타났다. 등산 앱의 지도에는 아래쪽은 수락폭포를 거쳐 칼봉산으로 가는 길이고, 위쪽은 임도를 따라 조금 올라가다가 등산로로 들어서는 거처럼 보인다. 그리고 87 산행 대장도 비슷한 말을 해 미련 없이, 위로 방향을 잡고 임도를 따라갔다. 물론 등산로 입구를 찾기 위해 핸드폰의 등산 앱을 수시로 확인하며. 그런데, 조금 올라가자 우리가 가고 있는 임도는 지도에서 사라졌고, 우리는 등산로와 거의 나란히 올라가고 있었다. 당연히 지도에는 없는 임도라, 어디서 등산로와 만나는지 알 수도 없었다. 웬만한 임도는 등산 지도에 다 표기되는데, 등산 앱의 지도에 나타나지 않아, 혹시 일반 지도에는 표기되는지 확인했다. 일반 지도에도 없다. 군데군데 포장까지 된 도로가 지도에 없는 게 이상해 고개를 갸우뚱하며 올라가다가, 도로를 구성하고 있는 하수관이나, 석축 등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말인즉 건설 중인 임도다! 그럼, 어떤 지도에도 표기되지 않는 이유가 설명된다.
우리가 멋대로 현재 건설 중인 임도라 결론짓고, 올라가고 있는 길이 칼봉산 자연휴양림에서 칼봉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세 길 중 정상과는 가장 가까웠다. 물론 길이는 거의 직선에 가까운 등산로가 가장 짧지만. 어쨌든 등산로로 접어드는 게 중요해 등산 앱의 지도로 등산로 위치를 확인하며 올라가는데, 예상대로 앞에 도로를 건설 중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많은 것들이 보였다. 그리고 2시 13분경에 마침내 한참 작업 중인 굴착기를 만났고,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임도 입구에 차단봉으로 막혀 있지 않았냐고 묻는다. 즉, 이 길은 들어오면 안 되는 길이라는 거다. 물론 차단봉이 가로막고 있었어도, 올라왔겠지만, 분명 막고 있지 않았다. 일단 올라왔으니, 되돌아갈 수도 없어, 굴착기 옆을 통과하자 석축을 쌓기 위해 쌓아둔 바위 무더기가 20여 미터에 펼쳐있다. 조심해서 바위 더미를 통과해 조금 올라가자 고갯마루로, 임도가 능선을 잘랐다. 그리고 오른쪽 능선으로 길이 보인다. 등산로다.
물놀이 팀이라 알고 있었던 친구 몇이 산행에 따라오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다른 친구들을 먼저 등산로로 보내고, 흥수와 나는 뒤에서 따라오는 친구를 기다렸다. 임도를 따라오다가 등산로를 발견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몇 분 후 도착한 친구에게 등산로를 알려준 후 우리 둘도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자 철책이 가로막고 있어, 그걸 넘어 임도로 들어섰다. 철책을 넘을 당시에는 몰랐으나, 철책을 설치한 목적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거라 주요 등산로 갈림길에는 문이 있었다. 문이 없어 철책을 넘었다는 건 주요 등산로가 아니라는 얘기다. 어쨌든 철책을 넘어 임도를 따라 100여 미터를 올라가자 문 앞에서 서성이는, 일행이 보였다. 우리에 앞서간 친구들은 흥수와 나처럼 무식하게 철책을 넘지 않고, 문을 찾아 나온 거다. 친구들과 다시 합류해 임도를 따라 100여 미터를 올라가자, 임도와 등산로가 교차하는 고갯마루로 '회목고개'다. 오른쪽은 칼봉산, 왼쪽은 매봉으로 가는 사거리다. 당연히 철책에는 사람이라면 쉽게 열 수 있는 문이 있고.
여기서도 역시 다른 친구들을 먼저 정상으로 보내고, 흥수와 둘이 뒤에 처진 친구들을 기다렸다가 그들이 도착하는 걸 보고 정상으로 향했다. 갈림길에서 정상까지는 900m에 불과하나, 체력에 한계를 느낀 친구는 회목고개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2시 54분에 문을 통과해 칼봉산 정상을 향해 3시 13분에 정상에서 300m 아래에 있는 이정표에 도착했다. 등산로가 아닌 곳으로 가는 걸 막기 위해 세운 이정표다. 그 이정표를 통과해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바위를 넘기도 하며 올라가, 3시 26분에 칼봉산 정상에 도착했다. 뒤에서 따라오던 친구들이 아직 도착하기 전이었으나, 정상에 있는 친구들만으로 인증을 남기고, 반대쪽인 용추계곡으로 하산하려 했으나, 매봉 갈림길에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가 생각나 다시 왔던 길로, 내려갔다.
