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돌
이삭빛
남들은 앞을 보고 달리지만
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봅니다
앞서가는 사람의 뒷모습보다
뒤처진 사람의 눈물이 더 밟히기 때문입니다
남들은 높은 곳에 피어
별이 되기를 원하지만
나는 낮은 곳에 숨어
흙이 되기를 원합니다
별은 어둠을 비추기만 할 뿐
뿌리를 안아주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나에게 묻습니다
왜 그리 어리석게 사느냐고
왜 굳이 험한 길로만 가느냐고
그때마다 나는 웃으며 말합니다
제가 조금 달라서 그렇습니다
남들이 직선을 그으며 빨리 갈 때
나는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돕니다
직선 위에는 마주칠 사람이 없지만
구불구불한 길 위에는
외로운 들꽃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깨진 그릇이라야
넘치는 물을 흘려보낼 수 있듯
나는 조금 모자라고 틈이 많아
당신의 슬픔이 내게로 스며들 수 있습니다
틀린 것이 아닙니다
그저 사랑하는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
직선의 시대에 곡선을 그리는 이삭빛의 '못난 돌'의 따뜻한 혁명
시평 윤정 시인
이삭빛 시인의 시 <못난 돌>은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리는 세상의 대열에서 이탈하여, 스스로 '못난 돌'이 되기를 자처하는 한 영혼의 고백록이다. 시인은 남들이 추구하는 '높음'과 '빠름'을 거부하고, 기꺼이 '낮음'과 '느림'을 선택한다. 그러나 이 시를 다 읽고 나면, 독자는 그가 선택한 것이 도태가 아니라 가장 성숙한 사랑의 방식'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1. 시선의 전복: 별을 버리고 흙이 되는 용기
세상은 모두가 빛나는 '별'이 되라고 강요한다. 그러나 시적 화자는 단호하게 "별은 어둠을 비추기만 할 뿐 / 뿌리를 안아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흙이 되기를 선택한다. 이는 관념적이고 멀리 있는 사랑(별)보다, 비록 밟히고 보이지 않을지라도 생명을 품어 안는 실천적인 사랑(흙)을 지향하겠다는 '존재론적 결단'이다. 남들이 우러러보는 자리가 아닌, 누군가를 안아줄 수 있는 자리를 택하는 이 겸손은 시의 격조를 높이는 토대가 된다.
2. 곡선의 미학: 효율을 넘어선 만남의 공간
이 시의 백미는 '직선'과 '곡선'의 대비에 있다. 직선은 목적지에 빠르게 도달하게 해주지만, 그 길 위에는 마주침이 없다. 반면 화자가 선택한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도는" 길에는 "외로운 들꽃들"이 기다리고 있다.
시인은 효율성을 포기하는 대신 '관계'와 '위로'를 얻는다. 이는 속도전에서 밀려난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일부러 멈춰 서는 의도적인 지체(遲滯)다.
3. 상처의 연대: 깨진 그릇이라야 스며든다
특히 6연에서 보여주는 '깨진 그릇'의 비유는 이 시의 주제를 관통하는 절창이다. "나는 조금 모자라고 틈이 많아 / 당신의 슬픔이 내게로 스며들 수 있습니다."
완벽하고 매끄러운 그릇에는 틈이 없어 타인의 고통이 들어올 자리가 없다. 오히려 상처 입고 깨진 틈이 있기에 타인의 슬픔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 '상처의 치유력'은, 이 시인의 시 세계와 강물처럼 연결되어 흐르고 있다.
총평
이삭빛의 <못난 돌>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감동적인 서정으로 승화시킨다. 세상의 기준에서 보면 그는 못나고 어리석은 돌일지 모른다.
하지만 남들이 보지 못하는 눈물을 보고, 품지 못하는 뿌리를 안아주는 그는, 이미 그 자체로 누군가에게 대체 불가능한 보석이다. 이 시는 '다름' 때문에 외로운 이 시대의 모든 '못난 돌'들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낮은 곳에서 피어나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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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노트]
조금 모자란 덕분에 당신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자꾸만 매끈해지라고 합니다. 더 빨리 달려서 1등이 되라고 하고, 더 높이 올라가서 빛나는 별이 되라고 합니다. 하지만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정작 소중한 것들은 모두 뒤에 남겨져 있었습니다.
문득 나의 '모남'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남들처럼 빠르지도 못하고, 화려하게 빛나지도 못하는 투박한 돌멩이 같은 나. 처음에는 그런 내가 부끄러워 숨고만 싶었습니다.
그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둥글고 완벽한 그릇이었다면, 당신의 눈물이 내 안으로 들어올 틈이 없었겠구나. 내가 깨지고 모난 덕분에, 그 벌어진 틈 사이로 당신의 슬픔이 스며들 수 있었구나.
그래서 나는 기꺼이 '못난 돌'이 되기로 했습니다. 남들이 고속도로를 달릴 때, 나는 굽이진 골목길을 걸으며 외로운 들꽃의 이름을 불러주려 합니다. 남들이 하늘의 별을 보며 감탄할 때, 나는 기꺼이 땅의 흙이 되어 여린 뿌리들을 안아주려 합니다.
이 시는 세상의 기준에서 조금 비켜선, 모든 '못난 돌'들에게 보내는 나의 연서(戀書)입니다.
우리는 틀린 게 아닙니다. 그저 사랑하는 속도와 방법이 조금 다를 뿐입니다. 당신의 그 모자란 틈이 누군가에게는 숨 쉴 구멍이 되어주고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2025년 어느 겨울날,
못난 돌의 온기를 믿으며^^
산골 시인 이삭빛올림
그림 ai이삭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