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괜히 성탄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진짜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러 굴뚝을 타고 오는줄 알고 조바조바하는 마음으로 양말을 걸어 놓고 잠들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어릴 때 대전 근교의 시골 마을에 살았는데 대부분 부뚜막과 굴뚝이 있는 옛날 집이었거든요^^ 그래서 24일 저녁이 되면 엄마한테 아궁이에 불지피지 말라고 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이 되어도 양말에 선물은 없었고 저는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동생들 양말에 몰래 황급히 뭔가 집어넣어 줬던 기억이 납니다. 그 뒤부터는 1~2년 정도 미리 제가 선물을 준비해서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잠에서 깰 때 부모님과 동생들 몰래 동생들이 걸어 놓은 양말에 선물을 넣어주곤 했습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입학한 동생들이 언젠가부터 타 할아버지는 우리 동네에 오지 않는다는(?) 현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 후부터는 그일도 못하게 되었지요^^
크리스마스 아침에는 동네에 있는 시골 교회에 갔습니다. 성탄절 교회에 가면 쵸코파이하고 먹을 것들을 나눠 줬거든요. 물론 동네 대부분의 아이들이 평소에는 가지 않던 교회를 그날만큼은 다들 다녀 왔습니다. 그렇게 성탄절 날의 시골 마을은 도시와는 다르게 아무렇지도 않은 고요하고 평온한 풍경이었습니다. 대신 텔레비전에서는 다양한 인형극과 만화영화 그리고 올리버 트위스트 삼총사 같은 크리스마스 영화를 틀어주곤 했습니다. 물론 마당놀이 춘향전 방자전 이런 재미난 프로그램들을 봤던 기억도 납니다. ㅎㅎ 텔레비전에서는 구세군 냄비 종소리 들리고 대전 동양백화점과 대전백화점에서는 크리스마스 불우이웃돕기 쎄일 같은걸 했던거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건 진짜 나무에다가 조명과 솜뭉치들을 가득 달아 놓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직접 만든 일이었습니다. 시내 조명가게에서 거금(?)을 들여 사온 조명을 전기로 연결시켜 스위치를 눌러 불을 밝혔던 순간 그 어린 날의 감동을 저는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지금 대전 어린이들은 대전 동물원 꿈돌이랜드 아웃백스테이크 하우스 같은 시설들에 익숙할테지만 불과 삼십여년 전의 대전 성탄절 풍경은 그냥 불놀이하고 고구마 구워먹고 얼음깨고 겨울낚시하던 모습이 전부였고... 그건 수십만원짜리 테마파크 놀이동산이라든가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에 못지 않게 소중하고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세대들은 더 자연 친화적이고 땅고 흙, 그리고 물에서 놀았기 때문에 더 가치있는 어린 시절을 보냈을수도 있겠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에 있으니까요. 우리는 부모를 잘만나 돈많이 쓸 수 있는 아이로 태어나지 않아도 자연과 함께 행복한 성탄절을 보낼 수 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절대로 그렇지 못할듯 합니다. 너무 많은게 바뀌었고 너무 많은 것들을 비싸게 사지 않으면 않되는 세상이 되어 버렸네요.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성탄절 하루만큼은 우리 아이들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 그리고 대전광역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대전광역시장이라면 일년에 한두번 쯤은 부잣집 아이든 가난한 아이든 장애인 아이든 비장애인 아이든 여자 아이든 남자 아이든 교회를 다니든 않다니던 외부모 자녀든 다문화 가정의 자녀든 누구나 대전에 살고 있는 어린이라면 차별없이 행복을 나눌 수 있는 날을 만들겁니다. 그 날 중에 하루는 바로 성탄절 크리스마스가 아닐까 하네요. 연말에는 누구나 행복하고 싶어할테니까 말이죠. 그냥 그렇다구요^^
그럼 모두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