매봉 갈림길로 내려가다가, 정상에서 200여 미터 거리에서 올라오다가 쉬고 있는 후발 팀을 만났다. 안 올라가겠다고 버티는 친구를 영빈이 구슬려서 데리고 올라온 거다. 같이 내려가던 동선은 그 팀에 합류해 쉬고, 나머지는 갈림길로 향해 3시 53분경 철책 문을 통과해 회목고개에 도착했다. 애초 4시까지 하산해 물놀이팀과 같이 계곡에서 즐긴 후 5시에 뒤풀이를 위해 예약한 가평 순댓국집으로 향하기로 했는데, 교통체증으로 산행 자체가 늦어졌고, 등산로를 착각하는 바람에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돼 많이 늦었다. 해서 정상에서 흥수와 내려오며 하산마저, 정규 등산로가 아닌 임도로 한다면, 더 늦어질 거라, 내가 선두에 서서 등산로를 찾기로 했다. 등산로를 찾기 위해 회목고개에서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가, 두 번째 철책 문을 열고 들어갔다. 철책 문을 열고 나와, 100여 미터를 내려간 후 다시 철책 문을 열고 들어간 거다. 임도가 아니라 상식적으로 철책 안에 둘을 연결하는 길이 있을 거 같은데, 당시에는 그 생각을 못했다.
예상대로 문을 열자 아주 잘 정비된 등산로가 밑을 향해 죽 뻗어 있다. 그 등산로를 따라 빠른 속도로 내려가자, 건설 중인 임도에 석축을 쌓기 위해 쌓아둔 바윗덩어리가 보인다. 우리가 임도로 올라왔을 때 20여 미터가 넘는 바위 무더기를 조심해서 통과하느라 그 옆으로 난 정규 등산로를 보지 못한 거다. 이번에는 그 바위 더미를 가로질러 내려가자, 이정표까지 있는 등산로가 나타났다. 잘 정비된 등산로라 빠른 속도로 내려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가는데, 아니다! 100여 미터를 가자 잘 정비된 등산로는 사라지고, 급경사의 우천 시 물길을 이용하는 길로 바뀌었다. 서두르면 위험한. 그렇다고 그 때문에 지체될 정도는 아니지만. 물길을 따라 내려가 4시 7분에 나름 넓은 계곡을 지나자 지금까지 와는 달리 등산로는 능선 위로 달리는 걸로 바뀌었다.
급경사에 가끔 너덜이나 다름없는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자 저 밑으로 기와지붕이 보인다. 무슨 건물인지 떠오르는 게 없었는데, 조금 더 내려가자 그 건물 위에 문이 열리지 않게 나뭇가지로 받쳐 놓은 간이 건물이 있었다. 해서 나뭇가지를 치우고 문을 열어보니, 산신도를 배경으로 산신과 호랑이, 동자 상이 앞을 보고 있다. 산신각이다! 고로 기와지붕의 건물은 법당이라는 얘기다. 암자? 지도나, 칼봉산 소개 어디에도 암자는 없었는데? 일단 산신에게 무사 산행할 수 있도록 보살펴 준 것에 감사한 후 문들 닫고, 다시 나뭇가지를 받쳐놓은 후 법당으로 내려가니, 처마에 매달린 명패가 보인다. "경반사 법당"이란다. 경반사? 휴양림 부근에 있는 게 아니었나? 나는 왜 그렇게 알고 있었을까? 어쨌든 庵이 아니라 寺니, 암자가 아니라 사찰이다. 그런데, 아무도 없어, 법당의 문은 바람에 열리지 않게 전깃줄로 묶어 놓았다. 그 전깃줄을 풀고 문을 열어 먼저 본존불에게 신고했다.
그리고 문 옆으로 보니, 종이 있다. 해서 사람이 방문했음을 알리기 위해 종을 쳤다. 이후 다시 문을 원위치한 다음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임도다. 경치가 아름다운 임도 중 손가락에 꼽힌다는 그 임도! 경반사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는 작은 폭포와 소가 있었다. 이걸 수락폭포로 알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열이 많은 친구가 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옆에 있는 87 산행 대장에게 이게 ‘수락폭포?’하고 물었다. ‘수락폭포는 임도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있다.’는 대장의 말에 후미가 도착하기 전에 다녀올 수 있을 거 같아, 주변에 있던 87 회장과 86 친구에게 같이 갔다 오자고 권했는데, 거절해 혼자 수락폭포로 향했다. 그런데 100여 미터를 올라갔음에도 폭포 소리가 들리지 않고, '수락폭포 0.3km', '회목고개 4.1km'라는 이정표가 반겨준다. 회목고개는 칼봉산과 매봉 갈림길이 있는 곳으로, 등산로를 찾지 못해 임도로 왔으면, 4.1km라는 얘기다. 결과적인 얘기나, 산행 후 등산은 임도로, 하산은 정규 등산로를 선택한 건 신의 한 수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원해서 선택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수락폭포까지 300m 더 가야 한다는 얘기에 폭포는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려 경반사로 되돌아갔다.
아직 후미가 도착하지 않아, 경반사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보니, 임도 한쪽에 작은 종이 있는 걸 발견하고, 아홉 번을 치면서, 그 옆에 있는 글을 읽었다. 법당 안 본존불 옆 복권함에서 로또 번호를 뽑아가라는 안내문이다. 순천 금전산이 복권 명당이라는 얘기에 산행 후 복권을 사기도 했었지만, 복권 번호를 준다는 절은 처음이다. 그걸 보고 법당으로 돌아가 복권 번호나 뽑아올까 하다가 귀차니즘이 이를 막았다. 이후 후미가 법당에서 내려오는 걸 확인하고, 임도를 따라 다시 하산을 시작해, 4시 40분에 등산 시 위를 선택했던 임도 갈림길을 지나, 4시 44분에 배낭을 두고 갔던 임도 다리에 도착했다. 여러 배낭 중 내걸 찾아 둘러메고 오프로드의 성지나 다름없는 올라왔던 계곡 길로 내려갔다. 평소라면 왔던 길로 내려가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손에 꼽히는 경치라는 임도가 궁금해 임도로 내려갔겠지만, 캠핑 대장과 메뚜기가 계곡에 청주와 어묵탕 좌판을 벌여놓아, 내려가며 그 좌판을 찾아야 했다.
계곡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빠른 속도로 내려갔으나, 경반분교도 지나고, '한석봉 어머니 떡집'도 지나, 산행을 시작했던 휴양림 주차장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음에도 좌판이 보이지 않았다. 해서 흥수는 주차장 방향으로 올라가고 나는 계곡으로 내려가며 찾았는데, 주차장 바로 아래 계곡에 벌여놓은 좌판이 보였다. 처음 의자와 테이블, 네 명의 인원을 보고 일행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지나치려는데, 누군가 불러 돌아보니, 일행이다. 의자와 테이블은 메뚜기 차에 늘 실려있는 캠핑 장비고, 캠핑 대장과 메뚜기 두 명이 아닌 네 명인 이유는 87 회장과 86 친구가 메뚜기가 찍어 올린 좌판 사진에 혹해 경반사 앞에서 기다리지 않고, 먼저 내려온 거였다. 어쨌든 5시 23분 좌판에 도착한 거로 이번 산행을 마감했다. 이제부터는 물놀이 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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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하기에 최적 날씨에 땀도 조금밖에 흘리지 않고, 물이 차가울 거 같아, 물에 뛰어들 생각이 없었다. 해서 웃통만 벗고 계곡물에 깨끗이 빤 수건으로 냉수마찰만 할 생각으로 수건을 들고 계곡으로 가는데, 지켜보고 있던 캠핑 대장이 물에 들어가지 않고 뭘 하냐는 말에 바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의자에 던져 놓고 어차피 등산화는 아쿠아슈즈라 바로 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물이 차지 않아, 물에서 노닥거리다 나가, 의자에 앉아 대장이 따라주는 따뜻한 청주를 어묵꼬치 안주로 마셨다. 그렇게 청주를 홀짝이고 있자, 뒤에서 따라오던 일행이 속속 도착해 혹자는 물로 바로 뛰어들고, 혹자는 의자에 앉아 어묵을 안주에 따뜻한 청주 하산주를 마셨다.
5시 30분경이 되자, 85, 87 각 여성 동무 하나씩, 두 친구를 빼고 다 도착했다. 그리고 약속한 뒤풀이 식당에 가야 할 시간이 가까워 두 친구에게 연락해 보니, 계곡에서 탁족하고 오느라 늦는다는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 같이 계곡에서 물놀이하기 위해 모두 기다리고 있는데, 탁족이라니. 고로 계곡에서 별도로 물놀이할 이유가 없는 두 친구라, 바로 좌판을 철수했다. 그래도 어묵 맛은 보여줘야 해, 꼬치 몇 개는 남겨 주차장으로 들고 올라갔다. 6시 15분경 두 친구가 도착해, 어묵꼬치 하나씩 입에 물려주고 따뜻한 청주도 따라줬다. 두 친구를 마지막으로 모든 일행이 도착해 네 대의 차에 나눠타고 가평읍내로 향해 예약한 순댓집에서 순대 수육과 전골을 안주로 이슬이와 빨갱이를 미시며 다음 산행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대략 7시 30분 정도까지 마시고, 서울로 향해 집에 도착한 시각이 23시 10분 전이었으니, 오는 길도 정체가 심했다는 얘기다.
처음 계획과는 달리 '칼봉산자연휴양림 → 경반초교(폐교) → 건설 중인 임도 → 등산로 → 회목고개 → 칼봉 → 회목고개 → 경반산 → 경반분교 → 칼봉산 자연 휴양림'의 14.46km, 6시간 17분의 산행이었다. 이동 5시간 49분, 휴식(물놀이) 28분!
역시 많은 수가 우르르 몰려다니시는 게 재밌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 산행이다.
전세버스를 이용한 무박 사량도 지리산이 10월 연합산행의 목표였는데, 한명의 구성원도 탈락시킬 수 없다는 의견에 따라 11월로 연기했다. 대신, 10월 연합산행은 수도권 산에 오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